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종 드 히미코
"오다기리 조는 신이 환생한 인간이야."
A는 흥미 없는 표정으로 내 말을 흘려듣는다. 나는 휴대폰 화면에 오다기리 조의 사진을 띄우며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A의 반응은 차갑기만 하다. 나는 괜히 입을 삐쭉 내밀며 그녀를 째려본다. A는 고개를 저으며 마지못해 내 어깨를 가볍게 토닥인다. 나는 여전히 입을 삐죽 내민 채 어두운 방에 자리 잡는다. 우리는 아무 말 없이 함께 영화를 틀었다.
주인공 시오리는 늘 바쁘다. 돌아가신 어머니의 채무를 갚기 위해 편의점 아르바이트와 건설업체 사무직을 병행하며 하루하루 겨우 살아간다. 어느 날, 그녀에게 낯선 남자 하루히코가 찾아온다. 그는 몇 년 전 가족을 버리고 떠난 게이 아버지, 사애키의 애인이라고 소개한다. 사오리는 그 말에 당황스럽지만, 사애키가 암에 걸렸고,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듣게된다. 하루히코는 그녀에게 아버지의 마지막을 지켜보며, 게이 실버타운인 메종 드 히미코에서 일해보라고 권유한다. 유산을 받을 수 있다는 말에 흔들린 사오리는, 결국 일주일에 한 번씩 아버지를 만나러 가기로 한다.
처음 히미코에 발을 들인 사오리는 나이 든 게이들에게 마음을 닫는다. 아버지에 대한 증오와 상처가 가득했던 그녀는, 그들에게 차가운 말로 상처를 주고, 혐오 섞인 시선을 보낸다. 그러나 그들은 오히려 사랑과 온기로 그녀를 환대한다. 차츰, 사오리는 그들의 진심을 느끼며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하고 오랫동안 쌓였던 아버지에 대한 오해를 풀게되며 사오리는 그를 용서한다.
한편, 그녀를 조심스레 사랑하게 된 하루히코는 자신의 정체성과 육체적 관계를 맺을 수 없는 현실에 괴로워한다. 그 감정은 말로 표현되지 않지만, 사오리와의 관계에서 점점 더 커져만 간다. 결국, 아버지의 죽음과 함께 사오리는 히미코를 떠난다. 하지만 그녀를 그리워하는 히미코의 사람들은 건설업체로 연락을 해온다. 건물 벽에 낙서를 핑계로 말이다. 사오리는 그들에게 다시 돌아가기로 결심한다.
자극적으로 보일 수 있는 퀴어라는 주제를 무겁지 않게 풀어낸 이 영화는 성소수자를 그저 차별받는 나약한 존재로 그리지 않았다. 그들도 억울할 때는 화를 내고, 서로 좋아하는 음식을 함께 나누며,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웃는다. 자신들에게 저주를 퍼붓는 사람에게도 거리낌 없이 다가가 떡을 빚는 법을 알려준다.
그들은 소외된 자리에서 누구보다
자유롭고 당당하게 살아간다.
보고 싶어 했던 사오리가 찾아오자, 그들은 애정이 가득 담긴 눈빛으로 장난스럽게 키스를 요청하며 입술을 내민다. 그들의 눈빛 속에 담긴 그 따뜻함과 애틋함을 누가 감히 손가락질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