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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윗히 Oct 01. 2022

한번 더 가보려고.

감정을 잃었고, 그 감정을 다시 찾았다.

3년 만에 다시 병원을 찾았다.

처음 병원을 들어설 때만큼의 용기가 필요하지는 않았다.


5년 만에 나는 내 삶을 살고 싶어졌다.

버티는 게 아니라 내가 살아내고 싶었다.

이대로는 내가 사라질 것 같았다.

그래서 도와달라고 말을 해야만 했다.

고민 없이 병원을 찾아갔다.

감기에 걸렸을 때처럼.


3년 전 진료 경험부터 말했다.

그때 왜 진료를 더 받지 않았냐는 질문에 참았던 눈물이 터졌다.

그동안 나에게 이 질문을 한 적이 없었다.

나도 그때 치료받고 싶었는데,

그때의 나는 내가 우선이 아니었던 것 같다고,

다른 사람의 시선이, 내가 가진 책임감이 우선이었던 것 같다고.

그 답을 하면서 내가 가여워졌다.

처음 병원에 갔을 때처럼 많은 눈물을 쏟아냈다.


상담을 하면서 나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할 수 있었다.

그동안 참고 버티는 방법뿐이었던 나는,

나의 진심을 숨기는 것 말곤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상담을 받으며 나의 마음을 점점 더 알아갔다.


매주 병원을 가서 상담을 받고 약을 받았다.

지난번 약을 먹고 속이 불편했었던 경험을 말씀드렸더니,

선생님께서는 약하게 처방을 시작하며 매주 조절해 주셨다.

처음에는 약의 효과가 없는 것 같았다.

단지 밤에 잠을 잘 수 있는 것뿐, 나의 감정은 그대로 인 것 같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내가 달라지고 있음을 느꼈다.

이제는 매주 병원을 가는 것이,

다른 사람의 시선 때문에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눈물을 흘리는 날도 점차 줄어들었다.

진료를 받은 지 1달 정도가 된 어느 날, 문득 깨달았다.

시도 때도 없이 흘리던 눈물이 더 이상 나지 않았다.

처음엔 당황스러웠다. 마치 나의 감정이 없어진 느낌이었다.

TV에 나오는 슬픈 장면에 같이 눈물이 흘리던 것 마저 멈춘 것 같았다.


그러나 1달이 지났을 무렵, 슬픈 장면을 보면서 나도 눈물을 흘렸다.

몇 년 동안 눈물은 나에게 당황스러움과 분노의 대상이었는데,

이제는 눈물을 흘린 후, 후련한 느낌이 들었다.

눈물이 더 이상은 나에게 공포의 대상이 아니었다.


잠을 자게 되고, 눈물이 멈춘 것뿐이었지만

1달간의 진료는 내가 숨을 쉴 수 있게 해 주었다.

다시 나의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나의 머리는 또다시 어지러워졌다.

더는 나는 일상으로 돌아갈 수는 없는 것일까.


길이 보였다. 그래서 다시 걸었다.

그런데 그 길이 계속 가려진다. 저 길 뒤에는 뭐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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