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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온 Oct 27. 2024

맞아도 죽어도 혼자가
되지만 않는다면 괜찮아

혐오스러운 마츠코의 인생



인간의 가치라는 건 누군가에게 뭘 받았냐가 아니라,
 누군가에게 뭘 해줬냐는 거겠지.


아버지에게 사랑받기 원했던 마츠코는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인해 직장에서 해고당하고 가족들과도 인연을 끊게 된다. 이후, 마츠코는 다양한 남자들과의 복잡한 관계를 통해 사랑을 찾으려 하지만, 반복되는 배신에 점점 더 깊은 절망에 빠지게 되며 결국 감옥까지 가는 신세가 된다.


번복되는 사건사고들로 피폐해진 그녀의 삶은 파멸로 치닫았지만 그럼에도 살고자 했던 그녀는 결국 얼굴도 모르는 아이들의 손에 들린 쇠파이프에 머리를 가격 당한다. 존재하지 않는 다정한 가족들과의 모습을 상상하며 마츠코는 숨을 거두며 뮤지컬과 같은 그녀의 영화는 끝이난다.





백수 생활을 전전하는 쇼는 아버지에게 고모 마츠코의 유품 정리를 부탁받는다. 아버지는 누나의 삶을 그저 "시시하다"고 일축하며 그저 담담하게 그러나, 어딘가 한심함이 배어 있는 말투로 그녀의 인생을 평가한다. 유품을 정리하던 쇼는 마츠코의 어린 시절 사진 속 일그러진 표정을 발견한다.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지어낸 그 멍청한 얼굴은 그녀가 가질 수 있는 유일한 무기였다. 사랑받고 싶어서, 아버지의 눈길을 한 번이라도 더 받기 위해서 마츠코는 몇 번이고 얼굴을 구부린다. 사랑했던 남자들에게 수차례 버려지고 배신당한 마츠코는 매번 버려지더라도 또다시 완전한 사랑을 갈구한다. 너덜너덜해져 걸레짝이 된 거울 속의 자신을 보지 못하고 날아오는 주먹에 코피가 흐르더라도 그녀는 상관없었다.

그저 혼자가 아닐 수만 있으면 참을 수 있었다.
어쩌면 다자이 오사무의 환생은 그녀였을지도.





간절히 사랑받길 원했음에도 정작 그 사랑이 두려웠던 마츠코는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묻는다.


"내가 그렇게 싫었어?"

철저하게 고독 속에 갇혀 있던 그녀는 죽고 나서야 비로소 그 고통스러운 삶을 이해받게 된다. 모든 것을 뒤로하고 세상을 떠나면서도 마츠코의 마음에는 여전히 아버지의 미소가 맴돌고 있었다. 그녀의 인생은 말 그대로 혐오스럽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다시 말하자면, 마츠코를 둘러싼 모든 것들이 혐오스러웠다. 우리 모두 그녀에게 아주 조금만 더 따뜻할 수는 없었을까.





유일하게 자신을 어떤 조건도 없이 사랑해 주었던 친구 메구미와 함께 케이크를 입에 물고 장난을 주고받는 장면에서 마츠코의 표정을 한동안 유심히 바라보았다. 복숭아 같은 그녀의 수줍은 미소도, 억척스러운 그 표정들도 그 누구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사랑스러운 그녀에게 말해주고 싶었다. 혐오스러운 삶을 살았던 너를 너무나 사랑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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