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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윗히 Oct 01. 2022

우울이라는 녀석을 처음 마주한 날.

두려움이라는 높은 문턱을 넘어서.

짧지 않은 시간을 참고 버티며 살아온 나는

눈물이 나는 것도, 화가 나는 것도, 내가 미운 것도,

모두 일상이 되어버렸다.


그러던 어느 날, 회사에서 회의를 하는 도중 몸의 이상증세를 느꼈다.

갑자기 숨을 쉴 수 없을 것 같은 두려움이 찾아온 것이다.

아직도 처음 증상이 발생한 날이 생생히 떠오른다.

20명 남짓 모여있는 회의실을 뛰쳐나오던 순간, 나는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날 이후, 처음으로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아갔다.

쉽게 간 것은 아니다. 숨을 쉴 수 없는 경험을 하고도 나는 망설였다.

정신과라는 곳은 그만큼 이름만으로도 거대한 철문이 있어 보였으니까.


수많은 생각이 들었다.

기록이 남아서 곤란한 일이 생기면 어쩌지.

소문이 나면 어떡하지.

무엇보다 '심각한 상태는 아니겠지'라는 무서움이 컸다.

하지만 나는 다른 방법이 없었다.

혼자 이 어둠을 걷어낼 수가 없다는 것을 이미 나는 잘 알고 있었다.

 

처음 상담을 받던 날, 정말 많이 울었다.

혼자서 1년 동안 참 많이 울었는데, 선생님 앞에서 그보다 더 많이 운 것 같다.

처음이었다. 내 마음을 모두 털어놓은 것.

초진이다 보니 꽤 오랜 시간이 소요되었다. 그 시간 내내 울었다.


나는 우울증과 불면증 그리고 공황장애 초기 증상으로 보인다는 진단을 받았다.

그리고 약을 받았다. 내가 우울증이라는 사실이 가장 와닿은 순간이었다.


약은 꽤 독했다. 속이 울렁거리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오랜 시간 나를 괴롭혀온 불면증으로부터는 벗어날 수 있었다.

약을 먹고서는 잠에 들 수 있었다.

밤마다 스스로를 괴롭히던 일을 멈출 수 있었다.

나를 괴롭히던 100개의 고통 중에 적어도 1개는 줄어들었다.


일주일 뒤에 다시 찾아간 병원에서 나는 또 눈물을 흘렀다.

첫 진료만큼은 아니지만, 나는 또 휴지 한 움큼을 쥐고 나와야 했다.

선생님께서는 약을 조절해 주셨고, 잠을 잘 수 있어 다행이라고 하셨다.

아주 조금의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다.


종착역은 보이지 않지만, 계속 가다 보면 언젠가 도착할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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