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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수가 만든차를 스쳐간 인연-용담 아저씨

지금, 어디에 계시더라도 잘 지내세요!

by 안온



"엄마, 용담이 아저씨 연락돼?"


"아니. 저번에 한 번 그때 번호로 전화해봤는데 아니더라고. 번호가 바뀌었는지 어떻게 잘 사나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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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용담 아저씨. 잘 지내시나요?



언젠가 나의 초등학교 일기장을 펼쳐본 적이 있다. 1학년 때부터 6학년 때까지의 일기장을 모두 모아놓았던 엄마. 나는 어느새 유년시절 속으로 빠져들어가고 있었다.


내 일기장에 숱하게 등장했던 제목.


'녹차 만들기' '오늘은 차를 만들었다' '차를 만들어서 아빠가 통닭을 시켜줬다.'등등.

그 사이사이 등장했던 인물이 용담이 아저씨다.


'구용담 아저씨가 왔다.' '용담이 아저씨는 나 말고 현숙이 언니를 좋아해.' '용담이 아저씨 보고 업어달라고 했다.'


20년은 지난 것 같은데, 나는 아직도 아저씨가 입던 옷과 냄새를 기억한다.


자주색 생활한복에 초록색 조끼. 하얀 피부에 바보 같이 해맑게 웃으며

"승희야~ 안녕?"느릿느릿하면서도 다정한 말투.




아저씨에게선 포근하고 따뜻한 냄새가 났다.


아저씨는 5년 정도 매년 녹차 철에 우리 집에 와서 일을 하셨다. 나는 아저씨가 좋았다. 당신은 마른 몸이었지만, 통통했던 나를 업어주시는 것도 좋았고. 웃긴 농담을 하며 허허 웃어넘기는 것도 좋았다.

참으로 의아했던 건, 그 누구도 아저씨의 나이를 몰랐다는 것이다. 그 당시 30대 중반처럼 보였던 것 같은데, 누구는 아빠보다 나이가 많다고 하고 누구는 더 어리다고 하고. 하지만 그게 중요한 문제는 아니었다.




지금은 뭐하고 계실까?


대구 근처에 사신다고 이야기만 들었는데, 엄마 아빠도 연락이 끊겨서 참 아쉽다고 했다. 그때 참 재미있었는데... 하며.


한 달 동안의 녹차 철에도 큰 짐 없이 검은색 백팩 하나만을 들고 오셨던 아저씨.


모암마을의 모든 아이들이 좋아했던 용담 아저씨.


아저씨의 품은 참 따뜻했는데.


어린 날, 차 만드는 4-5월엔 늘 아저씨가 있었다.




언젠가 꼭 한 번 뵐 수 있기를.

용담이 아저씨! 지금 어디서 뭘 하고 계시든, 잘 지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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