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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해원 Oct 08. 2023

우리는 왜 반반이 되었나(인터뷰)

시골 여자 축구_4

© 해원



무더운 여름, 더위를 피해 새벽 축구를 하던 때였다. 그날은 아침에도 유독 더운 날이었는데, 훈련 도중 한 친구가 어지럼증을 호소하여 그늘로 피신해 수박을 먹었다. 더위에 머리가 핑 돌 정도로 운동을 하다 먹는 수박의 맛이란. ‘이렇게 맛있는 수박을 맛보게 해주는 축구라니, 축구는 정말 대단해. 역시 짱이야.’라며 속으로 혼자 요란스럽게 감동 하던 순간 이었다. 옆에서 한 친구가 “친구들은 축구 경험이 많은가 봐요. 나는 축구 하는 게 태어나서 처음이라 따라가기가 쉽지 않네.”라고 말했다. 그녀는 자신과 비슷한 또래 언니들이 더 들어와 40대의 몸으로 축구 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눌 수 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도 함께 했다. (반반 FC에서는 40대 이상 언니들도 언제나 환영입니다.)


그 말이 불씨가 되어 이곳저곳에서 그동안 겪은 축구 경험담들이 쏟아져 나왔다. 남자들이 축구 할 때 여자들은 옆에서 피구만 했다, 축구를 보는 것은 좋아했으나 뛰어 보는 것은 생각조차 안 해봤다, 짝 축구를 했는데 끌려다니는 신세가 되어 굴욕적이었다, 축구를 뛰고 싶었는데 여자라서 뛰지 못해 울었다는 이야기 까지. 대부분 자의적의로나 타의로 지금 같은 정식 축구를 해보지 못 했거나 배울 기회가 없었다는 이야기였다. 더위를 피해 잠시 쉬는 동안에도 이렇게 많은 이야기가 쏟아지는 것을 보며 더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는 그동안 여성의 몸으로 어떤 축구를 만나 왔으며 무슨 이유로 이렇게 핑 도는 더위를 견뎌가면서까지 축구를 사랑하게 되었는가. 매주 함께 달리며 느끼는 각자의 경험들이 궁금하다.



(인터뷰)

축구의 매력이 뭐라고 생각 하시나요?


삐삐

공을 골대로 가져가기까지의 과정이 매력적이예요. 여러 가지 플레이를 배우고, 함께 앞으로 나아가는 과정이 즐거워요.


노지

다 같이 힘을 주어 소리치며 소통하는 것이 매력적이고, 다 함께 발그레한 볼을 보며 웃음짖는 그 순간이 참 좋습니다.


비빔

복합적으로 어렵다는 점이요.


조조

축구를 하고 있으면 내 안에 숨어 있던 야성이 나와요. 경기장에서 “우와악!” “화이팅!”하고 소리칠 때 희열이 있어요. 이제 1~2주 안 하면 이제는 마음이 답답해요. (경기가 끝나고 나면 부끄러움이 밀려오긴 하지만) 팀 스포츠! 공을 통해서 연결, 또 연결되는 스포츠라는 점. 땀을 쭉 빼고 냄새나고 뜨거운 몸들이 붙어서 화이팅 외치는 순간이 특히 매력적이예요. 둥근 공이 발에서 발로 이동하며 목표 지점까지 굴러가는 과정도 좋아요.


양양

몸의 감각, 사고력, 판단력 등 다양한 능력을 요하면서도 각자의 성향, 강점에 따라 역할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 매력적이예요. 개인적으론 ‘해야만 한다’는 생각 없이 내 몸이 뛰고 있다는 것 자체가 놀랍네요.


반반 FC에 입단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몸을 움직이고 싶어서요.


조조

항상 축구를 마음속에 품고 살았는데 마침 민웅이 잎밴드에 올린 모집글을 보게 됐고 냉큼 신청했어요. 멋진 유니폼을 갖고 싶었어요.


삐삐

2년 정도 해외축구 덕질을 하다 마을에서 여자축구 팀원을 모집한다는 소식을 듣고 나가게 되었어요.


봄봄

함께 하는 운동을 해보고 싶었고 축구를 제대로 배워볼 기회가 없어서 배워보고 싶었어요. 운동을 통해 친구들과 관계 맺는 것이 즐거울 것 같았습니다.


