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맛력자 4
“자, 그럼 서로 자기소개를 좀 해 볼까요? 저희가 SNS로 대화는 나눴지만, 서로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많지는 않네요. 가볍게 자기 소개하고, 본인의 능력에 대해 이야기를 해 보는 것이 어떨까요?”
얼핏 봐도 내가 가장 나이가 많은 것 같고, 어색한 이 자리에서 대화를 이어 나가야겠다는 생각에 자기소개를 제안해 본다.
“여.. 여기서 능력을 보여준다고요?”
투명피부가 난색을 하며 대꾸를 한다.
“아.. 아뇨, 여기서 능력을 보여주면 큰일 나죠. 여기서는 그냥 능력에 대해 이야기를 하기만 하면 될 것 같아요. 음.. 검증은.. 좀 더 이야기하다가, 여기서 조금만 걸어가면 사람들 안 보이는 곳이 있거든요. 거기서 보여주면 되지 않을까요?”
코발튀와 투명피부는 고개를 끄덕인다.
우선 SNS를 통해 내 능력은 만천하에 공개되었기에, 나부터 이야기를 시작했다.
난 이제 막 50이 된 평범한 중년의 남성으로 회사를 다닌 지 20년이 넘은 한 가족의 가장임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처음 이 능력을 발현하게 된 계기며,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으며, 지난 몇 개월간 어떤 시도들을 해 봤는지.. 등등.
사실 내 이야기는 이미 SNS를 통해 많은 이들에게 노출이 되었기에, 코발튀나 투명피부 모두 새로운 이야기를 듣는 것과 같은 놀라움은 찾아볼 수 없었다. 질문이라도 있어야 할 텐데, 워낙 상세하게 글을 써 놓았는지 질문조차 없이 묵묵히 듣고 있을 뿐이다.
아.. 그래도 웃거나 하는 리액션들은 좋았다.
젊어서 그런 건가?
내 이야기가 끝난 후, 나는 코발튀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코발튀님! 이번에는 코발튀님 차례예요. 자기소개하고 능력에 대해 말씀 부탁 드릴게요.”
코발튀는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코발튀는 31세, 수원에 살고 있는 취업준비생이다.
계속해서 취업을 준비 중이나, 잘 풀리지 않던 와중, 6개월 전쯤 우연히 발톱을 깎다가 발에서 뭔가 이상한 냄새가 나는 느낌이 들어, 얼굴을 발가락에 가까이 댔는데, 마침 코와 엄지발가락이 닿는 순간 자신의 몸이 공중으로 튀어 올랐다고 한다.
집안 천장에 세게 부딪혔다 떨어지는 바람에 이때 허리를 다쳤다고 한다. 몇 개월이 지나 지금은 많이 좋아졌지만, 아직도 뛰거나 할 때는 허리가 아프다고 한다.
특히나 자신의 능력을 시험해보기 위해 늦은 밤 동네 놀이터나 아파트 후미진 곳에서 시험을 해 보긴 했는데, 5m 정도 공중부양 후 떨어지게 되고, 발현 자세가 이상하다 보니 안정적으로 점프를 하는 것도 아니고, 떨어질 때 자세 역시 안정적이지 않아서, 몇 번 시도 후에는 겁이 나서 잘 시도하지 않는다고 한다.
코발튀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이게 과연 능력인가 싶기도 한 생각이 든다.
나 역시 우스운 발현 방법을 사용하기는 해야 하나, 이 친구에 비하면 완전 양반이다. 발현하기 위해 우스꽝스러운 자세를 취해야만 하고, 그것도 맨 발과 코가 닿아야 하기 때문에 한쪽 발은 신발이나 양말도 신으면 안 되고, 5m 높이를 올라간 다음에는 내려올 때는 자칫 큰 사고가 날 수도 있다.
‘내 능력은 여기에 비하면 대단한 능력이군’
속으로 생각한다.
“투명피부님? 투명피부님은 투명인간이 되실 수 있다고 들었는데.. “
”네.. 근데, 음.. 발현 방법이 좀… 저도 그래요.. 나중에 말씀드릴게요. “
’ 모지? 여긴 모 엉덩이로 이름 쓰기라도 해야 하나?‘
난 궁금했지만, 숙녀이기에 물어보기 좀 불편한 듯한 것도 있어, 나중에 자신의 능력을 보여줄 때 보던가 해야겠다..라는 생각을 했다.
투명피부. 나이는 27세.
여기저기 아르바이트를 하며, 고향이 부산인데 서울에서 홀로 살고 있다고 한다.
그녀 역시 자신의 능력이 발현된 것은 4-5개월 전쯤이라고 한다.
(모두가 자신의 능력이 발휘된 것이 6개월이 안 된다. 이건.. 나중에 조사해 볼 만한 가치가 있어 보인다.)
본인 역시 우연한 기회에 이 능력을 얻게 되었다고 한다. 처음에는 자신이 투명인간이 된 것을 의식하지도 못했는데, 집에서 키우는 고양이가 놀라하는 모습을 보고, 얼굴에 뭐가 묻었나.. 하며 거울을 봤다가, 처음 능력을 인식했다고 한다. 능력을 깨닫게 된 초반, 온갖 상상을 다 해보았으나, 지속시간이 10여 초밖에 안 됨을 알고 나서는 이 능력을 가지고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서로의 능력에 대해 이야기를 하다 우리 셋은 한 가지 공통적인 느낌을 받는다.
일반인이 보기에는 말도 안 되는 초능력이 생겼기에 부러워할 만 하지만, 발현 방법 자체가 너무 우습기도 하고, 능력 자체도 무언가 주다 만 것과 같이 어중간하기에 어디에 특별히 써먹을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나 역시 처음에는 이 능력으로 무엇인가 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에 차 있었지만, 몇 개월이 지나면서 아무 데도 쓸 데가 없는 능력임을 깨닫게 된 이후로는 오히려 귀찮아하던 터였다.
하지만, 뭔가 어중간한 능력 셋이 모이면,, 좀 다른 상황이 발생되지 않을까? 내 능력에 회의를 가진 지 오래 되었지만, 난 마지막으로 세 명의 능력발현으로 함께 할 수 있는 것들을 또 찾아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