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의 쉐프
더 이상 못해먹겠어요.
아무것도 없는 눈밭을 허우적거리며
소리 지르는 남자의 곡성으로 영화는 시작된다.
펭귄도, 바다표범도 없는 극한의 남극기지의 8명의 대원들이 있다. 그들이 일본으로 돌아갈 디데이는 약 414일. 기상학자 대장, 빙하학자 모토, 빙하팀원 니이얀, 차량담당 주임, 대기학자 히라, 통신담당 본, 의료담당 닥터, 그리고 조리담당 니시무라.
바이러스조차 살 수 없는 이곳에서 지내는 이들의 식탁은 어느 고급 레스토랑보다 부럽지가 않다.
하염없이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이들의 기억들은 조금씩 희미해진다. 보고 싶은 가족들, 평범했던 일상들을 그리워하면서도 그들은 현재에 잠식당하지 않고 작은 것에도 기뻐하며 다가오는 매일을 축제로 만든다. 현재를 한탄하는 대신 마주하게 될 미래의 상상하며 니시무라가 만든 오늘의 식사를 기대한다. 때로는 서로를 원망하고 벗어날 수 없는 현실에 괴로워한다. 그럼에도 그들은 다시 기타를 들고 노래를 부른다. 그리고 나는 나에게 질문한다. 너는 과연 오늘을 살았냐고, 나에게 오는 모든 것들을 환대했냐고. 현재를 희생하면 밝은 미래가 당연히 찾아올 것이라는 얕은 자기 위로에 빠져 소중한 것들을 지나치고 있지 않냐고.
오늘의 저녁메뉴는 닭 새우라는 말에 다 함께 새우튀김을 상상하며 새우튀김 합창을 부른다. 날요리를 주장한 니시무라의 의견은 가볍게 기각된다.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이 그들을 바라보지만 그들의 머릿속에는 오직 여덟 개의 갓 튀긴 새우튀김뿐이다. 무성한 털로 둘러싸인 꾀죄죄한 아저씨들을 작은 병아리처럼 사랑스럽게 느껴지는 건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