은근

한창 골때녀와 런던올림픽 여자 배구 경기를 챙겨보며 팀 스포츠를 경험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서울에 있을 때 해볼 걸 후회하고 있었는데 운명처럼 여자 축구팀 모집 글이 올라와서 바로 지원했지요!


비빔

땀이 흠뻑 나는 운동을 해 보고 싶었습니다.


노지

조조가 같이 하자고... 일단 와서 뛰어보라고 해서 오게 됐어요.


양양

책 ‘탈코르셋;도래한 상상’+‘우아하고 호쾌한 여자축구’ 이 두 권의 만남이라고 할까? 마을에서 여자들이 축구하는 모습을 상상하곤 했는데 머지않은 날, 현실이 되었다는 것! 쓰다 보니 전율이 일 정도로 감동적이네요. 민웅이 잎밴드에 제안해준 것이 늘 고마워요.


도주

친구들이 반반FC의 존재를 알려주었어요. 이야기를 듣자마자 축구 모임에 당장! 참여하고 싶은 마음이었지만 일정이 맞지 않아 바로 함께하지는 못했답니다. 그러던 중 일상의 변화가 생겼고 그 틈을 타 바로 반반FC에 입단하게 되었어요. 계기라고 하기에는 별 것 없지만 ‘축구를 하고 싶은 마음! 재밌겠다는 설렘!’이 컸답니다.


반반FC 입단하기 전에 축구했던 경험이 있나요? 있다면 어떤 시기에 어떤 형태였나요? 없었다면 그 이유는 뭘까요?


없어요. 축구공에 얼굴을 전면으로 맞고 나서 공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축구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진 적이 없었던 것 같아요.


조조

초등학생 때 축구라기에는 좀 민망한 공놀이를 꾸준히 했었어요. 당시 초등학교 체육 시간에는 여자는 피구, 남자는 축구가 당연했고요. 왜 여자애들은 맨날 피구만 해야 하냐, 축구하고 싶다 하며 억울함에 울었던 기억이 있어요. 상황이 어쨌든 친구들과 축구하는 걸 좋아했어요. 학교 뒤 공터에서 마음 맞는 친구들과 벽을 골대 삼아서 공을 차며 놀았어요. 나중에는 남자애들이 껴줘서(?) 그들의 대항전에도 참여했던 기억이 나네요. 중학생 때는 축구, 운동장이 삭제된 시기예요. 그러다 고등학교에 진학하며 다시 축구를 만났어요. 풋살 리그! 처음으로 팀을 가져보고 정식으로 심판과 스코어와 승패가 갈리는 축구를 했어요.


삐삐

어쩌다 한 번, 이벤트 성의 여자축구를 아주 간 혹 해 본적이 있지만 다 합쳐도 다섯 손가락에 꼽아요. 생각해보면 남자 축구 풋살 매니저를 하고, 아버지를 따라 TV로 축구 경기도 즐겨 봤는데 축구를 직접 해보려는 생각은 해 본적이 없었어요. 축구를 배우기 시작하고 몇 달이 지난 뒤 남편과 연습을 한 적 있는데 십 몇 년 만에 축구공을 차보는 남편이 매주 나가 축구를 배운 나보다 훨씬 잘 하는 것을 보고 느꼈어요. ‘축구에 관심 없는 남자보다 축구에 관심 있는 여자가 축구를 접할 기회가 더 없었구나!’ 이렇게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이 되고 나니 지나온 그 시간들이 아쉽고 억울해요.


봄봄

생각해보니 없었네요. 하더라도 잠깐씩 공만 쫒아 다녔던 것 같고. 기회가 없었단 생각이 들어요. 학창시절 피구는 많이 했었는데 축구는 접하지 못했어요.


은근

아니요, 해본 적 없었어요. 그나마 몸을 움직이던 초등학교 시절 축구는 남자 친구들의 전유물이었고, 당시 저는 피구에 미쳐있어서 매일 학교 끝나고 피구 한판 때리고 집에 돌아가곤 했네요.


비빔

대학교 1학년 때 짝 축구 정도입니다. 없다고 봐야죠. 관심이 없었고. 왜 공을 두고 여럿이 쫓아다니는지 이해를 못 할 때도 있었습니다.


