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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윗히 Oct 01. 2022

정말로 멈추어 버렸다.

나를 삼킨 공허함과 무력감.

얼마 뒤, 한동안 멈추었던 공황 증세가 다시 찾아왔다.

잠들기 위해 깜깜한 방에 혼자 누었을 때, 갑자기.

회사가 아닌 다른 공간에서 처음 겪는 증상에 놀랐다.

그 마음 한편에는 '회사에서 벗어났는데도 왜 이러는 걸까.' 하는 두려움이 가장 크게 자리 잡았던 것 같다.


그리고 일주일 정도 지난 뒤,

지하철을 타고 가던 중 호흡곤란 증세가 나타났다. 두려웠다.

불특정 다수가 있는 공간에서 갑자기 숨을 쉴 수 없을 것 같아서.

무슨 역인지도 모른 채 일단 내렸다.

눈앞에 보이는 아무 곳에 앉아서 한참을 엎드려 있었다.


증상이 나타나면 크게 숨을 쉬는 것과 함께

아무것도 안 보이게 엎드리는 자세로 나를 안정시켰다.

그것이 내가 그나마 그 순간을 버틸 수 있는 방법이었다.


다행히도 지하철에서의 증상을 마지막으로, 더는 공황 증상이 나타나지 않았다.

1달 정도의 휴식이 도움이 될 것일까.


그렇게 1달을 보낸 뒤, 나의 일상이 조금 달라졌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고 해서 그런 것일까.

정말로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공허함과 무력감이 찾아왔다.


산책도, TV나 책을 보는 것도 멈추었다.

가고 싶은 곳도, 하고 싶은 일도 없었다.

가장 큰 변화는, 음식을 먹는 것도 하고 싶지 않게 되었다.

그로 인해 움직임이 급격히 줄었음에도 살이 계속 빠졌다.


그즈음 TV에서 가스라이팅 이야기가 많이 나왔다.

몇 년 전부터 내 귀에 들리던 단어.

갑자기 한 순간, 내가 가스라이팅 같은 것을 회사로부터 당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것쯤은 버텨야지.

누구나 다 힘들게 일하는 거야.

네가 안 하면 누가 하겠어.

그런 말들에 익숙해져 이를 악물고 일했던 시간들이 매일 떠올랐다.

한동안 나를 괴롭히지 않던 그 일들이 또 떠올랐다.


내 옆의 다른 사람은 감당하지 않는 일을

나에게만 감당하라는 말이 왜 이상하지 않았을까.

그때의 나는 왜 그런 생각을 했을까.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나는 가스라이팅으로 인해 나를 위한 판단을 못했을 뿐,

지금은 옳은 선택을 했다며 나를 위로했다.


사실은 힘든 기억이 다시 떠올랐지만, 화가 나지 않았다.

화를 낼 의욕조차 없었다.

나는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나의 지금은 해가 뜨는 건지 지는 건지 모르겠다.

일출과 일몰 그 사이에서 나는 방황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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