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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원이 Jul 20. 2024

동사를 이해하려 할 때

자동/타동 & 능동/피동 & 주동/사동

‘촉진하다’에 사동의 의미가 포함되어 있어, ‘촉진시키다’라고 하면 안 된다는 걸 알았을 때부터였을까. 그즈음 그러한 사동의 의미가 내포되었는지 알 수 없어서 난감하던 차에 그냥 기본형을 찾는 버릇이 생겼다. 그러니까 기본형으로 ‘~을 촉진하다’라면 그렇게 쓰면 되는 것이다. 그 안에 사동의 의미가 포함되었는지 잘 몰라도, 기본형으로 기준을 두면 큰 어려움이 없었다. 그러니까 ‘~을 개선하다’가 기본형이라면 웬만해서는 사동형을 조심해서 적용하게 된 셈이다. 그러면 그게 사동의 의미를 내포하는지, 타동인지 자동인지 이런 것을 따지지 않아도 되기는 하지만, 그래도 그것만으로 모든 게 해결되는 건 아니라서 나름대로는 동사를 이해해 보려는 미숙하고 부정확한 수용이라 하더라도(또 때로는 제법 맞아 들어가지만 어쨌든), 나만의 못맞춤법 놀이를 한다는 기분으로 동사를 곱씹고 우리말샘을 찾아보곤 한다.

그렇게 살펴볼 때는 세 가지 기준으로 살피게 된다.      


1) 기본형이 자동인지 타동인지 파악 (몇 자리 서술어인지 파악)
2) 기본형이 능동인지 피동인지 파악
3) 일반적인 주동인지, 아니면 사동의 의미가 내포되어 있는지 파악     


즉 동사에는 ‘자동/타동’ ‘능동/피동’ ‘주동/사동’의 입체적인 면이 있는 셈이다.

자동사는 ‘나는 존재하다’처럼 목적어를 필요로 하지 않은 채 주어 동사라는 최소한의 요소로 문장이 완전해진다. 타동사는 목적어를 필요로 한다. ‘나는 그녀를 사랑한다’처럼. 이때 ‘~를 사랑한다’는 두 자리 서술어로 목적어를 추가할 때 서술부가 완전해진다. 자동사는 한 자리 서술어이고, 목적어를 동반한 타동사는 두 자리 서술어의 중심이 된다. 세 자리 서술어도 있다. ‘~에게 ~를 ~하다’가 필수적으로 묶일 때 그렇다. 이 경우에도 목적어를 동반하므로 동사는 타동사다.      


흔히 영어로 먼저 수동형으로 이해하게 되지만, 타동사는 우리 식으로 피동이 되기도 한다. ‘김치가 숙성되다’가 그렇다. (언뜻 이도 자동사가 아닐까 생각하기도 하지만, 어쨌든) ‘(전문가는) 김치를 숙성하게 했다(숙성시켰다?)’라고 본다면, ‘김치를 숙성하다’를 전환하여 ‘김치가 숙성되다’로 피동이 되는 것으로 이해한다. 그런데 우리말샘에 따르면 ‘김치가 숙성하다’란 자동사 원형도 있으니, 난감하게도 이처럼 자동사와 (타동 전환) 피동사가 함께 원형으로 쓰이는 경우도 제법 있다. (이를 다른 방식으로 이해하자면 피동처럼 ‘되다’를 붙이더라도 자동사화된 것이 아닐까 멋대로 수용해 본다.)    

 

어쨌든 일반적으로 능동형은 자동사 형태나 주동의 의미와 연결될 때가 많다. 물론 사동 역시 ‘~하다’가 아니라 ‘~시키다’일 뿐이지 주어의 입장에서는 능동형이라 할 수 있다. 또한 타동형 역시 대개 능동형이라 할 수 있다. 피동형은 타동사의 전환일 때가 많다. 예를 들어 ‘김치가 숙성되다’처럼 피동형이 타동형으로 전환될 때 ‘김치를 숙성하다’로 볼 수 있는데, 언뜻 ‘김치를 숙성시키다’로 쓰고 싶은 충동이 인다. 사동의 의미가 모호하게 번진 지점이다. ‘나는 김치를 숙성했다’보다는 ‘나는 김치를 숙성시켰다’가 더 자연스럽게 들린다. 그럴 때면 일단 모른 척 지나간다.      


물론 여기서 한 가지는 헷갈리지 않는다. 주동의 의미를 지녀서 스스로 무언가를 꾀하도록 옆에서 심리적이든 물적이든 지원하는 표현일 경우이다. 주동의 능동적 행위를 거드는 우회적 방식으로 사동의 의미를 갖추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나는 (전문가가) 김치를 숙성하게 했다.’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나는 그 학생이 수학 성적을 향상하게 했다.’의 경우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내가 그의 성적으로 향상시켜준 게 아니라, 결국 그 학생이 스스로 공부해서 자기 능력을 향상한 것이라고 한다. 특히 인간이 인간에게 사동의 의미를 쓸 때는 이처럼 우회적으로 사동의 의미를 보조하는 방식을 취하곤 하는데, 이때 ‘~ 하게 했다’의 ‘했다’가 중요해진다. 이를 대체해 보면 ‘나는 (전문가가) 김치를 숙성하게 (독려)했다.’ 등등 다양한 동사가 ‘했다’로 통합된 것으로 본다. 그렇다고 동사를 하나 추가해서 사동의 상황의 만들어 준 것이므로, 크게 무리가 없다.      



(약간 말이 옆으로 새지만) ‘생각해 보게 되었다’라고 할 때 ‘되었다’는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누군가는 피동의 의미를 지닌 보조용언쯤으로 보는 것도 같다. 또 어떤 경우에는 ‘되다’를  설명할 수도 있다(생각해 보는 상황에 이르다).

전자로 보자면 ‘~하게 하다’와는 다른 맥락이라 봐야 하고, 후자로 본다면 ‘~하게 하다’의 ‘하다’처럼 일반적인 본용언으로 봐야 할 듯하다(나는 학생이 되었다, 나는 그것을 이해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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