양양

단 한 번도 없어요. 축구하는 사람을 구경하는 일도 없었고요. 축구공의 육각형 무늬도 나에겐 낯설 정도로 공과는 먼 인생을 살았네요.


도주

지금 하고 있는 것이 진정한 축구라면 그 전에는 해본 적 없다고 말할 수 있겠네요. 하하. 그럼에도 축구를 해본 적이 있냐 묻는다면 고등학생 때 남학생들과 짝을 이뤄하던 짝 축구가 생각나요. 그 때 한 축구는 나보다 잘하고 빠른 남자 친구들에게 끌려 다닌 기억뿐입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과거의 저는 내가 축구를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 자체를 못한 것 같아요. 운동장과 축구 모두 남자 친구들의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세 번의 친선 경기가 있었는데요. 친선전에 직접 참여했거나, 혹은 경기장 바깥에서 응원하며 느꼈던 것이나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홍동초는 첫경험이라 아마 평생 기억에 남을 듯해요. 풀무고와의 경기에서는 첫 골을 넣었어요. 아직도 생각하면 짜릿해요. 제가 아는 지인이 이 소식을 듣고 축하 케이크를 준비해줬었다는 이야기를 듣고(사정상 아직 전달 받지는 못했지만) 정말 눈물이 날 뻔 했어요.


조조

홍동초와의 대패.... 13:0이라는 충격적인 스코어와 그들의 어마 무시한 실력...! 어쩌다FC와의 친선전을 통해 처음으로 읍내 풋살 구장으로 진출한 반반...! 짜릿한 승리와 들뜬 뒷풀이 자리...! 풀무고와 경기가 끝나고 "여자 축구 화이팅" 함께 외쳤던 기억...!


삐삐

어떤 날은 참혹한 대패(홍동초), 어떤 날은 첫 승리(어쩌다), 어떤 날은 예상치 못 했던 패배(풀무고)를 했는데. 결과야 어떻게 되었든 이렇게 시합을 하면 우리가 한 팀으로 경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정말 좋아요. 시합이 많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 저희끼리 경기 하거든요. 아직 우여곡절이 많고 부족함도 많아 집에 돌아가면 머리를 쥐어뜯을 때가 많은데, 피식피식 웃을 수 있는 일들도 많아요. 항상 팀 경기를 하고 나면 잘 하고 싶다는 마음이 더 많이 생겨요.


봄봄

반반이 한 팀으로 뭉쳐지는 것이 좋았어요. 경기를 하다보면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자극이 되기도 하고 내가 잘못했던 부분이 아쉽기도 해요. 공이 빠르게 날아와서 나를 지키기 위해 몸을 피했던 순간이 떠올라요. 이기고 싶지만 내 안전이 더 중요하구나 느꼈어요. 그리고 응원와주는 사람들도 와주어 더 재밌고 힘이 났어요.


은근

경기를 하니까 비로소 우리가 팀이라는 것을 감각하게 되었달까요...? 전에는 훈련 메이트였다면, 경기를 하고나니 같은 목표를 가진 팀이 되었구나 싶어요. 경기를 하고 나면 화르륵 다시 열정에 불이 붙고요. 하고 싶은 말도 많아져서 뒷풀이도 재미나고요.


비빔

어이없게 골 먹었을 때 내 옆으로 공이 지나가던 기억이 선명합니다. 그리고 날아다니던 초딩들!!


노지

홍동초 친구들과 경기 했을 때 골키퍼로 참여했었습니다. 완패를 하였지만, 길 가다가 가끔 그 친구들을 마주 칠 때, “어...! 그때 그!” 하며 인사하던 모습들이 생각이 납니다. 승패와 상관없이 서로 즐거웠던 기억이 되어 마주 칠 때 미소 지을 수 있다는 것이 참 좋습니다.


양양

풀무고와의 친선전이 인생 첫 경기였어요. 경기가 끝나고 나서 얼마간은 수비실책이 나를 무겁게 했고 두렵게 만들었어요. 이런 감정이 들게 하는 일을 해야 하는 걸까 고민하기도 했고요.(육아로 시간을 아껴 써야 하다 보니 즐겁고 설레는 일만 하고 싶은 마음이 커서요.) 자책이 흘러가고, 한 장면이 찾아왔어요. 경기를 시작할 때 양쪽 선수들이 일렬로 마주선 모습. 흥분되고 뭉클하고 신나고 뿌듯하고 눈물이 났던 그 장면.


