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에 오고 나서 한동안은 도영버스를 타고 출퇴근했다. 회사가 있던 오다이바까지는 대략 1시간 정도 걸렸다. 처음에는 시간이 길게 느껴질 것 같았지만, 버스 안에서 일본어 공부를 하다 보니 그리 지루하지 않았다. 가끔 회사 사람들과 마주쳐 짧은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출근길에는 한 가지 불편함이 있었다. 집에서 회사까지 직행 버스가 없어서 중간에 한 번 갈아타야 했다. 환승 정류장까지 걸어가 다음 버스를 기다리던 어느 날, 인상적인 장면을 목격했다.
한 정복 차림의 버스 기사 아저씨가 앞문에서 내리더니 손에 큰 판을 들고 버스 뒷문으로 향했다. 그가 설치한 판은 버스와 인도 사이의 틈을 메우는 이동 경사로였다. 휠체어를 탄 승객이 버스를 탈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였다.
그는 휠체어를 조심스럽게 버스 안으로 밀어 넣고, 장애인 우대 좌석까지 안내한 뒤, 휠체어가 흔들리지 않도록 벽면에 있는 안전벨트를 체결해 주었다. 그런 다음, 다시 앞문으로 돌아가 운전석에 앉아 출발했다.
놀라웠던 점은 주변 사람들이 이 광경을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었다는 것이다. 아무도 조급해하거나 불편해하는 기색이 없었다. 그저 조용히 기다릴 뿐이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자주 보았으면 하는 풍경이었다.
버스뿐만이 아니었다. 도쿄의 지하철(전철)에서도 비슷한 광경을 자주 볼 수 있었다. 미리 연락을 받은 역무원이 휠체어 이동용 경사로를 들고 나와 기다리고 있다가, 승객이 안전하게 승하차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이처럼 세심한 배려가 생활 곳곳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는 모습을 보며, 일본이라는 나라에 대한 호감과 호기심이 깊어지기 시작했다. 나를 10년간의 일본생활로 이끈 이유 중 하나 일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