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20대 엔지니어 자이들플린의 틱톡에서 처음 소개된 신조어 '조용한 사직(Quiet quitting)' 신드롬(Syndrome)을 전 세계 청년들에게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단어만 보면 퇴사하겠다는 뜻이다. 진정한 뜻은 "조용하게 맡겨진 일만 하겠다."는 뜻이다. 그는 '주어진 일 이상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그만두라', '당신의 가치는 당신 일의 결과물로 정의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해당 게시물은 340만 회 조회수를 돌파하면서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SNS망에 '조용한 사직' 해시태크 게시물이 불길처럼 번지고 있다.
각자 자기 일만 하는 회사 분위기
이젠 '회사 발전', '조직 충성'이란 단어는 옛말이다. 정해진 근무시간에 정해진 업무만 한다. 추가 업무는 별도로 보상하면 생각해 보겠다는 말을 한다. 이런 조직문화는 채용제도 변화와 어느 정도 관련이 있다. 지금은 거의 모든 회사에서 공채가 사라졌다. 과거에는 회사차원에서 필요한 인재를 뽑았다. 그래서 본인 업무가 아닌 다른 업무도 시킬 수 있었다. 부가적인 업무를 하는 것은 당연했다. 회사 발전을 위해서라면 야근도 시킬 수 있었다. 신입직원들도 나의 일은 당연히 잘해야 하고 회사가 필요하다면 밤새서 일하겠다는 의지에 불탔다.
이제는 아니다. 지금은 회사에서 필요한 직무 경력직을 수시 채용한다. 전임자가 퇴사했거나 신규업무가 발생할 때 생기는 자리에 필요한 사람만 뽑는다. 그래서 다른 업무를 시키면 "다른 업무를 하러 입사하지 않았습니다.", "자꾸 다른 업무를 시키시면 이직하겠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이제는 평생직장은 없다. 평생직업만 있을 뿐이다. 자기 전문분야에 대한 경험과 노하우를 쌓아서 좀 더 높은 연봉과 좋은 직장을 찾아 떠난다. 우리 회사도 올해만 7명이 회사를 떠났다.
경력직 채용은 회사 입장에서 업무누수 없이 바로 일을 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누군가는 해야 될 일이 있는데 4050 세대는 직급이 높아서 안되고 2030 세대는 자기 일만 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회사에서는 티가 안 나지만 누군가는 해야 될 일이 있다. 해결방법은 무엇인가? 부가 업무 할 사람을 따로 뽑으면 된다. 비용의 문제가 발생하지만 사회적 변화에 적응해야 된다. 비용을 아낀다고 신입직원에게 이 일 저 일 다 시켰다가는 바로 나가버린다. 좋은 인재를 뽑아서 교육시켜주고 나가버리면 다른 회사 좋은 일 하게 되는 것이다. 회사 입장에서는 채용비용, 교육비용 다 생각해보면 더 큰 손실이다.
아직도 근로계약서 조건대로 근로하지 않는다고?
2030 세대는 규정을 중시한다. 특히 근로계약서와 같은 법적 근로조건에 굉장히 민감하다. 표준 근로계약서를 보면 계약기간, 근로시간, 업무내용, 휴가, 임금 등 근로조건 등이 명시되어 있다. 이 계약서는 근로자와 사용자 간 약속이다. MZ세대는 사용자가 근로계약을 지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당연한 생각이다. 우리는 매체를 통해 악덕 사업주가 근로계약서도 안 쓰고 구두계약으로 일을 시키고 임금 체불하는 것을 많이 봤다. 그래서 이 세대는 더욱 근로계약에 대한 철저한 이행을 바라는지 모른다. 지금은 사업주가 근로계약을 어길 경우 바로 노동청에 신고한다. 그러면 임금을 돌려받고 사업주는 과태료 처분을 받는다.
요즘은 근로시간이 쟁점이다. 2021년 1월부터 대한민국 모든 기업의 법정 근로시간은 주 52시간 제이다. 기존 68시간에서 16시간이 줄어들었다. 근무시간이 주 52시간을 넘어갈 경우 근로기준법 제110조에 따라 2년 이하의 징역이나 2천만 원 이하의 과태료 처분을 받는다. 그래서 법정근로시간을 초과하지 않게 강제 퇴근시켜야 한다. 그래서 회사에서는 유연근무제, 선택 근로제 등 다양한 근무형태를 도입해서 운영하고 있다. 우리 회사도 직원의 98%가 유연근무제를 사용하고 있다. 아침 9시에 출근하면 사무실이 거의 텅 비어있다. 그래서 나는 9시에 출근해서 혼자만의 시간을 즐긴다. 커피 한잔에 조용한 사무실 산책은 여유롭다.
