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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이제 Mar 04. 2023

AI가 찾아준 결혼상대

'가치관이 맞는 사람을 찾아보세요'

2020년, 코로나가 터지고 모든 것이 변하고 있었다.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 사람을 만나는 방식, 주말을 보내는 방법까지도. 더 이상 사람을 만나고 웃고 떠드는 일로 낙을 삼기는 어려운 시기가 됐다. 한 시절이 저물고 있었다.


당시 전 연인과의 관계를 접고 시간이 좀 지나 새로운 연애를 꿈꾸고 있던 나는 몇 차례 소개팅을 했다. 그러나 크고 작은 요소들로 인해 어긋났다. 정치성향이 맞지 않거나, 다듬어지지 않은 매무새가 싫다든지, 아님 그저 케미가 안 맞는 등 이유도 다양했다. 페이퍼 상으로는 내가 끌릴만한 조건을 모두 갖춘 사람인데도 만나서 이야기하는데 아무런 감정이 생기지 않았다. 건전한 신체와 정신을 지녔으면서 나와 잘 맞는 사람, 거기다가 마음을 움직이는 이를 찾기란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었다. 코로나 초기에는 사람 만나는 일 자체가 조심스러웠으니 더더욱 쉽지 않았다.



그러던 중, 드디어 '이 사람'을 만났다.


만난 경로는 뻔한 예상과는 달리, 소개팅 어플이었다.





대략적인 신상 정보, 사진 등을 보고 만나 식사를 하며 서로를 알아가는 지인 소개는 내가 원하는 그 무언가가 빠져있었다. 이런 방식으로는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진정으로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내가 알고 싶은 건 이 사람이 삶과 세상을 어떻게 대하는가 하는 문제, 즉 가치관이었다.


마침 좋아하는 작가의 에세이를 읽고 있었는데, 내용 중 틴더와 관련한 에피소드가 있었다. 그전까지는 소개팅 어플에 대한 묘한 반감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걸러지지 않은 '이상한 사람들'이 있을 것 같은 게 바로 소개팅 어플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내가 읽고 있던 에세이가 이런 편견들을 산산이 부서뜨렸다. 아니 이렇게 멋진 작가도 틴더를 쓴다는데! 하면서 냉큼 틴더를 깔아봤다. 호기롭게 다운로드는 하였으나 한 사람 걸러 한 사람 꼴로 등장하는 '섹파구함' 'fwb'와 같은 구절에 단숨에 질려버리고 말았다. 평범한 사람처럼 보이는 이와 대화를 시작해도 결국엔 한 가지 방향(원나잇)으로 흘러갔다. 위험하다는 생각에 미치자 바로 하루 만에 틴더를 삭제해 버렸다.  


그런데 이 얄궂은 알고리즘은 기어코 나에게 또 다른 소개팅 어플을 추천해 주고야 말았다. 튤립이라는 어플이었다. '가치관이 맞는 사람을 찾아보세요'라는 문구가 나를 유혹하고 있었다. 가치관이라고...? 가입을 해보니 50가지 정도 되는 질문에 답을 해야 했고, 연애관, 직업관, 좋아하는 것 등을 중심으로 한 자기소개를 서술형으로 길게 작성해야 했다. 사진으로만 사람을 스와이프 하는 게 아니라, 가치관을 중심으로 서치 한 후 우선 1차 대화신청을 수락한 후에야 2차로 더 자세한 신상과 사진(아주 작은 사이즈의 사진)을 볼 수 있었고, 그렇게 서로가 2중으로 수락을 해야만 대화를 시작할 수 있었다. 프라이버시를 보호하기에도 용이한 시스템이었다.


그렇게 그가 나의 검색망에 걸려들게 된다.


나이는 3*살, **업계에 종사하고, 키는 18*cm... 아니... 그런 것보다도,

날씨에 맞는 음악을 걸어놓는 일, 외출 준비를 하며 어떤 구두를 신을지 고민하는 일, 아침에 힘겹게 몸을 일으켜 운동하러 가는 일을 좋아한다는,


단순한 몇 마디 문장에서부터 왠지 모르게 느낌이 좋은 사람.


바야흐로 AI가 찾아준 인연이었다.

'이 사람'과 더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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