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의 탄생
난임 전문병원에서 상담을 받고 한 줄기 빛 같은 희망을 얻었다. 부부가 난임 검사를 하였을 때 둘 다 생리학적으로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 난임의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다. 남성의 경우는 음주, 흡연, 환경호르몬, 염색체이상, 정자 생성 장애, 정자 이송 장애 등의 이유가 있다면 여성의 경우는 난관과 자궁의 요인 그리고 여성 난임의 30% 이상은 배란의 요인으로 난임을 겪고 있다고 한다. 우리 부부는 10~20% 해당하는 원인불명이었다. 의사 선생님께서 ‘시험관아기시술’을 제안하였고 시술 전에 자연임신을 한번 기다려 보자며 2주간의 시간을 주셨다. 2주간의 시간은 흘렀고 자연임신은 되지 않아 ‘시험관아기시술’을 받기로 결정하였다. 한 번에 성공하는 경우도 있지만 여러 차례 시도하는 부부도 많이 보았다. 시험관아기시술은 남성에게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지만, 여성의 경우 과배란 유도하여 많은 난자를 채취해야 하므로 자기 몸의 생물학적 리듬을 깨뜨리기 때문에 몸이 많이 망가진다.
시험관아기시술은 난자를 채취하여 몸 밖에서 정자와 수정시킨 후 배양 과정으로 만들어진 배아를 여성의 자궁 내로 이식하는 것을 말한다. 체외수정 및 배아 이식술이라고 한다. 과정은 과배란 유도(호르몬 주사), 난자채취, 정자채취, 체외수정, 수정란(배아) 배양, 배아 이식, 임신 순으로 이어진다. 남편의 자격으로 나 역시 공부해야 했다. 내가 옆에서 도와줄 수 있는 것은 아내의 몸을 잘 보살피고, 스물네 시간 붙어서 손발이 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방법이 최선이었다. 병원을 가자고 한 사람도 병원을 알아본 것도 남편이기에 나의 책임이 절대 가볍지만은 않았다. 결과를 장담할 수 없기에 아내의 심경을 헤아릴 수 있을 만큼 중심을 잡아야 했기 때문이다. 열 번을 시도를 하여도 임신이 되지 않는 경우도 보았다. 눈물을 흘리며 진료실 문을 열고 나오는 중년의 부부를 보았고, 젊은 부부도 보았다. 남 일 같지 않았기에 더욱 눈길이 다가가게 된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우리 마음과 같았다.
한 번의 시험관아기시술의 실패 후 아내와 큰 결정하게 되었다. ‘냉동배아’를 하기로 마음을 먹게 되었다. 냉동배아란 채취한 난자와 정자를 동결보존을 하기 위해 얼리는 것이다. 난자은행, 정자은행의 말을 들어 본 적이 있다면 이해할 수 있다. 건강한 난자를 보관하였다가 추후 임신을 원할 때 해동하여 임신하는 난자 동결보존이 건강한 아기를 출산할 확률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다. 임신율은 난자의 동결나이에 결정되고 임신 시 나이에 크게 미치지 않기 때문에 이 방법을 선택하였다. 미혼의 연예인들이 냉동보존을 하였다는 이야기를 종종 티브이에서 듣기도 하였다. 방송활동 시기가 중요한 그들을 이해할 만큼 충분한 이유가 되었다. 우리 부부는 네 번의 유산 두 번의 시험관아기시술 두 번의 시술 끝에 임신이 되었다. 상황을 빨리 파악하고 병원을 찾은 것이 우리에게 도움이 큰 도움이 되었다. 조금이라도 망설였다면 선물은 결코 우리에게 다가오지 않았을 것이다. 힘겨운 시간 동안 참고 버텨 준 아내에게 고마웠다. 우리의 굽히지 않은 의지가 두 배의 큰 선물이 되었다. 10개월 동안 산모는 꼼짝달싹하지 못하는 육체적·정신적 어려움이 컸지만, 두 생명을 마중 나간다는 기쁨으로 하루하루를 견디며 보낼 수 있었다. 엄마니까 할 수 있었다.
아내의 산모 수첩을 훔쳐본 적이 있다. 그때 그 마음을 아내 몰래 담아보았다.
- 아내의 산모 수첩 2018년 12월 중에서 -
<기다리던 임신>
오늘은 병원 가는 날이다. 오늘부터 혼자 병원을 찾아가야 하기에 일찍 서둘렀다.
08:00 시외버스터미널에서 출발
긴장되는 맘으로 버스에 올랐다.
마음이 가볍지만 않았다.
기쁜 소식을 안고 와야지 하는 마음뿐
09:30 도착
10:00 호르몬 수치 검사했음
10:48 집으로 가는 버스 탑승
12:00 결과가 나와서 병원에서 전화가 왔다.
"산모님, 축하합니다." 이 한마디에 모든 긴장이 풀렸다. 눈물이 핑 돌 정도로 기뻤고 감사했다. 드디어 기다리는 임신이 되었다. 오빠에게 소식을 제일 먼저 알렸다. 맘고생 많이 하고 참고 버틴 시간과 서러움이 하루아침에 녹아내린다. 사르르 눈 녹듯이….
<아기집을 보았다>
임신 4주 6일 차다. 아침 일찍 부산 가는 차에 올랐고 병원에서 초음파 검사로 아기집을 드디어 보았다. 그렇게 보고 싶어 했던 초음파 사진에 아기집이 나란히 보였다. 선명하게 두 개씩이나 의사님도 놀랐고, 나도 놀랐다. 기쁨도 두 배이지만 걱정도 그만큼 따랐다. 쌍둥이들과 첫 만남이었다.
<보건소 가는 날>
시내버스를 타고 보건소 철분제 약 받으러 가는 날이다. 초전동 보건소까지 버스를 타고 가는 동안 차가 덜컹거려서 많이 긴장했다. 무사히 약을 받아 왔지만, 겁이 나서 집에서 누워만 있었다. 한동안 조심해야지. 아가들이 건강히 자리 잡았으면 좋겠다는 마음뿐이다.
<우리 아기들 심장 소리를 들었다>
오늘은 더욱 긴장되는 날이다. 아기집이 잘 있는지 난황을 보러 가는 날이다. 의사 선생님이 심장 소리도 들을 수 있다고 했다. 그래서 많이 설렌다.
심장 소리를 들었다
아주 생생하게…. 우리 아기들 둘이 심장박동 소리가 우렁차다. 너무 기뻐서 흥분하였다. 너무 잘 뛰고 있단다. 흥분해서 병원비 계산도 안 하고 주사도 안 맞고 뛰쳐나와서 가다가 발길을 되돌려 계산하고 왔다. 너무 흥분해서…. 너무 좋아서…. 다음 주에 또 확인하러 오란다. 정상적으로 잘 뛰는지 좀 더 지켜봐야 한다. 우리 쌍둥이들 엄마가 기다릴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