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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A Sep 24. 2024

우리가 그토록 싫어하던 2

소도시

                                                                                                    전 회차와 이어지는 글입니다.


이러한 분위기의 이유는 다름 아닌, 3반의 담임 때문이었다.

3반 담임은 수학선생님이었는데 싫어하는 학생들이 많았다. 문과반은 수학이 싫어서 못해서가 대다수인 학생인데, 수학을 더 싫어하게 만드는 수학선생님이 게다가 담임이라니.


안 그래도 시간표에 수학시간이 많은데 담임이니 조회, 종례시간까지 봐야 한다니, 여간 짜증 나고 찜찜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수학선생님은 학교를 졸업하고 갖 부임한 젊은 총각이었고 여고생들에게 잘하려고 애썼지만, 느끼하고 친절한 말투로 미소 지을 때마다  인기는 점점 떨어졌다.      


학창 시절에 선생님들은 언제나 별명으로 불렀듯, 수학선생님도 우리가 별명을 지어주었다.  '똥꼬'

이유는 간단했다. 바지가 똥꼬에 낀다는.


선생님은 꼼꼼하고 깔끔하고 단정했다. 피부도 하얗고 살이 조금 있는 통통한 체격이었지만 뚱뚱하진 않았다. 수학에 대한 열정과 초보 선생님의 바른 자세를 지니고 있었다. 선생님은 칠판에 각도자로 언제나 반듯하게 줄을 긋고 컴퍼스로 원형을 그려 넣으며 우리에게 열심히 설명을 해줬다.

그렇게 선생님이 칠판에 집중하고 있을 때 우린 칠판보다는 선생님의 뒤태를 보는데 더 집중했다. 그리고 하나의 특이점을 발견했다.  선생님의 바지 가운데를 언제나 엉덩이가 먹고 있었다. 그 후로 수학선생님의 별은 '똥꼬'로 불리게 되었다.


별명 잘 짓는 J가 최초로 발견하고는 고1 때부터 입소문을 내기 시작하자 고3 때는 전교생이 똥꼬 하면 수학선생님인 줄 알게 되었다.

나도 싫어하는 똥꼬가 교탁에 서있다. 선생님의 표정도 눈치를 챈 듯 어두웠다. 화를 내는 것 같지만 전혀 학생들에게 설득도 안 먹히고 겁도 안 먹히는, 어찌 보면 순한 성격에 만만한 선생님이었다.


담임은 우리의 솔직한 거친 입과 흐트러진 자세를 교정하려 무서운 표정을 지었지만 설득력이 없었다.

똑바로 앉으라는 말 따위는 이제 소용이 없다는 걸 알고 있었고, 이미 들었던 이유를 심각하고 길게 설명을 하기 시작할 때쯤 학생들의 불평이 쏟아져 나왔다.

이제 엎드리는 아이들도 생겨났고 다른 반은 이미 끝나고 나와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리자 빨리 끝내 달라는 표시를 온몸으로 들어내고 있었다. 똥꼬는 앞줄에 앉은 아이들과만 눈을 마주치며 말을 이어갔다.     

 

담임은 반장이 있어야 한다며 반장을 뽑자고 했다.

아이들은 귀찮은데 빨리 끝내달라고 다시 아우성을 해댔고, 뒷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매드일당의 리더가 불량한 자세로 말했다. 반장 하던 애가 있으니깐 그냥 얘가 반장 하면 된다며 나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똥꼬는 내가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나를 반장으로 시키고 싶지 않았으나, 애들이 그냥 지아가 하면 되는데 뭘 또 뽑냐고 여기저기서 한 명씩 짜증 내는 말들이 쏟아져 나오자 어쩔 수 없다는 듯 나를 지목하기 전에, 그럼 부반장은 경미가 하면 되겠네요 '허허' 하며 마무리했다.      


경미는 자신에게 호의적이며 수학을 잘하는 아이로 우열반에서 부반장으로 뽑힌 학생이었다. 일부러 반배정을 그렇게 한 건지 알 수 없지만, 원래 반장 부반장 하던 애들이 하기로 했다.

똥꼬는 나에게 "반장" 인사라며 권위 있고 인정받고 싶다는 듯, 단호하고 힘찬 말투로 나를 불렀다. 난 일어나서 하던 대로 "차렸"을 하니 아이들이 몸을 고쳐 앉았고 "경례" 하니 인사를 하고 담임은 교실을 나갔다.

우린 다시 교실에서 못다 한 욕들을 복도에서 자유롭게 하기 시작했다.

나는 여고생 때 배워야 할 욕을 다 배웠다.      



*매드일당 : 가세트와 형사들에 나오는 악당 이름. 학교 안에서 노는 애들의 그룹을 묶어 부른 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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