MZ세대 VS 꼰대 그룹 갈등의 서막
우리 회사에서는 출근시간 때문에 논쟁이 있었다. 예를 들어 9시 출근이라고 해보자. 직원들은 9시에 딱 맞춰서 출근한다. 간부들은 반발한다. 9시에 딱 맞춰서 출근하면 9시부터 일할 수 있는가? 컴퓨터 켜고, 커피 한잔 마시고, 동료들과 수다 떨다 보면 실질적인 업무 시작은 9시 10분은 넘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간부들은 최소한 8시 50분까지는 직원들이 출근해서 업무 준비를 해야 한다고 말한다. MZ세대는 10분 더 회사에 일찍 나온다고 그에 상응하는 보상이 없기 때문에 싫다고 한다. 근로계약법상 근로시간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10분 더 일찍 회사에 나오는 것 자체가 나의 중요한 시간을 낭비한다는 개념이다.
나는 근로시간이 많다고 해서 업무성과가 많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 회사에는 야근 수당 루팡이 있다. 그 사람은 일 없이 야근뿐만 아니라 주말에도 근무하기로 유명하다. 수당을 임금의 일환으로 악용한다. 반면에 짧은 시간에 고도의 집중력으로 업무성과를 높이는 직원이 있다. 치고 빠지는 게 옆에서 보면 예술의 경지다. 간부들 입장에서는 고도의 집중력으로 오랜 시간 일해주길 바랄 것이다. 하지만 사람의 집중력이 그렇게 길지 않다. 한 가지 일을 하루 종일 하는 것이랑 1시간 내에 목표를 정해놓고 빠르게 끝내는 것 중에 하나를 고르라면 난 후자를 선택한다. 10분 일찍 나오는 것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나는 아침에 자기만의 여유시간을 잠깐이라도 가지고 머릿속으로나마 오늘 할 일을 정리해보고 시간 배분을 해보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정시 퇴근해서 자기 계발을 하는 것이 회사 입장에서도 이익이다. 직원 스스로가 자기 계발을 통해 역량을 키우고 회사에서 일하면 바로 성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주말근무, 야간 카톡.. 나의 생활을 방해하지 마세요!
예전 나의 직장상사는 주말에 카톡을 보내곤 했다. 정말 소름이 돋는 행위이다. 일십하면 눈치가 보여 어쩔 수 없이 답변이라도 날려야 한다. 그분은 자기 전까지 회사 생각만 했나 보다. 그래도 생각나면 다른 데다가 메모해놨다가 근무시간에 와서 이야기하면 된다. 부서 카톡을 자기 메모장처럼 쓰는 사람이었다. 주말에는 쉬면서 에너지를 충전해야 한다. 회사 사람한테서 주말에 카톡이 오면 휴일 하루를 망친 기분이다. 다행히 회사에서 주말 카톡 금지령을 내려서 그분도 경고를 받았는지 요즘은 잠잠하다. 하지막 아직도 많은 회사에서 이런 갑질 테러를 당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나마 카톡테러는 나은 편이다. 우리 회사는 주말 행사가 많아 휴일근무가 많다. 그래서인지 직원들이 평일에 상당히 피곤한 모습이다. 행사가 많은 부서 직원이 더 그런 경우가 많다. 회사차원에서 행사를 줄일 필요가 있다. 주말에 유동인구가 많다고 해서 행사가 꼭 효율적인 것은 아니다. 주말에 어디 놀러 가는데 거기다 행사장을 차려서 참여자가 별로 없이 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나는 주말근무의 원인이 되는 일의 원인을 제거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OECD 국가 중 우리나라 연간 근로시간은 1,928시간으로 매년 세계 1위이다. 2위인 이스라엘 1,774시간보다 무려 154시간이 많다. 거의 1달을 더 일하는 셈이다. 이렇게 일을 많이 한다고 더 잘 살지도 않는다. 오히려 평일 근무에 영향을 미쳐 업무효율이 떨어진다. 불가피한 경우 어쩔 수 없지만 최소화할 수 있도록 고민해야 한다.
회사는 나의 인생을 책임져 주지 않는다. 내 인생의 책임자는 전적으로 나다. 나는 회사 입장에서 인적자원(Human resource)이다. 일에 따라 인사발령이 나고 그 일을 수행하면 되는 것이다. 내가 나의 인생을 설계해 나가야 한다. 회사일은 근무시간에 집중해서 완료해야 된다. 목숨을 걸고 근무시간에 어떻게든 마무리한다는 각오로 일해야 한다. 그래야 업무능률도 올라간다. 그리고 퇴근 후에 자기 계발을 해야 한다. 운동, 독서, 음악 감상 등 나의 역량을 키워야 한다. 그래야 이직이나 퇴직 이후에 빠르고 완벽하게 적응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