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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 밀 Jan 06. 2023

우연한 발견

병맛력자 6


모임 후 일주일이 지났다.

그동안 많은 생각을 해 보았지만, 처음 가졌던 기대와는 달리 아무리 생각해도 우리 셋이 가진 능력으로 특별하게 할 만한 일이 생기지는 않았다.


세 명의 능력이 애매하여, 이것들을 가지고 특별한 일에 쓰기는 어려울뿐더러, 기껏해야 TV쇼나 유튜브 같은 매체를 통해 우리의 능력을 보여주는 일이 전부일 것 같은데, 그러기에는 위험부담이 너무나도 큰 것 같았다.


(생각해 보라. 실제로 초능력이 있다는 것이 알려지다면, 여러 세력에서 우리를 실험하기 위해 온갖 방법을 다 사용할 것이다. 음.. 영화를 너무 많이 봤나? 아니다.. 그건 왠지 사실일 것 같다. 정부에 의해 위험한 과제를 떠맡는다던가, 평생을 세상을 보지 못하는 곳에서 실험체로 쓰이던가.. )


코발튀와 투명망토도 나와 상황은 비슷한 듯 보였다.

카톡을 통해 주고받는 우리의 생각은 다 비슷한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첫째, TV와 같은 매스컴에 출현하여 우리의 브랜드를 올리는 일.

그러나 이미 언급했던 정부기관이나 여러 세력에 의해 뒷감당을 하기 어렵다는 점.


둘째, 영화에서 나오는 히어로와 같이 사회의 어두운 곳을 돌아다니며 일을 해결하는 일.

근데 그건 영화이고, 굳이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돈도 안 되는 일을 하기에는 우리들에겐 낭만도 없고, 정의감도 없었다.


셋째, 악당이 되는 일.

이 생각은 다른 친구들에게는 차마 말하지 못하고 나 혼자 생각만 했던 건데, 그렇다고 대단한 범죄를 저지르기에는 세 명의 능력을 합해도 애매할 것 같았다.


이건 지난 일주일간 회사 앞 흡연구역에서 담배를 피우다가, 일층에 있는 ATM기기에 현금을 넣기 위해 오는 차량을 보고 생각이 난 것인데, 우리의 능력으로 이걸 털어 봐? 하는.. 잠깐이지만, 즐거운 일탈을 잠시 생각해 봤었다.

(생각해보면 ATM기를 위한 현금수송 차량이 예전에도 왔을 텐데, 그때는 눈에 안 띄다가 별별 생각을 하다 보니 눈에 들어왔나 보다.)


넷째, 그냥 정기 모임을 갖는 일.

마치 동호회 사람들과 같이 매주 모여서 모형비행기를 날린다던가, 애완견을 놀린다던가 하는 것과 같이 우리의 능력을 서로 보여주는 건데,, 굳이 한 번 본 능력을 계속해서 만남을 통해 보여줄 필요가 있을까?

그야말로 쓸데없는 일이다.



나와 같은 초능력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 무엇을 할 수 있을까를 생각한 지 일주일 만에, 내 능력이 처음 발현되어 기뻐하다가 그 기분이 식어버린 1-2달 동안의 느낌을 받은 듯하다.


여하튼, 일주일 후 모이기로 하였기에 우리는 서울 모처의 조용한 술집에서 만나기로 했다.

이번이 두 번째 모임밖에 안 되지만, 앞으로는 모이지 않을 것 같은 불길한 느낌을 가지고 모임을 나간다.








“휴.. 진짜, 아무리 생각해도 이 능력을 가지고 할 만한 것이 없네요.”


코발튀의 기운 빠진 목소리에 나와 투명피부 모두 고개를 끄덕인다.


이미 서로 카톡으로 대화를 나누면서, 아이디어란 아이디어는 모두 이야기를 해 본 터였다.

더 이상 새로운 생각이 우리 세 명의 머릿속에서 나올 수 있을까?

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나와 같이 회의적인 생각에 사로잡혀 있는 듯하다.


“그러게 말이야. 처음에는 뭔가 해 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할 수 있는 게 없네..”


나 역시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한다.

