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바질토마토 Oct 21. 2023

이야기를 할까? 들을까?

오늘의 오프닝 (200715)



말을 재미있게 잘하는 사람은 

심심하거나 무료할 때 생각나지만

내 말을 잘 들어주는 사람은 

힘들거나 고민이 생기면 생각나요.     


남의 말을 잘 들어준다는 것, 

쉬운 일 같지만 

막상 해보면 쉽지 않더라고요.

나를 가리고 

남을 담을 줄 알아야 되거든요.

또, 말속에 숨은 마음과 

기분도 함께 볼 줄 알아야 하기에, 

웬만한 내공이 아니고선 

힘든 일이에요.   

  

많은 사람들이

인생에 큰 고민이 생겼을 때

속 깊은 대화를 하는 것만으로도 

많이 풀린다고 합니다.   

  

혹시나, 지금 누군가 

내게 말을 걸고 싶어 한다면

아낌없이 내어주는 나무처럼

그늘 한 자락을 내어주는 건 어떨까요.

언젠가 내게도 

쉴 그늘이 필요할지도 모르잖아요?




그런 날이 있다. 카카오톡에 친구 목록을 몇 번이나 들여다봐도 "뭐 해?"라고 만만하게 연락할 사람이 없는 것 같은 날. 그런 날에는 헛헛함이 머리카락까지 차오르는 기분이다. 이상하게도 이런 날에는 친한 사람들에게는 연락을 하고 싶지 않고, 나를 잘 모르는, 적당한 친분이 있는 사람에게 연락을 하고 싶다. 적당한 가면을 쓰고, 또 적당한 대화를 하며, 나의 존재를 확인하고 싶달까. 유쾌한 대화 끝에 상대가 나를 괜찮게 여긴다는 확신이 들면 기분이 좀 나아진다. 자존감의 문제였을까? 내 안에서 뭔가가 빵빵하게 차오르면 그제야 친한 친구들에게 연락을 한다. "나 오늘 좀 힘든 일 있었어." 라며 나의 초라한 어떤 일을 털어놓으면 그 순간 기분이 괜찮아진다. 참 묘하지. 이런 감정이 뭘까? 그래서 나는 어느 날 문득, 별다른 친분이 없는 사람에게 연락이 오면 구체적으로 약속을 잡는다. "커피 한 잔 할까요?" "밥 먹을까요?" 물론 나와 다른 이유로 연락했을지도 모르지만 누군가의 마음에 그늘을 걷어줄 수 있다면, 나는 기꺼이 함께 하고 싶으니까.



<사진 출처 : 픽사베이>

이전 15화 일상을 영화처럼!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