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rtain call
바람이 선득하다. 3시간이나 되는 공연을 보고 극장을 나서는 참이다. 코트를 입을까 하다 숄을 두르기로 한다. 조금 걸으면 지하철 환승을 하지 않고 집에 갈 수 있으니 그렇게 한다.
나는 이제 하우스어셔로 일하지 않는다. 마지막 근무를 마치고 나서면서, 처음 극장 문을 열었던 순간을 떠올렸다. 어색한 유니폼을 입고 난생처음 무전을 허리춤에 달았던 그 시절을.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내가 가꾸는 마음의 집은 같은 모양이 아니었다. 여기저기 장식이 붙어 지저분해졌다. 그럼에도 사랑스러웠다. 편안했고 고유했다. 마음에 들었다.
팔에 닿는 숄의 무게를 느끼며, 한 시절을 정리할 수 있는 것에 감사를 느낀다.
어설프고 부족했지만, 나는 그 시절을 후회하지 않는다. 완벽하지 않았기에 일었던 소요가 가르쳐준 것이 많다. 그 사이 극장을 더 사랑하게 되었다. 그 안의 사람을 사랑하는 방법을 배웠다. 여전히 흠없음과는 거리가 멀지만, 이제 내가 나아갈 방향을 안다.
그리고 내일의 출근길을 생각한다.
그렇다. 나는 공연을 만들어보기로 했다. 공연기획사에 입사했고, 매일 혼나며 일을 배우는 중이다. 그 안의 반짝임을 믿기에 내일도 마로니에 공원을 가로지를 것이다. 어떤 극장의 문은 회전문이다. 나가는 순간 들어오게 된다.
그렇기에 마음의 집을 지키는 일을 놓지 않을 것이다. 이제는 안다. 극장의 집을 지키는 일과 내 마음의 집을 지키는 일이 다르지 않다는 걸.
나는 여전히 집을 지키는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