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오프닝 (230410)
저녁별이 어깨에 내려앉는 퇴근길에는
마음이 얼마나 헤퍼지는지 모릅니다.
고생했다는 말 한마디에
하루의 고단함이 사르르 녹고
구수한 된장찌개 냄새에
뾰족했던 말투도
둥글둥글하게 변합니다.
나도 모르게,
고맙다, 수고했다는 말이 술술 나오고
오늘 하루도 잘 살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사람 사는 거 별거 없잖아요.
모두가 삶의 현장에서
잘~살아내느라 애쓰고 있으니까요,
재고, 척하고, 할퀴지 말고
좋은 말, 예쁜 말, 덩달아 선한 눈빛으로
우리 주변의 모든 것들을
따스히 안아주면 좋겠습니다.
퇴근길, 오후 6시에는 '세상의 모든 음악'과 '박소현의 러브게임'을 번갈아 들었다. 마음이 발랄한 날에는 러브게임을, 지칠 대로 지쳐 녹아버릴 것 같은 날에는 세상의 모든 음악을 택했는데, 대부분의 날들은 오프닝은 세상의 모든 음악, 중간 코너는 박소현의 러브게임이었다. 이유는, 오프닝 말미에 전기현 씨가 '오늘 하루도 수고 많으셨습니다.'라는 말이 너무 좋아서다. 어떤 날은 눈물이 핑 돌기도 했다. 저녁에는 별일 없어도 마음이 고단하다. 내가 오후 7시 라디오 프로그램을 맡았을 때, 나는 꼭 이 마음을 전하고 싶었다. 오늘 하루가 어땠건 간에, 잘했다고 애썼다고, 이젠 좀 쉬라고, 누가 뭐래도 당신은 그럴 자격이 충분하다고 말이다.
봄 개편 첫날 오프닝을 뭘 쓸까 한참을 고민했다. 개편이니 아무래도 새로운 출발 등의 각오와 다짐을 하기 마련인데, 하루종일 다른 프로그램의 다짐을 들어온 청취자들에게는 이 또한 피로가 될 듯해서 그저 편안하게, 애쓰셨다고 말을 열었다. 새로운 DJ에게도 이렇게 격려를 보낸다.
<사진 출처 : 픽사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