도주

어쩌다FC의 경우 엄청난 응원이 되는 경험이었어요. 우리가 이겨서가 아니라, 우리 말고도 우리 바깥에 내가 모르는 공간에서 다른 여성들이 축구를 하고 있다는 것이 그랬어요. 그리고 저보다 나이가 많은 아주머니들의 파워를 느끼며 나이 듦에 대한 기대를 할 수 있는 순간이었습니다. 풀무고와 경기는 저의 깊숙한 곳 숨겨져 있던, 잘 꺼내지지 않던 승부욕을 토하듯 끄집어 낸 경험이었어요. 무언가를 잘하고 싶고, 누군가를 이기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은 아주 오랜만이었습니다. 스스로가 조금 당황스럽기도 했어요. 풀무고 친구들을 보며 부러운 마음도 들었고요. 고등학생 때 축구를 할 수 있는 것, 너무 부럽고 멋지다!


반반FC가 시작된 지 어느덧 1년이 되어갑니다!(축하 이모티콘) 그동안 계속 해 올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조조

열정! 혈기! 축구사랑! 저도 궁금해요. 우리 팀의 열정은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건가요? 다들 너무 대단하고 멋져요. 대단하고 멋진 사람들이랑 축구를 하니까 저도 감화 됐나봐요. 그렇게 매주 하다 보니 1년이 됐네요. 돌잔치 합시다~!


해원

매주 민웅에게 정식 훈련을 받다보니 그저 운동으로 뛰는 것 보다 스포츠의 한 종목으로 축구를 알아 가는 것, 배움의 재미와 함께 성장해 가는 과정이 반반FC를 유지 해 나가는 원동력 이라고 생각해요. 이런 배움 들이 앞으로 더 잘 하고 싶은 마음을 만들어 주는 것 같아요. 이와 함께 시간이 지날수록 다져지는 팀으로서의 결속력과, 그 속에서 생겨나는 추억들이 팀에 대한 애정을 더 높여 줘요.


봄봄

벌써 1년이 되어 가는 군요. 처음에 시간을 맞춰가고 각자의 욕구들을 나누던 것이 떠올라요. 그런 시간들이 모여 우리 안에서 믿음이 쌓여온 것 같아요. 그리고 반반FC를 지도해주는 민달팽이의 꾸준함이 큰 버팀목인 것 같아요.


은근

열정의 속도와 강도, 지속력이 저마다 달라서?! 개인적으로는 잠시 열정이 식었을 때도 꾸준히 훈련에 참석한 팀원들이 있었기 때문에 언제든 다시 참여할 수 있었어요. +감독님의 열정!


비빔

축구가 재밌으니까요.


노지

축구에 진심인 분들의 열정이 지금까지 팀을 이끌어 온 것 같고, 민웅의 따뜻한 코칭이 힘이 되어 다들 자주 못 나와도 시간이 되면 나오려고 노력하는 것 같습니다.


양양

다른 일정이 있어서 한 달 정도 쉬었는데, 그러다보니 운동장으로 다시 돌아갈 동력이 생기지 않았어요. 결국 두 달 넘게 빠지게 됐어요. 오랜만에 길에서 축구하는 **을 만났는데, 그 친구가 축구 가는 길에 양양 생각을 했다고 카톡을 보내왔어요. 그때 ‘축구’보다는 함께하는 사람들을 떠올리게 되었어요. 한 사람 한 사람을 떠올리다보니 호기심이 생기고 함께 무언가를 하면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지금은 ‘사람’ 때문에 이곳에 함께 하고 있어요.


도주

제가 훈련에 참여하지 못하는 동안 참여해준 친구들이 가장 먼저 생각나요. 계속, 잘 하고 싶다는 마음들이 모여 누군가 틈을 내면 누군가 그 틈을 매우는 시간들의 연속이 모여 1년이 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반반FC 만의 매력은 무엇 이라고 생각하나요?


부족함 속에 타오르는 열정. 부족함반 열정반. (반반!) 두가지의 조화!


조조

우리팀의 매력은 각각 본인의 다음 단계를 위해 애쓰는 열정들의 합이라는 거?!


삐삐

다양한 사람들이 큰 목적 없이도 즐겁게 축구를 할 수 있는 사람들이 함께 하고 있다는 것.


