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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탠저린 Jul 13. 2022

정신을 차려 보니 아프리카로 향하고 있었다

#11  요하네스버그, 남아프리카 공화국



1  상상은 현실이 된다



신이 내린 자연의 종합 선물세트라는 아프리카는 가고 싶은 대륙 중 1순위였지만, 6년 전만 해도 혼자 아프리카 여행을 간다고 하면 한 명도 빠짐없이 말리기 일쑤였다. 그도 그럴 것이, 인터넷에 아프리카 여행담을 찾아보면 실화인지 아닌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극악의 괴담이 넘쳐났다.





아프리카 강도는 일단 죽이고 돈을 뺏는다. 사람 죽이는 건 일도 아니다.

버스나 숙소에서도 괴한에게 살인을 당할 수 있다. 안전한 곳은 없다.

3명이 함께 여행을 갔는데 돌아온 건 혼자였다. 아프리카에서 실종되면 뉴스에 나오지도 않는다.

아프리카 여행 후기가 없는 것은 돌아온 사람이 없어서다.



이 정도의 여행담이라면 포기할 법도 했지만 내 안에는 아직 배낭여행자의 피가 끓고 있었고, 새로운 대륙에 대한 호기심과 열망을 잠재우기란 쉽지 않았다.


배낭여행을 몇 번 다녀온 후로 내겐 습관이 하나 생겼는데 시간이 나면 항공권 검색 사이트에 들어가 목적지를 'everywhere'로 두고 이리저리 검색해보는 것이었다. 당장 갈 곳이 아니더라도 낯선 나라가 리스트에 나타나면 그곳에 있을 나를 그려보며 상상하는 것을 즐겼다.


그러던 어느 날, 여느 때와 다름없이 무심코 들여다보던 사이트에서 정말 좋은 조건의 남아프리카 공화국 왕복 티켓을 발견했다. 이날은 이상하게도 상상으로 끝나지 않았다. 무엇에 홀린 듯이 몇 차례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곧 3주 뒤 케이프타운으로 향하는 e-ticket이 메일함으로 전송되었고, 정신을 차려보니 꿈에 그리던 아프리카행 비행기에 타고 있었다.






당시 국내에는 아프리카 여행에 대한 가이드북이 거의 없었다. 여행 관련된 가이드북을 잘 사지 않는 편이지만 왠지 이 미지의 대륙을 탐험하기 위해선 가이드북이라도 있어야 할 것 같았다. 일종의 보험이랄까. 아마존에서 'Lonely Planet'의 가이드북을 주문했다. 하지만 역시나 필요가 없었다. 너무 많은 정보가 담겨 있어 오히려 혼란스러웠기 때문이다.



* Nomadic Matt

아프리카 여행을 준비하며 가장 도움이 되었던 건 여행가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이기도 한 'Matt'가 설립한 'Nomadic Matt'라는 여행 정보 사이트였다. 개인적인 견해지만, 한국에 네이버 여행 카페가 있다면 서양 친구들에게는 이 사이트가 있었다. 특히나 아프리카와 동남아시아에 대한 생생한 후기가 상당하다.





2   MISSION :  I'M POSSIBLE



인천공항에서 케이프타운까지 비행시간은 22시간 40분. 한국에서 금요일 저녁에 출발하면 현지에는 토요일 오전에 도착한다. 오전에 도착하면 안전하기도 할뿐더러 하루를 온전히 사용할 수 있어 많은 이들이 선호하는 여정이다.


한국에서 케냐로 가는 직항이 없어진 뒤로 아프리카를 가기 위해서는 환승이 불가피했다. 수많은 환승 비행기들이 모이는 허브 공항이 있는 홍콩, 남아공의 수도 요하네스버그를 거쳐 최종 목적지인 케이프타운까지 두 번의 환승이 필요하긴 했지만, 환승시간도 모두 2시간 이내로 퍼즐같이 잘 맞춘 항공편이라 생각했다.






2월의 아프리카는 여름이라 많은 짐이 필요하지 않아, 기내용 캐리어를 가져갔다. 카운터에서 티켓을 뽑아주던 직원은 두 번째 환승구간인 요하네스버그에서 짐을 찾아 다시 부쳐야 한다고 했다. 캐리어를 가지고 탈지 부칠 지 잠시 고민하다 가방 안에 넣어둔 액체류가 생각나 그냥 부치기로 했다. 작은 힙색에 여권과 지갑, 카메라만 넣어 출국장으로 들어왔다.


홍콩으로 가는 비행기를 타기 위한 탑승구 앞에는 수많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금요일 밤 비행기라 그런지 만석인 듯하다. 캐리어를 가져왔으면 분명 상단 짐칸의 눈치싸움을 했을 터, 아무래도 수하물로 부치길 잘했다.


그런데 탑승 시각이 지나도 전광판에는 ‘delayed’라는 알림만 뜬 채 비행기가 출발할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다. 홍콩에서의 경유 시간은 단 1시간 20분. 다음 비행기를 놓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비행의 신은 나와 다른 곳을 여행 중이신가 보다. 그렇게 40분의 기다림과 함께 탑승한 비행기에서 혼자만의 미션 임파서블이 시작되었다.



기내 안에서 미리 저장해둔 환승 경로 사진을 보며 주어진 시간 동안 어떻게 할지 시뮬레이션해 보았다.


1.  홍콩에서 경유시간은 단 40분이다.
2.  죽어라 뛴다.



불행 중 다행인지 이코노미석 중에서도 앞 줄로 체크인한 덕분에 빠르게 내릴 수 있었다. 공항까지 이동하는 셔틀에서 내리자마자 환승 게이트를 향해 있는 힘껏 뛰었다. 주특기인 달리기를 다른 곳도 아니고 매번 이렇게 공항에서 사용할 줄이야. 목에서 피맛이 났다.


요하네스버그로 향하는 남아프리카 항공 탑승구에 가까이 가자 방송에서 익숙한 이름이 나오고 있었고, 나를 애타게 찾는 승무원들이 마중 나와 있었다. 공항 여기저기를 두리번거리던 그들의 시선이 저 멀리서 탑승구를 향해 뛰어오고 있는 나에게 집중되었다. 마치 '너야? 우리가 찾는 승객이?'라는 눈빛으로.


"맞아요, 죠벅(요하네스버그) 그거... 저예요." 가쁜 숨을 몰아쉬손가락으로 나를 가리킨 채 그들을 향해 뛰어갔다.






한국 시간으로 자정에 가까운 시간, 홍콩 공항을 질주했다. 뛰느라 에너지를 소비한 덕에 13시간이 넘는 비행 내내 기절한 듯 잠에 들었다. 착륙을 알리는 방송에 눈을 떠보니 어느새 남아공의 수도, 요하네스버그다.



그리고 아직 미션은 끝나지 않았다.





남아프리카 항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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