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나누고 마음을 나누면서 밥 먹는 즐거움을 누린다.
밥상머리에서 우리는 무엇을 배우고 무엇을 가르칠 수 있을까. 밥 힘으로 사는 나에게, 아니 밥 먹는 즐거움을 매일 누리는 나에게 밥상머리 교육은 왠지 부담스럽다. 밥상머리에서까지 교육을 해야 한단 말인가. 음식을 씹고 그 맛을 느끼는 즐거움조차 허용되지 못하는 것인가. 그냥 같이 먹는 것으로는 부족한가 싶기도 했다. '교육'이라는 단어 하나가 더 들어가는 것이 왜 그리 어렵게 느껴지는지 알 수 없다. 오래전에 복잡한 마음으로 읽어서 그런지 사실 <밥상머리의 작은 기적> 책에 대한 자세한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다만 아이들이 크고 나니 함께 하는 식사시간이 많았던 것이, 그 시간에 가감 없이 나누었던 대화와 장난이 어느새 중요하게 자리 잡았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밥상머리의 작은 기적>이라는 책을 소개하는 글은 다음과 같다.
“아이의 독립성과 창의성, 밥상머리에서부터 길러진다. 아이는 책을 읽을 때보다 10배 넘는 어휘를 식탁에서 배운다."- 하버드대학 연구진 연구결과
가족과의 식사 횟수가 적은 아이는 흡연, 음주 경험률이 높다.- 콜롬비아대학 카사(CASA) 연구결과
SBS 정통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SBS 스페셜]의 최고 화제작 [밥상머리의 작은 기적]은 전통적 가치로만 여겨지던 밥상머리 교육에 대한 재조명을 시도한 바 있다.
한국에서 가족 식사 문화가 점점 사라지고 있는 사이. 미국과 일본 등에서는 현재 밥상머리 교육의 열풍이 일고 있었다. 그 바탕에는 밥상머리 교육이 아이의 두뇌 발달과 학습 능력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놀라운 연구결과들이 있었다. 하루 20분의 밥상머리 대화가 아이의 미래를 바꿀 수 있을 뿐 아니라, 부모와 아이의 상호관계를 획기적으로 바꾼다는 새로운 이론이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밥상머리 교육을 '교육'이 들어간다고 해도 어렵게 느끼지 않았으면 한다. 우선, 하루 한 끼는 가족 모두 모여 밥을 먹는 것이 중요하다. 생각보다 온 가족이 모여서 식사를 함께 하는 것이 쉽지 않다. 각자의 스케줄로 시간 맞추는 것이 어렵다. 우리 집 아이들은 학원을 다니지 않아 매일 저녁을 같이 먹는 것이 가능했다는 생각이 든다. 매일이 힘들다면 일주일에 몇 번이라도 정해 모두 모여서 먹자고 약속하는 것도 방법이다.
우리 집에서는 주로 저녁을 일주일에 3번 이상 모여 먹는다. 가끔은 만담 개그 프로그램의 한 장면이 연출되기도 하고 가끔은 진지한 시사프로그램 같기도 하다. 유치한 엄마 덕분에 말싸움이 젓가락 펜싱으로 번지기도 하고 아재 개그를 하는 둘째 때문에 순간 썰렁해지기도 한다. 어떤 모습이거나 우리 가족은 그 시간을 정말 소중하게 생각한다. 각자 하고 싶은 이야기만 해서 청취자는 없는 경우도 있지만 그냥 그렇게 웃으며 밥을 먹는다. 뭔가를 가르쳐 주지 않지만 배움이 일어나지도 않지만 마음을 나눈다. 간간이 시사적인 이야기, 사회에서 일어난 이야기, 유행하는 것들을 이야기하면서 서로 각자의 나이대와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을 가감 없이 말한다. 그러면서 도덕적인 딜레마에 대한 것도 나누어보고 정치, 역사에 대한 이야기도 슬쩍 발만 담갔다가 오기도 한다.
밥상머리 교육을 '교육'이라 생각하고 뭔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부담스럽고 어렵다. 하지만 마음을 나누는 시간이고 생각을 나누는 시간으로 보면 정스럽다. 너무 진지하게 다가서기보다 음식의 맛을 즐기고 또 평하면서 서로의 경험과 생각을 나누다 보면 의외로 많은 단어들이 나오고 그런 대화로 인해 어휘력도 향상되는 것 같다. 나는 아이들에게서 MZ 시대 언어를 배우기도 한다. 이해할 수 없기도 할 만큼 복잡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도 있고 엄청 짧고 단순한 것도 있지만 시대 간의 거리를 좁히는 시간이 되기도 한다. 재미있고 즐겁다. 밥 먹는 시간이 일방적인 잔소리를 하는 시간이 아니길 바란다. 아이 혼자 휴대폰을 들여다보면서 밥 먹지 않았으면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유달리 밥을 챙긴다고 한다. "밥은 먹고 다니니?"가 더 이상 잔소리로 들리지 않은 것은 내가 나이 먹었다는 반증인지 모르지만 그 질문에는 엄청난 마음이 들어있다고 생각한다. 별일 없었는지, 네 스스로는 챙길 여유가 있었는지, 오늘 하루 괜찮았는지 깊은 속에서 묻어 나오는 걱정과 정스러움이 있다. 밥상머리에서 교육을 하지 않아도 좋다. 굳이 밥상머리에서까지 뭔가 배움이 일어나길 기대하지 않아도 괜찮다. 우리 아이들의 마음에 가족과의 식사시간이 즐겁고 따뜻하게 자리 잡았으면 좋겠다. 그 시간이 아이들에게 힘이 되어주는 것만으로도 밥상을 함께 하는 것은 충분히 가치가 있다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