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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원이 Feb 21. 2024

문화적 다양성을 보호해야 할 의무 #2

놀이글 & 칼럼

[목차: 저작권 태양계와 원시블랙홀]

◑ Part1. 지식재산권, 무형자산의 사유재산화

◑ Part2. 저작권 태양계와 원시블랙홀

♬ 저작권에도 기만적인 요소가 있다

♬ 어째서 지식재산권 중 저작권인가?

♬ 저작권 태양계

♬ 태양계 너머 원시 블랙홀, 탈저작권

♬ 탈저작권과 카피레프트에 관한 주석

♬ 카피레프트여, 수면 위로 드러나라

♬ 태양계가 속한 우리은하, 문화향유권

♬ 문화적 다양성을 보호해야 할 의무 ~#2

◑ Part3. 몽상, 예술민주사회주의

소개글 및 상세 목차 더보기


- 첫째, 향유자는 모두가 진정한 문화의 혜택을 누리기 위해 문화생산자에게 문화의 다양성에 기여하도록 요구할 수 있다.
- 둘째, 향유자는 소비자로서 다양한 상품을 선택하여 살 수 있다.
- 셋째, 향유자는 정보수용자로서 정신문화를 적극적으로 누릴 수 있다.






“타성에 젖는 게 두려워서, 저만의 선언문이랄까요, (웃음) 그런 걸 메모해 두었죠. 동호회 회원들께는 돌린 적 있던 선언문이죠. 들어보실래요?

첫째, 향유자는 모두가 진정한 문화의 혜택을 누리기 위해 문화생산자에게 문화의 다양성에 기여하도록 요구할 수 있다.

둘째, 향유자는 소비자로서 다양한 상품을 선택하여 살 수 있다.

셋째, 향유자는 정보수용자로서 정신문화를 적극적으로 누릴 수 있다.”


“그냥 재미로 쓴 권리 선언문이었는데, 가만 보니 의도치 않게, 다양성 보호를 위해 시민의 의무를 준수하겠다는 서약이기도 했어요. (웃음)”






“와, 너무 거창해지는데요? 그렇게까지 해서라도 문화를 향유해야 하는 건가요? 저 그냥 음악만 아무 생각 없이 듣고 싶은데 너무 무거워서, 갑자기 연대가 늘어난 것 같이 아프네요. 아! 인대죠?”


“각자 듣고 싶은 대로 듣는 거지. 인생 뭐 있나? 압박은 받지 말라고. 그저 다양한 음악이 있으면 내 인생이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자극 받을 수 있겠지.
물리치료 잘 받고. 인대 늘어나면 오래 고생하니까.”






의식적으로 노력하지 않으면 사회적 약자는 조용히 소외되고, 산업 논리에 따라 잘 팔리는 문화 콘텐츠만 집중 육성될 것이다. 그러면 그것에 맞는 취향만 인정받고, 배제되는 법을 배운 사람들은 다른 취향에 인색하게 된다. 그리고 주류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회적 소수를 열외자로 분류하는 것을 다수로서 정당화하기 쉽다.


그래서 조금 거창하더라도 약간의 신념이 필요하다. 재즈를 듣는 것에 훈련과 인내의 시간이 필요하듯, 마냥 즐겁고 쉬운 것만을 받아들여서는 다양해지기 어렵다. 그것은 곧 우리의 문화 향유 환경을 척박하게 할 것이다.






“그래서 각자만의 작은 약속을 마음에 새기기도 하죠. 타성에 젖지 않고, 다양한 문화를 보호하고, 육성되는 것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실천을 해보겠다고요. 우리 입장에선 기업에 다양성 의무를 준수하도록 요구할 수도 있고, 어쩌면 요구해야만 하는 것이고요.”


“반드시 다양한 상품이 출시되도록 기업뿐 아니라 정부에 요청할 수도 있겠죠. 그러한 제품을 사주겠다는 의지를 ‘펀딩’의 방식으로 보여주기도 하고요. 또 우리가 문화 공연을 보러 가기 위해 교통이 편리하도록 요청할 수도 있겠죠. 내가 적극적으로 누리기 위해 개선을 시도하다 보면 남들에게도 유익해지죠.

변화는 작은 실천에서부터 시작하니까요.”


“예전에 일본의 프로그레시브록 마니아들은 자기들이 지지하는 프로그록 음반이 나오면 무조건 사주었다는 전설이 있죠. 과장된 말이겠지만, 음악가로선 일본 마니아의 지지는 든든했다고 하더라고요. 덜 알려진 클래식 연주가, 아트록, 재즈 등 참 다양한 장르에서 음악가들이 일본의 덕을 보았다고도 했죠. ‘일본 재즈 팬은 세계 최강’이라 극찬하던 재즈 비평가도 있었죠.”


“우리도 능동적인 팬덤 문화를 지속해 나가면 좋겠죠. 또 유력 대형 기획사에 서브 레이블을 만들라고 요구할 수도 있겠고요. 개성 있는 아티스트를 지원하여 문화의 다양성에 기여해달라고 요구하는 것이죠.

K팝 레이블 중 규모가 큰 기획사가 있을 텐데, 다른 장르까지 확장하는 것엔 현실적 한계도 있겠지만, 여기서 중요한 건 시민의 자발적 관심이겠죠.

덧붙여 정부에도 올바른 문화향유권 분위기를 조성해달라고 적극적으로 요구할 수도 있고요.”






“다들 생업에 종사할 텐데, 무슨 시민운동가도 아니고, 이건 좀 되게 오지랖이 넓은 것 같고 머리가 아프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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