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친구 어둠(Orion and the Dark)
고요한 침묵을 깰 수 있는 유일한 것은 유튜에서 흘러나오는 모닥불 소리뿐이다. 불 꺼진 작은 방구석에 놓인 오렌지 빛 조명을 켜고 의자에 몸을 기대며 캔들에 불을 붙인다. 책을 읽으며 좋아하는 문장을 다듬어놓은 연필로 밑줄을 긋는다.
그 순간 나는 가장 살아있음과 함께 살고 싶다는 욕망이 끓어오른다. 현실의 치열함, 소비된 나, 너무 많은 소음들에 침식될 것만 같은 오늘을 위로해 주었던 것은 어두운 밤이었다.
어둠과 밤을 두려워하는 주인공 오리온은 실제로 어둠을 만나고 둘은 함께 여행을 떠나게 된다. 그 과정에서 자신이 가진 오해와 두려움을 마주하고 어둠이 가진 모든 것들을 수용하며 소중한 친구가 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따뜻한 영화다. 영화는 두려움에 대한 자연스러운 감정을 애써 무시하려는 자세를 보이지 않는다. 극복이라는 말도 개인적으로는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그 무엇 하나 옳고 그른 것을 정의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진짜 이야기라는 것은 결국, 자신의 이야기만이 자신에게 도움이 된다는 뜻이지 않을까?
일회성으로 감성을 자극하는 에세이들과 공장식으로 쏟아져 나오는 자기 개발서에게 위로를 받기 위해 그들이 만든 리그에 들어가 봤자 거기에는 내가 찾는 해답은 없었다. 진짜로 원하는 것은 내 낡은 주머니에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 건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나와의 결함을 마주했던 순간,
소중한 사람들과 마셨던 모스카토,
진부해진 단어들은 밀어버린 채
나누었던 유쾌한 대화,
서로를 위해 울어줬던 시간,
나를 둘러싼 모든 것들과 관계를 맺을 수 있었던 순간들은 쏟아지는 별들이 있는 밤이었다. 깊은 밤이 별이 빛나는 밤만이 나의 고유성을 인정해 주었고, 어둠을 통해 내가 가진 최선의 것을 가져올 수 있었다. 밤이 선생이라고 했던 황현산 작가의 책이 어디 있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