봄봄

즐기는 것, 각자 다른 사람들이 반반FC에서 수용되어 한팀이 되는 것.


은근

온 동네의 자랑거리이자 구경거리...?!ㅎㅎ


노지

세심함, 모두가 한 마음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 꾸준함


양양

솔직하게 소통하려는 모습이 우리팀의 강점이자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도주

다채롭다는 것!


축구와 몸. 축구를 시작하면서 내 몸은 어떤 경험을 하고 있나요? 변화, 고민, 경험을 떠오르는 대로 나눠주세요~!


계단 오르기도 벅찼던 모습이 없어졌고 순발력이 조금 생겼어요.


조조

처음 훈련을 했을 시기에는 다음날 온몸이 아파서 고생이었어요. 온몸에 축구 근육이 붙는 과정이었던 것 같아요. 시간이 흐를수록 축구를 하고나면 아픈 것 보다 개운함이 더 커요. 무거웠던 몸이 가벼워지는 개운함이 계속 축구를 할 수 있게 해줬던 거 같아요. 그리고 요즘에는 제 체력의 한계와 컨디션에 따른 몸의 변화가 흥미롭고 궁금해요. 계속 달리는 훈련...(훈련 이름이 있었는데 까먹음)을 하면서 '이게 가능해? 어우 죽겠다, 너무 힘들어' 이런 순간을 넘어서니 숨이 트이고 몸이 가벼워지는 경험을 했어요. 그 순간이 신기하고 놀라 웠어요. 제 몸은 제가 컨트롤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제 체력이 제 예상을 넘어서서 활약(?)한 거니까요. 제 몸에 대한 호기심과 기대가 커졌어요. 제 몸을 잘 먹이고 잘 돌보는 데도 관심이 커졌어요. 축구를 온전히 뛰려면 제 몸이 기운차야 하니까요.


삐삐

주부 10년차, 30대를 넘은 어느 날 종아리와 팔뚝을 만져 보았는데 근육이라고는 1도 없는 완전한 물렁살 뿐인거예요. 충격적이었어요. 그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집안에 다양한 일을 하며 나름 몸을 쓰고 살아 왔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몸이라니. 1년 정도 매주 축구를 뛰고 난 이후 (팔은 여전하지만) 종이라와 허벅지는 좀 단단해 진 것 같아 뿌듯해요. 옛날엔 물렁하더라도 날씬한 다리가 좋아보였는데, 축구를 시작한 이래로 단단하고 두꺼운 다리가 갖고 싶어졌어요. 그리고 1년에 몇 번씩은 크게 체해서 하루를 꼬박 누워 지내는 날이 꼭 있었는데 매주 축구를 뛰기 시작 한 이후 그런 날이 많이 없어졌어요.


봄봄

키도 작고 마른편이라 내가 어떤 역할을 할지 고민되는 부분이 있어요. 경기를 하면 이런 부분이 더 잘 느껴져요. 나만의 장점을 살려서 해나가고 싶어요. 또 축구를 하다보면 몸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어려울 때가 있어 신경 쓰며 하고 있어요. 축구를 하며 체력이 조금이나마 좋아진 것 같고 근육이 생기는 것 같을 때는 기뻐요.


은근

훈련을 처음하고 나서 태어나서 한 번도 아파본 적 없는 근육이 아파서 신기했던 경험이 있어요. 종아리 앞 근육, 앞 허벅지의 존재감을 처음 느끼면서 ‘어떻게 평생 이 근육을 써본 적이 없었을까’ 생각했어요. 뭔가 인생을 돌아보게 되었던 기억이 나요. 


비빔

리프팅을 할 때, 킥을 찰 때 조금씩 발에 공이 맞는 감각이 변하는 걸 느껴요. 조금씩 변하는 몸의 감각을 느끼는 게 재밌어요. 고민은 40대라 기량이 늘어도 한계가 있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걱정이 있어요.


노지

생각보다 오래 뛰지를 못하는 폐활량을 느껴 깜짝 놀랐어요. 피 맛이 나고 숨이 고르게 쉬지 않았을 때, ‘아..! 여린 몸이다!’ 생각했습니다.


양양

나의 튼튼한 허벅지의 쓸모를 알기 시작했다는 것(아주 이롭고 긍정적으로). 왼발이 내 뜻대로 움직이지 않아요. 오른발이 하는 일을 왼발은 너무 모른 체 살았나 봐요. 몸의 조화와 균형을 찾고 싶어요.


