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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모루 Oct 20. 2024

혼자 소리내어 웃었다

이른 아침 개산책을 마치고 지하주차장에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릴 때면 마음이 조마조마하다. 출근하는 다른 주민과 마주칠까 봐서다. 열두 살 먹은 내 늙은 개는 때때로 낯선 사람이 자신을 쳐다본다는 이유만으로 짖어댔다. 개 짖는 소리가 고요한 새벽의 정적을 깨는 게 나는 영 마땅치 않았다. 형부의 어머니가 몇 달 전 세상을 뜨고 그녀의 열 살 된 보더콜리 솔이까지 맡게 된 이후 엘리베이터 타기는 전보다 더 어려워졌다. 나와 두 마리 개들만으로도 엘리베이터가 꽉 차버리는 바람에 다른 사람과 함께 타게 되면 눈치가 보이는 것이다. 개를 데리고 엘리베이터를 탈 때면 귀를 쫑긋 세워 기척이 있는지 살피게 되었다. 지어진 지 삼십 년 된 목조 건물은 낡아빠졌지만 덕분에 복도와 계단에서 걷는 소리, 엘리베이터가 오르락내리락하는 소리가 다 들리기 때문에 동태를 살피기에는 유리한 구석이 있었다.





오늘 아침 주차장과 아파트 복도는 조용했다. 나는 재빨리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다. 바로 앞의 사람이 주차장에서 내렸는지 곧장 문이 열렸다.

나는 속으로 럭키!를 외치며 개들과 함께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일단 엘리베이터에 오르면 어느 정도 긴장을 내려놓을 수 있다. 내릴 곳은 2층이어서 지하주차장에서 단 두 층만 올라가면 되고 우리 집이 있는 라인의 이웃은 대부분 은퇴한 노인들로 이른 새벽에 출근하는 사람은 없었다.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길 기다렸다. 수분 간 낯선 정적이 흘렀다. 문은 그대로 열린 채 엘리베이터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멍하니 있던 나는 화들짝 놀라 닫힘 버튼을 발작적으로 눌러댔지만 문은 닫히지 않았다.

개들은 의아한 표정으로, 눈을 꿈쩍꿈쩍하며 나를 올려다봤다가 문 쪽을 바라봤다가 했다. 평상시라면 문이 닫히고 움직여야 하는 엘리베이터가 꼼짝도 하지 않으니 개들도 당황스럽긴 매한가지였다.

조급한 마음이 들어 주위를 자세히 살펴봤다. 늙은 개가 다른 때와 달리 조금 앞 쪽에 서있었다. 개의 길쭉한 주둥이가 문이 닫히는 공간 3분의 일 지점까지 나와 있었다. 엘리베이터의 안전 센서가 개의 삐죽 튀어나온 코를 장애물로 인식한 것이다. 우리는 그것도 모르고 한참을 엘리베이터 안에서 우왕좌왕하고 있었다.

서둘러 목줄을 끌어당겨 개를 뒤로 물렸다. 마침내 문이 닫히고 엘리베이터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나는 안도했고 의아해하던 개들은 금방 무심한 표정으로 돌아갔다.





방금 전의 상황을 떠올려 보니 우습기 짝이 없다.

문이 열린 채로 한동안 멍하니 기다리고 있던 꼴도, 사람이나 개나 당황하여 멍텅구리 같은 표정으로 서로를 쳐다봤던 것도, 엘리베이터 문 너머로 빼꼼히 나와 있던 늙은 개의 기다란 주둥이조차 그랬다. 바보스럽고 우스꽝스러웠다. 나는 하하 소리 내어 웃었다. 그런 나를 개들은 다시 의아한 눈초리로 올려다봤다.

"너무 바보 같아서 웃기지 뭐야. 그렇지 않아?"

괜스레 민망해진 나는 개들에게 되지도 않는 말을 지껄였다. 물론 개는 말을 못 하니 아무 대답도 들을 수 없었다.

문득 내 입에서 흘러나온 '하하하'하는 웃음소리가 퍽이나 낯설고 부자연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리 내어 웃은 것이 실로 오랜만이었다. 근래에 나는 웃을 일이 별로 없이 지내고 있었던 것이다. 엘리베이터 문이 다시 열렸고 개들은 집 쪽으로 알아서 척척 걸어갔고, 그다지 웃을 일이 없던 나는 약간 서글픈 심정이 되어 그 뒤를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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