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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A Sep 20. 2024

그 여름 바닷가 2

소도시

                                                                                                       전회차와 이어지는 글입니다.


Y를 부르는 목소리가 점점 가까워지더니 화가 잔뜩 난 Y엄마와 이모가 우리 앞에 서있었다.

Y엄마는 공부는 안 하고 여기가 어딘 줄 알고 온 거냐고, 부모님들이 알면 어쩌려고 그러냐고 다들 부모님 전화번호 대라며 소릴 지르셨다.


선생님들에게 혼나본 적이 없는데도 마치 교무실에 불려 온 학생처럼 한 줄로 줄을 맞추고, 서로 몸을 가까이 댄채 고개를 숙이고 서있었다.


"남자애들은 어디 있어?" 그제야 고개를 들었다.

"저희들끼리만 왔는데요"


Y엄마는 허리에 손을 올리고는 남자애들을 찾느라 두리번거렸다. Y는 창피하다며 엄마에게 가자고 재촉했고 Y엄마는 부모님이 걱정하시니 어서 집으로 가라고 했다. 우린 "네"라고 대답했다.      

우린 서둘러 돗자리를 접고 손이 떨려가며 폴대를 빼내고 텐트를 구겨 넣고 각자의 짐을 후다닥 쌌다.

Y는 엄마를 좀 진정시킨 후, 우리 쪽으로 다시 와서는 미안하다고 했다. Y엄마가 부른 택시 두대가 서있었고 한차는 Y네가 타고 한차는 우리 네 명이 탔다.


집으로 갈 수 없었다. 각자 친구네 집에서 자고 온다고 말했기 때문에 우리의 목적지는 독서실로 향했다.

P만 다른 동네 독서실에 다녔기에 관리인이 없는 틈을 타서 잽싸게 들어갔다. 비는 자리에 P를 배치해 주고 의자를 책상에 올리고 베개와 이불을 꺼내고 오늘 하루가 어땠는지 나누지도 못한 채 잠이 들었다.   


다음날 아침, 각자 집으로 갔다. 혹시나 Y엄마가 우리 집에 전화를 했을지도 모른다는 불안을 안고 현관문을 열었다. 친구네 집에 놀러 간 건데 너무 아침 일찍에 들어온 것 같다는 생각을 잠깐 하고는 방으로 태연하게 들어갔다. 엄마는 평소와 같았다. Y를 뺀 나머지 친구들과 오후에 다시 독서실 앞 놀이터에 모여 어떻게 된 일인지 정리를 했다.


Y가 자고 오겠다는 말한 친구집은 엄마들끼리도 왕래가 잦은 바로 옆집인 T네였다. 그날 하필 옆집으로 놀러 간 Y엄마는 Y가 없는 걸 알았다. 같은 반인 T는 우리의 행선지를 털어놨고 Y이모와 함께 바닷가까지 찾아온 거였다.


월요일 아침,

Y는 학교에 올까 말까, 어디 다리몽둥이가 부러졌거나 머리가 깎인 건 아닌지 걱정하며 등교를 했다.

교실에 들어서자 환하게 웃는 Y. 너 멀쩡하냐고 어디 맞은 건 아니냐며 Y의 몸을 세워놓고 이리저리 둘러보았다. 종아리는 여전히 굵고 튼실하여 회초리를 맞은 자국은 없었다. 얼굴도 멀쩡했다. 머리 깎여서 가발은 아닌지 Y의 머리카락을 들었다 놨다 했다. 그제야 안심된다는 듯 Y를 타박했다.


“Y야, 그나저나 너희 엄마도 너무하시다. 우리 얼굴을 다 봤잖아. 우리가 어딜 봐서 한 명이라도 남자친구가 있게 생겼니. 너부터 봐봐."

"하나같이 다 짧고 굵고 눈도 작고 얼굴도 크고 다들 한 덩치 하는데! "

"여중, 여고까지 우리가 남자구경을 못한 지가 몇 년째인데." 

"근데.... 우린 왜 이렇게 외모가 부족한 애들끼리만 노는 거니?”   


친구들은 엄마가 딸을 너무 모른다며 자신의 단점들을 하나씩 고백해 댔다.      


“우리 엄마가 젊은 시절 잘 나가셨잖아. ”


그렇다. Y엄마는 Y와는 다르게 날씬하시고 언제나 화려한 화장과 옷차림을 하셨다.

Y엄마는 Y에게 예쁜 옷들을 사다 줬지만, Y는 성장판이 멈춘 듯 자라지 않는 키와 늘어나는 몸무게로 청소년 시절을 지냈다. Y보다 작은 사이즈를 입는 Y엄마는 자기 관리에 열심히셨다. 에어로빅으로 가꾼 탄탄한 몸매와 방금 미용실에 다녀온 듯, 정성껏 고대기로 손질한 헤어스타일이었고 눈썹은 뾰족하게 산을 이루듯 그려진 탓에 더 무서웠다.      


텐트의 모양이 어떻게 생겼는지를 끝내 보지 못했으니, 우린 Y엄마가 아니었으면 정말로 바닷가 돗자리에서 잠들었을 수도 있었다.

무작정 친구들과 놀러 간 바닷가에서 우리의 웃음소리를 들은 밤하늘의 북두칠성이 Y엄마를 보내서 무사히 집으로 돌아가게 해 준 건 아닌지, 우린 그해 여름이 지나고 다음 여름이 되어도 그때의 이야기로 떠들며 웃어대다 졸업을 했다. 학창 시절, 보기만 해도 깔깔대던 친구들이 보고 싶어 지는 여름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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