아직도 우리가 해야만 하는 것

산문

by 희원이

[목차: AI와 독자]

◑ Part 1. AI와 창작

(생략)

◑ Part 2. 작자에서 독자로

♬ 밀려난 예술가와 아마추어 예술가

♬ 아직도 우리가 해야만 하는 것

♬ 그럼에도 우리에게 남은 것, 놀자와 살자

♬ 인생에서 누구나 하나쯤은 쓸 소재가 있다

♬ 자기 것과 남의 것을 구별하여 깊이 읽어내기

♬ 대전환의 특이점 시기 이후

♬ 읽을 수 없는 너무 많은 읽을거리

♬ 읽기를 넘어 믿기, 때로는 미끼

◑ 에필로그


[소개글]
- 놀이글 스타일을 적용한 몽상적 산문입니다. (생략, 더보기)
- 이미지 모두 고흐의 작품입니다.

- AI의 압도적으로 세련되었으면서도 절제된 작품을 감상하노라면, 대중은 서서히 그것을 거부했던 이유를 잊게 된다. 그러나 인간 예술가로선 그럴 수 없다. 그들의 권리를 빼앗긴 것처럼 반응할 수밖에 없다. 그들은 항의하고 저항한다. 심지어 불법적이라 하더라도 저작권 관행 자체를 전면적으로 거부하며 이의를 제기할 수도 있다. 오랫동안 스스로 지키려 했던 권리이기에 아이러니한 면도 생긴다. 상상을 옭죄며 기업의 논리로 압박하는 저작권 망을 해체하기 위해 저항할 줄은 그들도 미처 몰랐다. 그들은 AI 탓에 배제된 곳에서든, AI가 관심을 두지 않는 비상업적 영역에서든 무언가를 시도하겠지만, 정면대결로는 결국 시간 차만 있을 뿐 AI가 패배하기 마련이다. 그들에겐 AI가 본질적으로 할 수 없는 것을 고민해야 했다.





IMG_2283.PNG → 서술자 희원이, 소설가 지망생


♬ 아직도 우리가 해야만 하는 것


밀려난 예술가들에겐 씁쓸한 일이겠지만, 새로운 상황에 적응해야겠죠.

문제는 이 기간이 티핑포인트 시기 내에서도 짧을 수 있어요. 이미 특이점을 향해가고 있을 뿐 아니라, 만일 특이점의 도래가 훨씬 늦추어진다고 해도, 상황은 여의치 않아요. 대중의 정서 반응 단계로 보면, 5단계에 해당되는 것으로 분류했거든요.

대중은 이미 알아버렸어요. 압도적인 AI의 예술을요. 그것이 얼마나 호소력 있으면서 매력적인지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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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작품들이 인간이 질리지 않을 주기에 맞춰서 시장에 풀린다고 생각해봐요. 상상하기 어렵다면, 그냥 K팝을 가정해봐요. 방탄소년단을요. AI 예술까지는 아니지만, 각 분야의 관록 있는 전문가들이 치밀하게 다각도로 분석해서 협업하여 작품을 발표하죠. 싱어송라이터가 불균질한 개인의 세계를 대중에게 보여주고 작품을 이해해보라고 요구하는 방식이 아니에요.


패션 산업처럼 유행을 약간 앞서가는 정도로 조율해놓겠죠. 그게 세련되니까요. 그러면서 적당히 의미 있는 문제제기도 하죠. 우리는 능동적인 소비자이면서 유능한 문화향유자면서 열렬한 팬이 되어 있겠죠.

음악의 완성도도 높아지고, 그동안 K팝이 이룩한 성과들이 절묘하게 인용되어서 귀를 즐겁게 하죠. 시각적인 멋도 대단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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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자꾸 군무를 따라하게 되잖아.


오랫동안 뮤직비디오를 보아왔음에도 K팝에서 보여주는 역동적인 군무를 보고 있노라면 심장이 오랜 만에 두근거리죠. 그런데 우리 대중을 성실히 이해하면서도 단지 아부하는 것처럼 보이지도 않아요.

