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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너바스 이실장 Oct 24. 2024

베짱이의 첫 매장 오픈 준비

18화 - 베짱이가 장사할 준비를 하다.

개식이를 식량채집 1부 조직 개미들에게 인사를 시켰고, 인수인계를 마쳤다. 조직원 명부와 업무 세부매뉴얼까지 꼼꼼하게 작성하여 개식에게 주었다. 이젠 개미 조직과 결별할 시간이다.


이제 나는 독립한다. 내가 개미조직에 들어가기 전으로 돌아가는 거지. 자유다. 이제 출근을 안 해도 된다. 인디펜던스데이! 자유를 얻었지만, 책임감과 부담감도 덤으로 따라왔다. 어디에 집을 지어야 할까? 초기에 개미조직의 도움을 받으려면 개미동굴과 너무 멀어지면 안 되었다. 그리고 선량한 메뚜기 이웃이 있는 그런 곳이면 딱 좋을 것 같았다. 


다음날부터 집을 지을 만한 곳을 탐색하러 다녔다. 적당한 곳이 눈에 들어왔다. 개미굴과 멀지 않으면서, 나무 그루터기가 살짝 올라간 곳에 집을 지으면 될 것 같다. 무서운 천적을 피할 수 있고, 그늘져서 더위도 피할 수 있으면서, 바람이 살살 부는 게 통풍도 잘 될 것 같다. 겨울에는 앞쪽에 바람막이를 만들어 놓으면, 찬바람도 막을 수 있다. 공간 확장도 가능할 것 같다. 혹시라도 내년에 나불나불이가 아기를 또 낳으면 식구가 늘어날 것이고, 그러면 조금 더 넓은 공간이 필요할 것이기 때문이다. 역시 난 천재였다. 다만, 메뚜기 이웃은 찾을 수가 없었다. (나처럼 환생을 경험해 보지 못한 메뚜기들은 집이 필요 없기 때문인 듯하다. 메뚜기 한 철 살다 가겠지~) 모든 것을 고려하여 집을 지을 위치 선정을 마쳤다. 나는 다시 자신감을 얻었다.


나비 마누라 나불나불이에게도 집 지을 곳을 찾았다고 말을 해야 할까? 아니다. 어떤 삐딱선을 타고 딴지를 걸지 모르니 나중에 집을 지으면서 말하자.

얼마 전 내가 식량채집부 인수인계 해준 개미, 개식이 도움도 좀 받았다. 개식이가 식량채집부로 오기 전에는 개미건설부 공구리팀 팀장으로 있었기 때문에 그 공구리팀을 이끌고 우리 집 짓는 것을 도와주었다. (물론 개미여왕이 허락한 일이다) 개식이한테 잘 대해 준 것이 효과를 본 것이다.  사람일은 모르는 거야. 아니 메뚜기 일은 모르는 거지. 누가 어떻게 도움이 될지 말이다. 


개미여왕이 허락해 준 개미 일꾼 조직과 특히 개미건설부 공구리팀의 도움으로 우리 집은 며칠 만에 완성되었다. 천재메뚜기인 나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뭐든 잘 만들고, 톡톡 튀는 아이디어와 기술자의 금손을 가진 나도 여러 가지 많은 작업을 했다. 그리고 개미 건설부의 집 짓는 노하우와 기술도 언젠가는 필요할 지도 모르기 때문에 개식이에게 질문도 많이 해가며, 직접 배워두었다. 배우기 전에는 모르는 것이 많았지만, 한번 배우고 작업해 보니 그리 크게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 난 천재니까.


우리가 살 집을 짓고 있는데, 역시나~ 예쁜 나비 마누라 나불나불이는 1도 도와주지 않았다. 다만, 어린 아들 포카칩이 무겁지 않은 자재들을 날라주며 도와주고 있다. 이 녀석 언제 이렇게 컸지? 나를 도와줄 생각을 하고 말이야. 이 모습을 본 나불나불이는 격노한다. 나불나불이는 "포카칩! 먼지 나고 지저분한 데서 왜 그런 걸 하고 있어? 집에 가서 숙제하고 공부나 해!"라고 몰아세운다. 포카칩은 나를 보며 엄마 좀 막아달라고 나에게 눈 짓을 했지만, 나는 도와줄 수가 없었다. 포카칩을 도와주기 위해 내가 말한마디 했다가는 나불나불이의 더 큰 격노를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드디어 집이 완성되었다. 나불나불이는 모든 가전과 가구를 새것으로, 그것도 최신 제품으로 사야 한다고 한다. 새집인데 개미굴에 있던 거지 같은 가전을 가져다 놓는 것은 절대 안 된다고 한다. 나는 내 사업, 새 매장을 만들기 위해서는 가진 식량을 아껴야 한다고 했지만, 막무가내다. 내가 우리 집 지을 때, 인건비 아끼려고 노가다까지 했는데 아껴봤자 소용없다. 이기적인 마누라 나불나불이는 집을 둘러보며 여기도 불량, 저기도 불량 이라며 군데군데 딱지를 붙여 놓고, 나보고 다시 해 놓으라고 한다. 에휴~

