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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윗히 Oct 01. 2022

분노와 원망이 나를 향했다.

눈물이 계속 흐르는 것은 결코 가벼운 일이 아니었다.

화목한 가정에서 많은 사랑을 받으며 자라고,

많은 친구들은 아니지만 진정한 친구들이 곁에 있고,

즐거운 학교생활부터 대입, 취직까지 모든 것이 순조로웠다.

나는 늘 행복하다고 생각했고, 내가 나일 수 있어 감사했다.


슬픔이나 마음의 고통과는 거리가 멀던 20대를 보내고 난 뒤,

30대가 되던 해, 어느 날 갑자기 힘든 시간이 찾아왔다.


나에게 찾아온 어려움은 원인이 명확하였다.

회사에 불미스러운 일이 생기고 난 뒤,

만족스럽던 회사생활이 한순간 지옥으로 변했다.

나를 괴롭히는 상사, 그로 인한 높은 업무 강도, 모든 것을 보고도 외면하는 관리자.


처음에는 자리만 바뀐 것이라고 생각하며 하던 대로 열심히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것이라고, 내가 조금만 힘들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나중에서야 나는 알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내가 힘들면 안 된다는 것을.

'그때의 내가 그것을 알았더라면'하는 생각이 한동안 나를 온통 지배하였다.


2명이서 하는 업무는 어느 순간부터 나 혼자 하고 있었다.

밤에도 전화기를 놓지 못하였다. 전화가 오면 회사로 가야 했다.

그렇게 꼬박 1년을 버텼다.

출근을 하며 차라리 다리가 부러지길 바랐고,

어느 순간부터는 또 출근을 해서 사무실에 앉아있는 내가 한심했다.


도저히 버틸 수 없던 나는 관리자를 찾아갔다.

힘들다는 말을 처음 꺼냈다.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하지만 돌아오는 말은 '네가 해야 하지 않겠냐'라는 말이었다.

더 높은 관리자를 찾아가 보았지만, 상사와 해결하라는 말 뿐이었다.

그제야 나는 심각성을 깨닫고 인사부도 찾아가 보았지만,

인사부에서 돌아온 대답은 '기술직의 인사권은 우리도 함부로 어찌할 수 없다'였다.


나는 그때부터 무너지기 시작했다.

나를 도와줄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사실을 마주하고 나서야,

나는 무엇인가 크게 잘못된 것임을 깨닫게 되었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눈물이 흘렀다.

사무실에 앉아서 눈물을 닦으며 일을 했다.

어느 날 또다시 밤에 전화를 받고 사무실에 혼자 나와 일을 하고 있는데,

관리자가 사무실로 들어왔다. 뭐하냐는 말에 왈칵 눈물이 났다.

그러나 잠깐의 위로와 걱정뿐, 해결되는 것은 없었다.


사무실에서는 울면서 일을 하고,

밤에 집에 와서는 전화가 올까 두려워 잠을 이루지 못하는 생활이 계속되었다.

그렇게 밤을 뜬 눈으로 지새우는 날이 반복되면서

나의 분노가 커지기 시작했다.


잘하고 있던 나의 회사생활을 이렇게 만든, 불미스러운 일을 일으킨 사람들.

나를 이러한 자리로 보내 놓고서 힘든 나를 외면하는 관리자들.

그리고 무엇보다 나를 괴롭게 만드는 상사.

나는 그들을 저주했다. 그들에게 나쁜 일만 일어나길 바랬다.

그때의 나의 마음은 그랬다.


하지만 그런 마음을 가지는 내가, 나는 견디기 힘들었다.

어느 순간 그 분노는 그들이 아닌 나로 향하였다.

누군가를 미워하는 마음을 가진 나를 탓하던 나는,

결국에는 참고 견디기만 한 나를 가장 원망하게 되었다.

그 원망이 커져 어느 순간 이렇게 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된 그 밤,

나는 그제야 나의 상태를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나에게는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가족이 있고,

나를 사랑해주는 친구가 있었다.

내가 이대로 다 포기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일 밤을 지새우며 하던 수많은 생각들은, 내가 나를 미워하게 만들었다.

깜깜한 밤하늘의 구름 뒤로 나타난 달은 밝게 빛났다.

나는 지금 잠깐 구름에 가려진 것이길 바랐다.


이전 01화 prologue. 잠시 쉬어 가야 할 순간을 맞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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