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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섬 Sep 20. 2022

사람 냄새

소시오패스와 매력

이 복잡한 세상에서 '사람 냄새'가 난다는 말은 어느덧 옛말이 되었다. 사람 냄새가 가장 많이 나는 곳을 물어본다면 대부분은 시골이 먼저 떠오를 텐데. 시골도 예전 같지 않고 삭막하다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났다. 또 시골 인심이 고약해졌다는 소리도 종종 들렸다.






소시오패스를 구분하는 기준을 담은 심리상담가 박상미 교수의 동영상을 흥미롭게 본 적이 있다. 이기주의나 개인주의는 이제 우리 사회에 자리 잡은 지 오래여서 주변을 둘러보면 심심찮게 만날 수 있지만, 왠지 소시오패스라 하면 낯설고 섬뜩한 기분이 먼저 드는 건 사실이다.


요즘 인간관계로 속을 끓이거나 상처받아 우울증에 빠지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데 때마침 영상 속 심리상담가는 소시오패스의 유형을 미리 파악해서 내가 끊을 사람, 거리 둘 사람, 좀 더 지켜볼 사람을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상미 교수가 말하는 소시오패스의 유형을 요약하면 대략 이러하다.

마음이 너그럽고 베푸는 사람처럼 행동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항상 계산적이다.

카리스마 있고 리더십이 강해 보이지만 포장과 허세가 심해 거짓말에 능하고 양심의 가책이나 죄책감을 못 느낀다.

자기의 잘못이 들통나면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며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여 반드시 복수한다.

무슨 말을 해도 '나 그거 알아'라고 말하며 자신을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상대를 반드시 이겨야 하는 대상으로 여긴다.

자신에게 이득이 되는 사람을 우선 만나고 시간을 할애하기 때문에 약속을 자주 어기지만 미안해하지 않는다.


사이코패스와는 달리 자신의 범행을 인지하는 반사회적인 인격 장애가 소시오패스다. 그동안 교과서적인 사고방식에 사로잡혀 소시오패스는 나와 거리가 아주 먼 특정 문제점을 소유한 자에게만 나타나는 정신병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영상을 보고 많은 생각에 잠기게 되었다. 소시오패스는 어떤 특정 인물에게만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오래전 우리 생활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 내 안에 익숙하게 자리 잡았는지도 모른다. 나 자신도 누군가에게 사람 냄새를 풍기지는 못할망정 소시오패스의 모습을 보여주지는 않았을지 걱정에 속이 버글거린다.

 





어떤 사람에게 사람 냄새가 나는 걸까?

나에게 넌지시 질문을 던졌다.

그동안 나를 스쳐 간 인연들의 얼굴이 하나씩 하나씩 떠올랐다.

최근 들어 사람 냄새가 난다며 남편과 우스갯소리를 했던 적이 있었다.


추석을 맞아 딸네 집에 방문한 친정엄마와 동생을 대접하기 위해 맛집이라고 소문이 자자한 제법 규모가 큰 고깃집에 식사하러 갔다. 밥은 나중에 먹고 고기로 배를 채우자는 주의인 우리는 인원보다 훨씬 많은 양의 고기를 소진하고 있었다. 맛은 있었지만 주문한 고기마다 비계가 많아 보였다. 꽤 많은 인분의 고기를 시켰지만, 비계를 잘라내니 억울한 감이 들었는지 동생은 참다 참다 아르바이트생을 붙들고 비계가 많다고 항의했다.


그러자 한 남자가 다가왔다. 자신을 사장이라 밝힌 그는 다른 음식점 고기와 비계가 두꺼운 고기의 차이점을 설명해 주었다. 그러고는 가족이 모처럼 명절에 외식을 나왔는데 고기가 마음에 들지 않아 기분이 상하지는 않았느냐며 죄송하다는 사과와 함께 고기 2인분을 서비스로 주었다. 젊은 사장의 얼굴에는 미소가 떠나지 않았고 말투도 정중하면서 친절했다. 마음이 훈훈해진 우리 가족은 젊은 사람이 장사를 참 잘한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리고 있는 사장의 태도가 영원히 발길을 끊을 뻔한 고객의 마음을 다시 돌리게 했다.