도주

몸의 기능을 더욱 많이 생각하게 되었어요. ‘몸을 더 잘 쓰고 싶다!’ 하는 마음으로요.


앞으로 얼마나 더 축구를 할 수 있을까요?


최대한 오래


조조

마음 같아서는 시니어 축구팀까지 달려보고 싶어요. 남성 축구팀을 이야기를 들어보면 연령대가 되게 다양하더라고요. 70대임에도 축구하신다는 얘기도 들었어요. 제 목표는 그것입니다. 할머니 축구팀!


삐삐

할머니가 되어서도 축구를 하고 싶다!


봄봄

지금 함께 하고 있는 친구들과 계속 함께 한다면 가늘고 길게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갑자기 할미FC가 떠오르네요.ㅎㅎ


은근

혼자서 할 정도의 열정은 없는 거 같고, 반반 FC가 있는 동안에는...?!


비빔

10년? 20년?


노지

기약 없이 생각하고 있습니다.


양양

김혼비의 책에 철봉에 거꾸로 매달려 윗몸일으키기를 하는 50대 언니들이 김혼비에게 “너도 내 나이 돼봐. 그럼 이렇게 할 수 있다니까?” 이라고 말하는 장면이 나와요. 유쾌하고 신선해요. 젊은 몸이 더 우월한 세상에서, ‘꾸준함’은 나에게 멋짐으로 와 닿아요. 꾸준히 하다보면 축구인생은 야금야금 연장되지 않을까?


도주

반반FC가 계속 되는 날까지~! 그리고 제가 홍동에 머무는 동안 계속이요. 그리고 반반FC를 통해 만약 타 지역으로 삶의 터전이 바뀌더라도 여성 축구팀을 찾아가야지 하는 생각을 할 수 있게 되었어요.


축구를 하며 갖게 된 야망이 있다면?


팀플레이의 끝판 왕을 경험 하고 싶습니다!


조조

일단 다음 친선전 때 시원하게 슛을 차보고 싶어요. 골까지 연결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짜릿하고 기쁠 것 같아요. 그리고 1년 째 반반팀 유니폼이 없어요. 팀 단위 야망이라면 올해는 멋진 유니폼을 갖고 싶습니다. 한가지 야망이 더 있는데요. 제가 밤 뜰 알바 할 때 종종 오시는 중년 남성분들이 계셔요. 함께 축구 뛰시고 산뜻하게 씻고 다시 모여서 사는 얘기, 축구 얘기 하면서 맥주를 드시는 거죠. 저도 그런 중년 여성이 되고 싶어요. 오전이든 낮이든 축구하면서 땀 쭉 빼고 저녁에 친구이자 팀원들을 다시 만나서 축구 얘기, 사는 얘기하면서 맥주 한 잔 마시는 중년 여성이 되고 싶어요.


삐삐

축구를 잘 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함께 실력을 키워 같이 할 수 있는 다양한 플레이들을 해보고 싶어요. 함께 뛰는 친구들과 한 팀으로 오래오래 같이 하고 싶어요.


봄봄

야망이라... 딱히 큰 야망은... 모르겠네요. 경기에서 골을 못 넣은 지 오래라 골을 넣어보고 싶고, 뭔가 함께 하는 친구들과 재밌는 것들을 많이 해보고 싶어요.


비빔

드리블, 킥을 잘하고 싶고, 1대1을 한번 뚫어보고 싶고, 팀플도 한번 멋있게 해 보고 싶어요.


노지

축구로 체력을 다져서 복싱을 하고 싶습니다.


양양

즐기는 것! 건강을 목표로 달리기를 하면 멈추고 싶은 강렬한 욕망에 내 몸은 늘 패배해요.  근데 공을 쫓다보면 내 몸의 한계가 아주 조금씩 끌어올려지는 것 같은데. 그 힘은 놀이, 재미에서 나오는 것 같아요. 비교하지 않고 내 몸에 집중하면서 축구를 놀이로 오래 하고 싶어요.


도주

축구, 잘하고 싶다! 이기고 싶다! 날쌘 몸을 가지고 싶다! 날쌔지 못하다면 피지컬로 밀어붙이는 선수라도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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