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너 조제, 호랑이 본 적 있어?
시작은 몇 년 전 버스정류장에서
친구가 나에게 던진 말이었다.
본 적은 있었다. 단지 영화가 아닌 핀터레스트에 떠돌아다니는 감성 가득한 사진들, 휠체어를 탄 여자와 그녀를 지탱하며 달리는 남자의 사진을.
친구는 나에게 꼭 봐야 한다며 신신당부를 하며 자신의 느낀 감정들을 조목조목 이야기해 주었다.
하지만 가상에서 만들어진 남녀 간의 사랑에 큰 관심이 없던 나는 친구가 느낀 감정에 대해 궁금했을 뿐, 딱히 그 영화에 대해 알고 싶지는 않았다.
약 2년 뒤 한 카페에서 흘러나오는 노래가 귓가에 맴돌아 검색해 보니 데이먼스 이어의 josee!라는 곡이었다. 노래에 관한 정보에서 이 노래에 대한 영감은 조제 호랑이의 영화를 보고 만든 곡이라는 글을 읽고 그날 바로 왓챠를 뒤적이며 영화를 마주할 수 있었다. 영화가 끝나고 멈춰버린 화면을 끄지 못한 채로 사랑을 모르는 나는 그날 참 많이도 울었다.
이야기의 내용은 간단하다. 하반신 마비로 인해 세상과 단절된 할머니와 단둘이 사는 조제가 평범한 대학생 츠네오를 만나며 서로 사랑을 하다 어떤 연인처럼 시간이 지나 다른 사람들과 다름없이 헤어지는 과정을 보여주는 영화이다. 하지만 평범했기에,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사랑이었기에 이 영화가 더욱 사랑받지 않았을까.
조제의 내면의 세계를 보여주는 메타포가 되는 방들을 보며 그녀의 취향을 엿볼 수 있었다.곳곳에 쌓여있는 책들과 흩어져있는 네일들과 빈티지스러운 물건들과 함께 작은 벽장에서 책을 읽는 그녀를 바라보며 나조차 조제의 매력에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
츠네오도 같은 마음이었을까?
결국, 어떤 연인들처럼 결국 츠네오와 조제도 헤어지며 끝을 맞이하게 된다. 츠네오는 담백하게 물건을 챙기고 조제의 집을 나온다. 아무렇지 않은 듯이 내가 도망쳤다는 말을 내뱉고 새로운 연인이 될 카나에와 걷는 도중 결국 주저앉아 하염없이 무너지고 만다. 그리고 조제는 덤덤하게 전동 휠체어를 탄 채 장을 보며 스스로 요리를 한다. 구워지는 생선을 바라보며 그렇게 영화는 끝이 난다.
이 영화에서 내가 꼭 말하고 싶은 것은 그 누구도 츠네오에게 여자를 버린 나쁜 남자라고 욕할 수 없다는 것, 조제를 남자에게 버려진 한심하고 처량한 여자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그들은 서로의 선택에 충실했다. 츠네오는 이별을 끝으로 조제에 대한 사랑을 완성시킬 수 있었고, 조제는 츠네오를 통해서 자신의 결핍을 마주하고 성장할 수 있었다. 그들이 더 이상 이 사랑에 갚아야 할 빚은 애시당초 존재하지 않았다. 조제는 다가올 현실을 부정하고 외면하지 않았다. 이것이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닌 것을 알고 있었고, 오히려 담담하게 이별을 맞이할 준비를 하며 잠든 그의 입술에 키스를 남긴다. 그런 와중에도 그녀는 그녀 자신을 잃지 않았다. 그녀의 다리는 걸을 수 없을지라도 그녀는 세상에 우뚝하게 설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묵묵히 앞으로 나아가는 조제는 더 이상 츠네오가 업을 수 없는 존재일 것이다.
그녀는 더 이상
그가 업을 수 없는 존재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