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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윗히 Oct 01. 2022

다시 원점으로.

나의 시간을 포기한 벌일까.

한 달을 매주 병원에 갔다.

상담을 받고 약을 먹는 과정이 반복되었다.

하지만 오래 지속하지 못하였다.


병원은 거리가 꽤 먼 곳에 있었고,

매주 휴가를 1번씩 사용하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그때, 나의 상황을 다시 한번 바라보게 되었다.

자유롭게 휴가를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이었다면

지금처럼 내가 많이 아프지 않았겠지.


결국 나는 1달간의 외래 진료를 끝으로 더는 병원에 가지 못했다.

약의 기운을 빌려 잠들 던 나는 다시 잠 못 이루는 밤을 보내야 했다.


지금 와서야 나는 그 시간이 가장 후회된다.

나를 우선으로, 오로지 나만 생각해야 했다.

내가 없었어도 회사는 잘 돌아갔을 것이다.

책임감이었을까. 익숙함이었을까.

나를 돌보아야 했던 그 시간을 나는 왜 포기했을까.

분명 병원에 가는 것조차 큰 용기를 내어서 간 것인데,

고작 그러한 상황으로 나는 왜 치료를 쉽게 포기했을까.


나의 생활은 다시 1년 전으로 돌아갔다.

시도 때도 없이 흐르는 눈물에 점점 무뎌졌다.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우는 날은 일상이 되었다.

그런 내가 익숙했다.

당연하게 나는 그런 우울함을 받아들였다.


친구를 만나고, 좋아하는 동료와 함께 있을 땐 잠시 달라졌다.

우울함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처럼.

웃고 떠들며 잠시나마 다른 사람이 될 수 있었다.


그러나 다시 혼자가 되는 시간이면 나는 다시 어두워졌다.

오히려 더 큰 공허함이 몰려왔다.

점차 잠시라도 즐거운 시간, 그 시간조차 두려워졌다.

그 뒤에 내가 감당해야 할 나만의 시간이 더 무서웠으니까.


다른 사람들에게 거짓 웃음을 보여주는 것이,

그들의 마음에 거짓 공감을 하는 것이,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괜찮다 말하는 거짓말이 당연했다.

그때의 나는 모든 것이 거짓이었다.


변해가는 나를 보면서 나는 내가 무서웠다.

처음 나의 우울을 인정하고 병원을 찾을 때 보다 더 두려웠다.

두 번째로 인정한 나의 모습은

처음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더 큰 공포를 가져다주었다.

나는 정말 혼자가 되었다.


나의 매일은 해가 계속 진다.

지는 해를 붙잡고 싶지만, 나는 아무런 힘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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