AI를 바라보는 5단계 정서적 반응 때는 이러한 작품보다 업그레이드된 작품이 다방면에서 쏟아진다고 상상해보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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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창작하지 않았다는 이질감은 그 절실함이 없는 대중에겐 잠깐의 우려에 불과할 수 있어요. 대중으로선 어려운 음악 장르를 억지로 이해하는 것에 관심이 없죠. ‘직관적으로 와닿으면서, 그냥 단순히 좋은 상업음악을 넘어서는’ 절묘한 균형 지점을 찾아낸 음악이라면 어떨까요? 수많은 후보군에서 선별된 작품, 매일 100편씩 작곡한다면, 거기서 고르는 게 문제일 상황에서 대중은 즐거운 비명을 지를 수도 있어요.


“100편은 지금도 세계 각지의 작곡가들이 K팝 기획사에 보내는 정도일 수도 있어요. 하루에 1만 곡으로 하죠.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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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굳이 인간이 예술을 해야 하는지’ 그런 질문 자체를 낡은 것으로 여길 수도 있죠. 자동화 시스템으로 다양한 공산품을 즐기는 시대니까요. 오히려 AI 기획자, 혹은 AI 감수자의 선별 능력을 온전히 평가해주면 된다고 할 수도 있고요.

독자들로선 수준 높은 예술을 대면한다면 수용하는 쪽으로 기울겠죠. 처음에나 어색해서 감정적으로 거부하겠지만, 조금 더 지나면 굳이 안 들을 이유를 모르게 되죠.


오히려 너무 많아지다 보면 기업에서 조절하겠죠. 조절하는 것보다 그냥 많이 푸는 것이 더 낫다고 여겨서 엄청나게 많은 신곡이나 영화가 풀린다면, 우리로선 그냥 방대한 정보의 홍수 속에서 습관처럼 샤워하듯이 문화 콘텐츠를 틀어 놓을지도 모르죠. 이 중에 어떤 곡은 제작비조차 많이 안 들고 보급판으로 기업에서 풀어준다면, 대중으로선 다양한 배경음악을 듣게 되면서 새로운 변화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일지도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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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라면 앞서도 언급했듯이 배우의 얼굴을 두 시간 가까이 허점 없이 CG처리하기가 쉽지 않아서, 인간이 직접 제작에 참여하는 단계가 있겠지만요. 그마저 뜻하지 않게 빨리 해결해낸다면, 음악을 제작하는 것이랑 영화를 제작하는 것이랑 문학을 제작하는 것이랑 모두 개인 예술의 차원에서 행해지겠죠.

이런 상황에서 인간 예술가들은 무엇을 해야 할까요?


“밀려난 예술가들과 아마추어 예술가를 통칭해서 임의적으로 시민 예술가라고 해볼게요. 이들은 예술에서 인간의 역할을 질문하면서 AI에게 일자리를 빼앗기는 시민으로서 정치적 저항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니까요. 그런 정체성을 지닌 예술가라는 점에서도 시민이라 할 만하죠. 프로페셔널의 타이틀을 박탈당한 면도 섞여 있지만요. 맞아요. ‘박탈당했다, 획득하지 못했다’란 어감도 녹아 있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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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항이죠. 인간이 예술을 해야 하는 이유, 그걸 보여주어야 하죠. 아름다움을 만들어내는 것이기도 하지만, 제도의 관행에 저항하는 것. 예술이란 관행에 맞서는 일탈적 퍼포먼스를 허용하는 제도적 문법이잖아요. 그러니 예술은 꼭 만듦새가 훌륭할 필요는 없어요. 예술은 때로는 ‘웰메이드’에도 저항하니까요.


시민 불복종보다 훨씬 더 광범위하게 상시적으로 저항하는 방식이죠. 예술적 실천은요. 생각보다 용감해야 가능하겠지만, 상황이 벼랑 끝으로 몰리고, 기본 이상 하는 실력자들이 꽤 모여 의기투합을 한다면 유의미한 흐름을 만들어내겠죠.

