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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햇살 Jun 07. 2024

곰국


"The Soup", pencil on paper,  COPYRIGHT 2024. BOM All rights reserved.



뽀얀 국물이

식도를 타고 뱃속을 흘러

가장 깊고 추운 외로움에 가 닿는다


말간 것이 하얘지도록

고아지고 우려 지는 동안

당신의 기도와 염원도 진해졌으리


깊은 곳에 닿은 뜨끈함이

다치고 허무해진 시간을 덮어

뾰족해진 불안마저 녹여낸다


당신이 전하는 응원을

꼭꼭 씹고 후루룩 마시며

뜨시게 채워 낸 덕분일 터


따뜻한 진심보다 찐한 게 있던가

울컥 목이 멘 채

툭툭 털고 한 발 내딛는다






힘든 시간 지나던 어느 날 친구가 곰국  담긴 냄비와 마음을 전하고 갔습니다. 요리하는 동안 나를 위한 기도를 하고 싶어서 아는 음식 중에 가장 오래 걸리는 것으로 골랐다 했습니다. 뜨끈한 곰국과 보들해진 고기로 배를 채우고 나니 그새 숨 쉬는 게 조금은 쉬워져 있더군요.




"The Soup", pencil on paper,  COPYRIGHT 2024. BOM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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