그동안 카톡으로 대화를 주고받으며, 다른 두 명의 친구에게는 말을 놓은 상태이다. 두 사람 다 나이가 많은 나를 어려워하며 계속 말을 놓으라 했지만, 쉽게 놓으면 꼰대 소리를 들을까 봐, 지난 일주일간 카톡을 하면서 나름 시간을 가지고 천천히 말을 편하게 한 것 같다.


“자.. 일단, 건배나 합시다.”


그렇게 셋은 술잔을 기울인다.

나름 조심스러운 대화를 해야 하기에 파티션이 있는 조용하고 조명도 어두운 이자까야에서 만났다.


한 잔, 두 잔.

술이 들어가면서 사람들의 말이 편해지기 시작한다. 무엇보다, 평소에도 술을 무척 빨리 먹는 나이기에 다른 두 친구들은 처음에는 속도를 조절하는 듯하였으나, 나의 분위기에 휩싸였는지 내 속도와 비슷하게 잔을 비우기 시작한다.

그렇게 30분이 지나자, 모두들 취기가 오르는 듯 보인다.



“아.. 정말, 이 능력을 처음에 갖게 되고는 완전 좋아라 했거든요.. 근데 진짜로.. 어디 쓸 데가 없네요.”


혀가 약간 꼬인 투명망토가 불평을 늘어놓는다.


“투명망토, 그래도 넌 정말 좋은 능력이야. 나 봐라! 기괴한 자세로 앉아서 공중부양을 하고, 떨어질 때는 다칠까 봐 조심조심해야 하고.. 이게 뭔 능력이냐?”


코발튀가 투명망토에게 이야기한다.


“아니.. 오빠! 오빠나 나나, 이거 봐, 이렇게 혀를 코로 대는 자세는 모.. 멋져?”


투명망토가 술에 취해 자신의 혀를 코로 가져다 댄다.


“야야.. 여기서 모 하는 거야?”


코발튀가 투명망토를 잡고, 능력발현을 못하게 막으려 한다.




그 순간.


내 눈에 두 명이 모두 사라진다.


“엉? 모.. 모야?”


“왜요?”


“아.. 아니, 지금 둘 다 안 보여!”


“네?”

코발튀와 투명망토가 동시에 대답한다.


“투명망토… 너 능력발휘할 때, 몸을 같이 대고 있으면, 다른 사람도 같이 투명해지는 거야?”


“어? 진짜? 코발튀 오빠가 안 보이네?”


“진짜?”



세 명이 놀라 하는 사이, 다시 투명망토와 코발튀가 모습을 드러낸다.


“이.. 이거 모죠?”

코발튀와 투명망토가 동시에 놀라 이야기한다.


“투명망토! 네가 능력을 발현할 때, 너 몸에 손을 대면 같은 능력이 생기나 봐!”


난 놀라 이야기한다.


“오오.. 이거.. 장난 아닌데? “


술이 이미 올라온 상태이고, 파티션으로 안이 보이지 않음에도, 우리 셋은 무엇인가 새로운 것을 발견했다는 기쁨과 놀라움에 목소리를 낮춘다.

 

“나도 되는지 한 번 해 보자.”


투명망토는 다시 한번 자신의 혀를 코에 가져다 대고, 난 투명망토의 어깨에 손을 가져다 댄다.


“오… 형님도 안 보여요!” 

코발튀가 이야기한다.



난 내 손을 본다.

내 손이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내 몸 역시 보이지 않는다.


대… 박!

이건 또 새로운 발견이다.


잠시 후, 내 몸이 드러난 후, 우리 셋은 흥분을 감추지 못한다.


“이건.. 진짜 대박인데요?”


“혹시, 다른 사람들도 각자 능력을 발현할 때, 몸에 손을 대고 있으면 같은 능력이 생길까요?”


“음.. 글쎄. 그건 지금은 알아보긴 그렇고… 나중에 확인해야지. 우리는 능력이 조용하게 발현될 수 없으니… 세 명도 같이 없어질까?”



투명망토는 다시금 자신의 능력을 발현한다. 그리고 코발튀와 나는 그녀의 어깨에 함께 손을 올려놓는다.

와…. 우리 세 명 모두 투명인간이 되었다.


“야야.. 소주잔 들어 봐! 빨리빨리!”


나의 외침에 모두 소주잔을 든다.


소주잔 세 개가 공중에 붕 떠 있다.


“대박! 이건 지금까지와는 다른 이야기인 듯!”


