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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질토마토 Apr 25. 2023

비 오는 날의 조용한 부산함

오늘의 오프닝 (230425)




비가 후드득 떨어지면

마당에 널어놓은 빨래를 서둘러 걷고,


우산을 챙겨 오지 못한 아이들은

머리를 손으로 가리고 뛰어가고,


같이 쓰실래요?라는 말로

우산 안에 핑크빛 감정이 요동치는,

봄비가 내리는 어떤 날의 소란함.


그림같이 아름답지 않나요.     


요즘은 

이런 풍경을 보기가 어려워졌지만

봄비 오는 날에는

이처럼 예쁜 추억이 떠올라요.     

물기를 머금고 쑥쑥 자라는 나무처럼

우리도 

오늘이 지나면 

조금 더 자라 있으면 좋겠습니다   




어제부터 하늘이 키를 한껏 낮추고 있더니 아침부터 후드득 비가 온다. 진해진 흙냄새와 싱그러운 초록잎이 봄날 그 자체인 아침, 오늘이 지나면 또 얼마나 쑥쑥 자라 있을지, 연둣빛은 얼마나 더 진해질는지 기대가 됐다. 겉으론 보이지 않아도 한창 자라느라 다들 바쁘겠지? 예전에는 비가 오면 다정함이 거리에 넘쳤다. 머리에 쓰고 가던 신문지 한 장도 나눠 쓰고, 마음에 드는 사람에게 우산도 건네고, 같이 쓰자고 고백도 하고, 소란스럽고, 재미있었지. 봄비는 많은 것들을 키운다. 여전히 이런저런 감정에 휘둘리는 내게도 봄비가 좀 내리면 좋겠다. 사람을 키우는 비가 많이 기다려지는 하루였다. 갑자기 외롭다.


<사진 출처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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