공사는 사람이 하는 것이다. 기술자는 작업물이 완벽할 수 있게 노력해야 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100% 완벽할 수는 없는 것이다. 세상과 인간은 아날로그이지 디지털이 아닌 것이다. 0과 1로 된 디지털 신호는 가상현실에서 무엇이든 원하는 것으로 완벽하게 만들 수 있다. 오차가 없다. 하지만 사람이 실제 하는 일은 무엇이든지 아날로그 방식이다. 그래서 일부 허용범위의 오차가 있을 수 있다. 사람 사는 세상이 모두 아날로그이다. 하지만, 0.001%의 오차, 눈에 잘 띄지도 않는 티클 하나의 오차도 허락하지 않고 불량이라고 따지는 예민한 소비자들이 있다. 육안으로 잘 띄지도 않는 미세한 부분까지 완벽하게 하는 것이 가능할까? 아무리 뛰어난 장인이 작업을 하더라도 사람이 작업하는 한 미세한 오차는 발생할 수 있다. 제한된 기간과 비용이 있기 때문이다. 집주인들도 허락할 수 있는 오차범위 까지는 인정해야 마음이 편할 수 있다.


이제 드디어 우리 가족이 살 곳으로 이사했고, 나불나불이가 원하는 데로 최신식 가전과 가구들도 구매해 설치했다.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될지는 불 보듯 뻔했다. 


"네가 결혼하고 지금까지 나한테 해준 게 도대체 뭐가 있어? 애를 잘 돌봐줬어? 블링블링한 백이나 반지를 사줘 봤어? 매일 밥 차리고, 빨래하고, 아들 공부시키고 내가 이러려고 너랑 결혼한 거야?" 흑흑흑!

"나도 다른 친구들처럼 해외여행도 가고 싶단 말이야! 내 나비친구들은 남편들도 잘 만나서 디올백 받고 크루즈여행 다 하는데, 난 왜 이런 거냐고?"

"개돌이랑 개식이랑 맨날 술이나 먹고 다니는 술꾼아! 어이구!"

"내가 너 담배 피우는 거 모를 줄 알아?" (정말 알까?)

이렇게 나오겠지! 나도 할 말은 많은데 참자! 현명한 내가 참아야지~ 가정의 안녕과 평화를 위해서!

나불나불이가 원하는 최신식 가전과 쌘삥한 가구를 사주길 잘했다. 남편들은 아내에게 져 주는 것이 이기는 거라고 생각하는 편이 정신건강상 좋다.


다음 할 일은 내가 장사할 수 있는 곳을 찾아야 한다. 다시 여러 가지를 고려하여 매장 위치를 찾아야 한다. 유동인구 아니 유동충(벌레충)이 있고, 임대료가 저렴하면서, 역세권인지, 주차가 가능하고 배달트럭이 쉽게 들어올 수 있는지, 내가 원하는 매장 크기를 가졌는지, 동종 업계와 거리가 좀 떨어졌는지, 내가 원하는 인테리어를 할 수 있고 간판은 잘 보이는 곳에 걸 수 있는지, 침수지역은 아닌지 이 많은 것들을 고려하여 입지조건을 따져야 한다. 매장을 오픈하는데 많은 대출식량이 필요하다 보니 신중하게 결정할 수밖에 없다. 모아놓은 식량들은 집 짓고, 최신 가전 가구를 사느라 모두 탕진했다. 개미여왕에게 최대한의 식량대출을 받을 수밖에 없었고, 대출 빚을 다 갚으려면 내가 죽을 때까지 벌어도 모자랄 것 같았다. 대박이 필요했다.


내가 원하는 곳을 찾았다. 그런데 무엇을 만들어 팔 것인가? 제품을 내가 직접 만들어서 팔아야 부가가치와 순익이 높아진다. 공장에서 만들어진 제품을 사다가 팔기만 하는 것은 수익이 작아 많아 많이 팔지 않으면 경영이 어렵다. 그래! 붕어빵 아니 꿀벌빵을 팔자. 꿀벌 느낌의 빵에 안에 벌레들이 아주 좋아하는 꿀을 채우자!

꿀벌빵 기계가 필요했다. 특별한 기계이기 때문에 기성품을 사 올 수도 없다. 내가 직접 만들어야 했다. 난 뭐든 잘 만드는 천재 베짱이이니까 가능하다. 작업 중 부족한 부분은 유튜브 검색을 참고했다. 며칠을 고생했다. 드디어 꿀벌빵 기계를 만들었다. 기계가 정상으로 작동했고 그만큼 내 기대는 컸다. 처음 만들어보는 꿀벌빵! 맛은 어떨까? '존맛탱'을 기대했지만, 내가 아무리 천재라 하더라도 역시나 한방에 모두 이루어지는 것은 없었다. 맛이 저급하다. 문제는 꿀벌빵 재료였다. 개미들이 모아 놓은 꿀 유사제품과 오래된 꽃가루로는 꿀벌빵의 제대로 된 맛을 낼 수가 없었다. 맛 좋은 꿀과 신선한 꽃가루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있는 거래처가 필요했다. 가까운 꿀벌집을 방문해야 할 것 같다. 


무엇이든 처음 시작하게 되면 시행착오를 겪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문제점을 찾아 해결하고, 더 좋은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 자영업이 만만치 않다. 돈만 있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다음화에 계속~



이너바스 이실장이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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