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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간칫솔이 무서웠던 날

치아가 벌어지는 게 아니라, 일상이 스캔되는 순간

by 허교수

치아가 벌어지는 게 아니라, 일상이 스캔되는 순간


치간칫솔을 처음 썼던 날을 기억한다.
치과의사인 나조차도 그 순간은 낯설고, 조금은 무서웠다.

“어? 왜 이렇게 헐거운 느낌이지?”
“이 사이… 더 벌어지는 건가?”

그때의 느낌은 아주 조용한 충격처럼 다가왔다.

그리고 놀랍게도,
진료실에서 만나는 많은 사람도 똑같이 이야기한다.

“선생님, 이거 사용하면… 이 사이 더 벌어지는 거 아니죠?”

나는 언제나 똑같은 대답을 한다.

“아니에요. 치간칫솔이 벌리는 게 아니라,
이미 벌어진 공간을 ‘알게 되는’ 거예요.”



치간칫솔은 공간을 만들지 않는다 - 공간을 ‘보게’ 할 뿐이다


잇몸이 붓고 염증이 생기면
입속 구조는 잠시 가려진다.
그러다 염증이 가라앉으면
살짝 내려간 잇몸 사이로
원래 있던 틈이 드러난다.

치간칫솔은 그 틈을 ‘발견하게’ 만드는 도구다.
치간칫솔 때문이 아니라
염증이 가라앉은 결과다.

그리고 정확히 사용하면,
그 공간은 다시 부드럽고 단단한 조직으로 회복된다.

잇몸은 ‘좁아지는’ 것이 아니라,
‘튼튼해지고(keratinized)’ 다시 버티는 힘을 갖는다.



하루 한 번이면 충분하다 - 대신 부드럽게


치간칫솔은 자주 할 필요 없다.
하루 한 번이면 충분하다.

대신 방향을 맞추고
살살, 부드럽게, 두세 번 이하만 통과시키면 된다.

과도한 힘, 과도한 횟수는
오히려 잇몸을 자극하고 피곤하게 만든다.

치간칫솔은 ‘열심히’ 하는 도구가 아니라,
정확하게 하는 도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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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가장 작은 크기(ssss, 0.4mm)에서 시작하면 좋다


귀찮다면 ‘10초 한 개 루틴’부터


누구에게나 치간칫솔은 귀찮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말한다.

“오늘은 딱 하나의 치아 사이만.”

음식물이 잘 끼는 곳,
살짝 내려간 잇몸,
임플란트 주변…

딱 한 곳만 고르면 된다.
그리고 양치 끝나고 10초—그게 전부다.

하루 한 개씩만 해도
한 달 뒤엔 치간칫솔이 낯설지 않게 된다.
루틴은 이렇게 만들어진다.작게, 가볍게, 하지만 꾸준히



치간칫솔은 잇몸의 ‘작은 스캐너’


처음 쓰면 피가 날 수 있다.
대부분은 염증 때문이다.

2~3일이면 멈추고,
멈추지 않으면
치간칫솔이 우리에게 신호를 보내는 것이다.

“여기, 조금 더 보살필 필요가 있어요.”

치간칫솔은 잇몸을 다치게 하는 도구가 아니라
내 입속 상태를 보여주는 작은 스캐너다.

정확히 쓰기 시작하면
부드럽게 들어가고
출혈은 줄어들고
잇몸은 다시 단단해진다.그 변화는
직접 해본 사람만 안다.


<허교수의 꿀팁 노트 — 치간 양치질 쉽게 시작하기>

귀찮다면 ‘하루 한 개’ 10초 루틴
음식물이 끼는 곳부터
치약 금지(마모제!)
살살·천천히·부드럽게

마무리하며

치간칫솔이 무서웠던 순간은
누구에게나 있다.

하지만 그 두려움은
도구 때문이 아니라
‘내 입속의 진짜 모습을 처음 본 순간’에서 온다.

오늘 밤,
치간 한 곳에 10초만 투자해보자.

작은 루틴 하나가
당신의 잇몸을 오래 지켜줄 것이다.



다음 화 예고

다음 화에서는
치간칫솔 사이즈 고르는 법과 실제 사용법을
사진과 함께 가장 쉽게 정리해볼 예정이다.

하루 10초 루틴!
이제 실전으로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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