상대가 언짢아서 화가 나 있을 때 그것을 들여다보고 인정하거나 사과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것은 아무나 할 수 없고 큰 용기를 내야만 한다.





나는,

익숙한 사람이 무조건 잘해준다고 해서 사람 냄새가 나지는 않았다. 오히려 한 번도 대면한 적 없는 생판 남이 내가 곤란하고 어려운 상황에 놓인 것을 보고 그냥 지나치지 못하여 스스럼없이 도와주었을 때 진심 어린 감사의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

묘하게 사람들은 기쁠 때 같이 축하해주고 기뻐해 주는 사람보다 난처한 상황이 불시에 닥쳤을 때 도와주는 사람에게 고마움의 눈물을 쏟고 진한 사람 냄새를 느낀다.


요즘에는,

미리 설정된 상황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행동하는지 몰래 실험하는 동영상을 즐겨본다. 그 영상 속 사람들을 보고 있으면 아직은 이 사회에 따뜻하고 정의로운 사람들이 많이 존재한다안도감이 들고 가슴 뭉클한 감동을 느껴서 좋다. 우리 주변에서 찾아보기 힘든 사람들을 동영상으로 대신하면서 마음의 위안을 찾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가끔은,

매력이 있는 사람에게 사람 냄새가 나기도 한다. 꾸밈이 없는 있는 그대로의 순수한 모습에 매료되고 끌린다. 그런 사람은 습관처럼 상대를 배려하는 것이 몸에 배어 있다. 늘 얼굴에서 미소를 떠나보내지 않는다. 상대의 말에 두 귀를 쫑긋 세우고 맞장구를 쳐주는 센스까지 넘친다. 거기에 따뜻한 질문을 주어 언제나 관심받고 있다는 느낌까지 안겨준다.

'그게 무슨 매력이야?' 의아해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안타깝게도 사람 대부분은 남들에게 관심도 배려도 없다. 말로는 쉬워도 아무나 되지 않는 일이라서 그것을 해내는 사람은 매력적이다.


언제부터인가,

'아이답다'라는 말을 좋아하게 되었다.

아이는 아이답고, 어른은 어른답고.

하지만 이 세상에는 아이답지 않은 아이가 너무 많고 어른답지 못한 어른이 넘쳐난다.

아이답지 않은 아이를 보며 부모는 좋아하고 어른답지 못한 어른을 보며 아이들은 커나간다.

각자가 살아가는 방식이라고 하지만 애석하게도 점점 사람 냄새를 맡기는 어려울 듯하다.


때로는,

노력하는 사람에게 땀으로 얼룩진 향기로운 사람 냄새가 느껴진다. 어설프고 잘하지 못해도 '하하'하며 물어보고 미안해하는 사람에게 자연스레 눈길이 가고 도와주려는 마음과 손길이 뻗는다. 넘어져도 계속 시도함으로써 게으르지 않고 정진하는 모습이 매력으로 다가온다.






유독 사람 냄새가 그리운 날이 있다.

편하게 속내를 털어놓고 위로받고 싶은 날.

휴대폰 연락처를 이리저리 훑다가 곧 멈춰버린다.


남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건 상당히 피로도가 높다는 걸 알기에 이제는 가급적 그런 시간을 갖지 않으려 한다. 내가 누군가의 감정 쓰레기통이 되는 것도 두렵지만 나의 감정을 누군가에게 버리는 민폐를 끼치고 싶지 않아서이다.


단 5분간 말없이 있어도 전혀 어색하거나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 편한 친구가 있으면 좋겠다. 그러려면 내가 먼저 사람 냄새를 풍겨야 하지 않겠는가.

누구나 매력은 있다. 자신만 그것을 모를 뿐이다.




힘든 하루하루 나는 너를 알고 난 후

모든 것들이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 yeah

힘든 하루하루 나는 너를 알고 난 후

모든 것이 다 숨을 쉬며 살아가
<사람냄새 - 정인, 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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