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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의 다례교육

다도 대회와 화개중학교

by 안온



하동 하면 뭐가 떠오를까?



녹차, 벚꽃, 재첩, 배, 단감, 고로쇠 물, 쌍계사, 청학동, 섬진강, 화개장터, 박경리의 토지......


내 고향 하동은 자랑할 게 너무나 많다.


그중에서 하나를 굳이 꼽으라면, 단연 녹차다.





하동의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다도를 배운다.


생활 속에서 차를 마시며 자연스럽게 습득하고,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차문화대전의 다도 대회에 나가기 위해 다도를 배운다.


나도 초등학교 때 다도 대회를 나갔다. 선생님 중 한 분이 다도교육을 도맡아 하고 대회가 있기 한 달 전부터 일주일에 몇 번, 시간을 정해 교육을 받고 연습을 한다.


나는 사실 다도를 잘하는 아이가 아니었다. 지금도 친하게 지내는 친구인 희라라는 친구가 다도 대회에서 늘 1등을 했다. 나는 찻집 딸내미였기 때문에, 반에서 3명만 나가는 그 다도 대회에 항상 반강제로 참가해야 했다.



우리를 가르쳐주셨던 선생님은 꽤나 꼼꼼하고 깐깐하신 분이었다.


"어허~그렇게 하는 거 아니고. 두 손을 공수! 다소곳이 모으고 다포(찻잔과 다기를 덮는 덮개)의 밑에서부터 위 끝까지~천천히! 손가락을 다 모으고!"


그렇게 연습을 해서 다도 대회에 나가면 한 타임당 4~5명의 아이들이 다도를 한다.


두 손을 모아 공수하고, 참한 표정을 지으며 앞의 손님에게 인사한다. 다포의 밑부터 손가락으로 조심스레 쓸어 올려 고이고이 접는다. 차를 따르기 전, 찻잔을 한 번씩 뜨거운 물로 씻어준다. 다건(차수건)으로 닦는 것도 필수다.

그런 다음, 차시(차 숟가락)로 차를 떠서 다관에 넣고 물을 붓는다. 잠시 기다린 후, 앞에 놓인 찻잔 3개에 3번에 걸쳐 조금씩 나눠 따른다.


"차 드세요."


앞에 앉은 손님에게 웃는 미소로 마무리하고 무대 아래에 심사위원들에게 눈빛 한 번 날려주면 다례가 끝이 난다.


앞에 앉은 손님들은 대부분 차 선생님이거나 차 어르신이었는데 그분들을 앞에 모셔놓고 차를 따르려니 이마에 땀이 절로 났다.


대회를 마치고 나면 늘 아빠가 흐뭇한 얼굴로 쳐다보곤 하셨는데, 나도 상을 받긴 했다. 참가상.







화개중학교 다례교육을 도맡아 했던 녹산다인회
쌍계명차 김동곤 대표님의 차(茶)교육

중학교에 들어가서도, 차(茶) 교육을 한다.


위의 사진은 쌍계명차(구 쌍계제다)의 김동곤 대표님이 강의를 하고 있는 모습이다. 학교의 강당에 모여 차가 처음 시작된 유래부터 그 옛날 초의선사님의 이야기까지 들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 당시에도 하동에서 가장 큰 규모로 차 생산을 하고 있던 쌍계제다에 가서 다도 교육을 받곤 했다. (습하고 비 오는 날, 학생들이 우르르 몰려가 쌍계제다에서 차를 마시던 기억이 있다.)



일주일에 한 번, 화요일 4교시는 늘 '다도'시간이었다. 당시 차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모임이었던 녹산 다인회에서 다도교육을 도맡아 했다. 우리들은 다도 시간이 좋았다. 국영수 과목이 아닌, 다도 시간은 친구들과 즐겁게 대화하며 차 마시고. 무엇보다 다도 시간이 끝나면 늘 점심시간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화개는 학생 수가 많이 줄어들어, 다도교육과 다도 대회를 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어릴 때 다도 교육을 받은 것이 지금은 기억에 많이 남고, 즐거웠던 추억이 되었다.


하동의 차(茶) 교육이 멈추지 않고 계속되기를 바라며... 나의 아이들에게도 다도를 가르쳐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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