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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얀 커피 Nov 28. 2023

내가 제일 예민해

지금 필요한 건, 작은 용기

"아이예민하다"

그러니까 더 고치려 하지말고 존중해달라.


나는

아이들이 예민하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금쪽같은 내새끼>가 딱 떠오른다.


이  프로그램을 보면

이 "예민"이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한다.


이 아이는 청각이 예민해서,

이 아이는 기질적으로 예민해서,

이 아이는 촉각에 예민해서.


그래서일까.

엄마들은 아이들의 문제행동의 원인을

모두 아이들이 "예민"해서 라고 이야기한다.


그저 예민하기 때문에

우리 아이에 맞추어 달라고 한다.


러나 <금쪽같은 내새끼>프로그램에서는

예민한 아이들을 개선하기 위해

약물치료를 하고 상담치료를 하기도 한다.


아마 아이들의 문제 행동의 원인을

모두 "예민"에서 찾는 부모들은

이 프로그램을 끝까지 보지는 않나보다.


예민한 아이 투성이다.

이 개개인의 가지각색의 엄청난 예민함들.


이 모든 것을 신경 쓰려는 담임교사는 가장 예민해진다.


우리 아이는 빨간색에 예민하니, 빨간 색연필로 채점하지 마세요. 아, 그리고 틀렸다는 표시에도 예민합니다. 틀린 문제에는 표시를 하지 않거나, 다른 표시로 틀린 문제를 표시해주세요.


오 마이 갓.


하다하다 이제 채점방법까지 다양하게 해야한다. 


<채점용색연필>은 빨간색만 쓸 것이라는 편견을 버리라고 색연필 회사에 전화라도 해줘야 할 판이다.


우리 아이는 생선 가시와 냄새에 예민합니다. 급식에 생선이 메인인 경우에는 우리 아이가 먹을게 없는 날이 되어버립니다. 그러니 급식에서 아예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당당하다.


그 당당함에 내가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아이의 인성은 가정교육이 9할인데, 

이 9할이 제 역할을 잘 하고 있는건지 모르겠다.


우리 아아는 잘못을 지적당하는 상황에 굉장히 예민하게 반응합니다. 되도록이면 아이의 행동을 지적하지 마세요. 아이 행동에 교정이 필요할 때에는 저에게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공부시간에 짝을 때려도 그 자리에서 제지하지 말라고?


짝의 시험지를 뻔히 보고 베끼는 데도 그 자리에서 아무 말도 하지 말라고?



그럼 학교는 왜 보내냐?


한결같이 대답한다.


친구 사귀라고.

사회생활 배우라고.


참 역설적이다.


아이에게 제공되는 작은 사회 경험을 누구보다도 중요하게 생각하면서

전혀 존중하지 않는 저 뻔뻔하고 이중적인 태도.


하지만 나는 저 이중적인 태도를 콕콕 짚어낼 수도

저 말들을 모두 무시하고 내 길을 갈 수도 없는 

그냥 그런 교사다.


헌데 정말 우리가 아는 그 "예민"함이 맞을까.


학부모들은 언제부터 저 예민함을 아이의 특성으로 받아주길 바라게 된걸까.


"예민"함음 정말이지 존중받아 마땅한 것일까.


내 눈엔 그저 내 아이의 단점을 

예민함으로 포장한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물론 정말 신경써야할 "예민"은 구분한다.


내 아이가 학교라는 곳에서 

자기가 가진 단점으로 

야단을 맞거나 곤혹스러운 상황이 생기지 않도록 

부모가 미리 약을 좀 쳐두는 것뿐이다. 


자, 지금도 우리 아이는 정말 예민한 거야.

라고 생각하는 부모님.


한번 더 생각해봅시다. 


누굴 위한 약인지.

누굴 위한 변명인지.




빨간색이 예민하다면 

당신의 아이는 채색과정에 전혀 빨간색을 쓰지 않아야 합니다.


빨간색 의상이나 소품도 마찬가지겠죠.


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거 제가 말하지 않아도 아시죠?


자신이 푼 문제가 틀렸다는 사실을 

아이가 받아들이지 못하는 걸 

자꾸 다른 문제로 덮으려고 하지마세요.


누구나 틀리고, 

틀릴 수 있고, 

틀리면서 배워가는 거라고 알려주는 것.


그것이 부모의 역할 아닐까요?




생선이 급식에서 빠져야 한다는 부모님.


평생 그 아이 식탁에는 생선이 없을 수 있을까요.


생선을 못 먹는다면 다른 반찬으로 식사하는 법을 알려줘야 하지 않을까요.


특별한 알러지가 있는게 아니라면 다양한 방법으로 먹여보려 시도는 해보셨을까요.


이도저도 싫다면 생선반찬이 나오는 날, 손수 반찬을 좀 싸서 보내보시는 건 어떠세요.


생각지도 못한 방법이 아니라, 생각하기도 싫은 방법인가요?




그렇다. 


이런 말도 안되는 예민함은,

가정교육을 포기한 부모들의 변명일 뿐이다. 



하지만 불행히도 인간은 언어로 지배당하는 뇌구조를 가지고 있어

"예민"라는 단어가 머릿 속에 박힘과 동시에

아이가 가진 모든 특성이 "민"함으로 뭉퉁그러져버린다.


단어를 조금 달리 해보자. 


담임교사와 상담할 때, 

다른 사람에게 내 아이에 대하여 이야기할 때, 

그냥 "예민"이라는 단어를 빼보자.


특히, 담임교사와 이야기를 나눌 때에 

선생님이 먼저 내뱉기 전에는 

절대 "예민"이라는 단어를 내가 먼저 뱉지 말아보자.


"예민"이라는 단어를 대신할 다른 말을 찾아보자.


내 아이와 내 아이의 상황이 훨씬 객관적으로 나에게 인식될 것이다.


보다 객관적으로 인식된 정보들은

내 아이의 사회생활에 더 큰 도움을 줄 뿐 아니라

앞으로 아이의 성장에도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내 아이의 단점은 부모가 덮는다고 사라지지 않는다.


내 아이가 가진 단점을 어떻게 장점으로 승화시킬지

어떻게 고쳐줘야 할지

드러내놓고 살펴봐야 한다.


조금만 용기를 가지자.


엄마아빠는 

생명체를 뱃속에 품은채 10달을 살아낸, 

그리고 지켜낸 아주 용기 있는 생명체다.


내 한몸 건사하기 힘든 이 세상에서

생명체를 품에 안고 10달을 살아내었다.


엄마는 목숨걸고 새 생명을 세상으로 내보냈고,

아빠는 헌신적으로 지켜내었다.


그런 엄마아빠에게 고작 저 작은 용기는 가소롭다.


가져도 된다. 

가질 수 있다. 


저만한 용기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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