자신에게 패배를 선고했던 그 장르에서 행할 수도 있고, AI가 전략적으로 배제할 비상업적 지점에 집결할 수도 있죠.


우선 자신에게 패배를 선고했던 그 장르에서 행하는 것이든, 새로운 문법이면서 외곽으로 밀려난 문법을 수집하여 적용하는 것이든 AI가 짜놓은 저작권 저인망을 피해나가야겠죠. 혹은 저인망을 무력화하거나요. 쉽지 않겠지만요.


늘 무의식적 표절의 지뢰가 도사리죠. 그건 인간 예술가를 고통에 빠지게 하죠. AI가 인간이 생각하는 수많은 상상의 갈래를 따라가 모조리 창작하고 나면, 그게 과연 무의식적으로도 나올 만한 것인지 판단하기 애매하죠. 판결을 받기 전까지는 늘 부담을 느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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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 시절의 케이, 전 AI예술 감수팀장]
“그래 봤자 이길 수가 없을 거란 생각만 드네요. 그래도 가만히 있을 순 없죠.”


저작권의 목적이 창작자의 의욕을 고취시키고 문화를 다양하게 발달시키려는 것인데, 그 주역이어야 할 인간을 옥죄는 권력의 수단이 되었다면 이것에 저항한다는 선언을 해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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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저작권 선언이라고 해야 할까요. 그 전 시절에 저작권 수복에 실패한 것일 테니, 남은 저항은 탈저작권 선언이겠죠.

저작권 저인망 시대로 성공적으로 진입했다면, 이런 저항은 반사회적이라 낙인 찍히겠죠.


[다큐 연출부원, 다중우주론 마니아]
“저작권을 지키려던 사람들이 저작권 관행을 해체하려 한다면, 인생의 아이러니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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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 시절의 케이, 전 AI예술 감수팀장]
“개인적으론 AI 예술 공단이라든지, AI 예술 국립연구소에서 주관하여 사실상 탈저작권 영역을 두고 새로운 방식으로 인간 예술가의 생계를 보장하는 방식도 괜찮다고 보죠.
AI예술 시대라는 현실을 부정하는 게 슬프게 느껴져서요. 싸우기에도 지친 영혼이죠. 제가 너무 늙었을까요? 그럴지도 모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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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무차별적인 AI 창작 공세로 기업이 일을 진행한다면, 그에 대한 예술적인 저항으로 의도된 2차 창작을 할 수도 있겠죠. 그래피티의 창작 방법, 콜라주, 정크 아트의 예술 방법론으로 맞설 수도 있겠고요. 소송을 당하지 않기 위해 익명으로 기습시위를 하듯이요.


“속이 썩어 문드러져 잠이 안 오죠. 지더라도 싸우겠어요! 범죄자 취급을 당하더라도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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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발표로 비상업적으로 시위를 하여서 AI 저작권의 탐욕적 관행을 무력화시키려고 할 수도 있고요. 법이 허락하는 범위 안이든, 밖이든 가리지 않고요.

AI가 저작권을 저인망 포획처럼 알박기 선점하는 것에 대해 정면 대결을 시작하는 것이죠. 예술가답게요.


그들은 어디에 미학적 진지를 구축하게 될까요? 자신의 장르에서 버려진 미덕을 적용해 독립적 방식으로, 틈새의 방법론을 고민할까요? 어쩌면 버려진 장르로 아예 이동해서 그 방법론을 고민할 수도 있어요. 어떤 게 있을지 저도 한동안 몽상해보려 했는데, 잘 떠오르지는 않더군요. (웃음) 틈새를 염두에 둔 창작물을 내보았자, 금방 AI가 그물망을 짜버린다고 했으니까요.

그러니 AI가 하더라도, 인간이 하지 않으면 무의미해지는 어떤 것을 찾아야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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