세 명 모두 흥분에 찬다.



그렇게 또 30분간 우리는 새롭게 알게 된 능력에 대해 실컷 떠든다.

그러나.. 30분 정도가 지나자 우리의 기쁨은 다시 우울감으로 바뀌게 된다.


세 명이 모두 투명인간이 된다.

10초간.

그래서? 그래서 뭘 할 수 있단 말인가?

1시간? 아니 10분이라면 몰라도 10초간 투명인간이 되는 능력을.. 어디에, 어떻게 써먹을 수 있단 말인가?




“형님.. 진짜 우울하네요. 형 SNS처럼 진짜.. 우리는 병맛력자인가봐요. 솔직히… 저 이런 능력 가진 사람들을 만나고 나서, 막.. 은행 털고.. 이런 상상도 해 보긴 했거든요.”

코발튀가 이야기한다.


“맞아. 맞아. 나도 그런 생각을 해 보긴 했었어.”

투명망토가 이야기한다.


“응? 너희들도? 나 역시 그런 생각을 해 보긴 했는데…”


“하하.. 형님, 우리는 히어로는 아니고 빌런인가 봐요. 능력은 있는데, 능력이 없는 이상한 빌런.. 하하..  근데 투명인간이 돼서 은행에 들어가면 뭐해요? 들어가서 10초 후면 모습이 다 드러나서 CCTV에 다 찍힐 텐데..”

코발튀가 아쉬워하며 말한다.



순간,

내 머릿속을 지나쳐가는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생각이 났다.

ATM기 현금수송차량!!


”근데, 만일 은행이 아니라, ATM기 현금수송차량이라면 어떨까? “


”네? “


”아니, 나도 실은 너희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는 건 좀 그래서.. 말을 안 했는데,, 너희들도 은행 터는 상상을 했다고 하니 말을 하는데.. 우리 회사에 일층에 ATM기가 있거든? 근데 보니깐 일주일에 몇 번을 오는지는 모르겠는데, 오후 3시쯤에 현금수송 차량이 오더라고. 두 명이 와서 한 명이 현금을 갈려고 ATM기로 가고, 한 사람은 밖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더라고. 근데 차량 뒷문을 열어 놓고 담배를 피워. 자세하게 보지는 않았지만, 이런 곳이라면 가능하지 않을까? “


코발튀와 투명망토는 내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내 이야기를 제법 진지하게 듣는다.

아닌가?

술이 취해 눈이 풀린 건가?



”나도 뭐 우리 능력을 나쁜 곳에 쓸 거라고는 재미있게 약간의 상상만 했지, 심각하게 생각한 건 아니라서 잘 보지는 않았는데, 현금수송 차량은 밖에 있으니, 은행보다는 CCTV로부터 안전할 수도 있을 것 같고. 물론 장소를 잘 물색해 봐야겠지만.

그리고 만일 세 명이 동시에 투명인간이 된다면, 코발튀 너랑 나랑 약간 멀리서 보고 있다가 순식간에 차량으로 접근해서 돈을 훔칠 수 있지 않을까? “


”오… 대박! 그거 말 되는데요? “ 

코발튀는 내 의견에 큰 관심을 보인다.


”그러다가 걸리면 어떡해요? “

투명망토가 두려움을 내비친다.


”아니. 진짜로 그걸 하자는 게 아니고, 이야기가 나왔으니 해 보는 말이지. 은행은 여러모로 제약이 있지만, ATM기 현금수송 차량은 해 볼만 하지 않냐.. 는 생각이 들어서.. 너무 심각하게 듣지는 말고.. 하하.”



이미 술자리는 한 시간 반을 넘어가고 있고, 소주도 5병이 넘어가고 있다.


모두들 취해, 이성이 잠시 딴 곳으로 간 것인지, 한 번 이야기가 나온 ATM기 현금수송 차량에서 현금을 훔치는 우리의 범죄 모의는 분명 멈춰야 함에도 모두 그 이야기만을 구체화시키고 있다.

처음에는 좀 꺼려했던 투명망토도 이야기가 진행됨에 따라, 자신 역시 아이디어를 내며 적극적으로 대화에 동참한다.



과연 이 모임이 지속이 될 수 있을까.. 하는 회의적인 시각으로 참석한 자리는, 새로운 능력을 깨달음으로 인해서 전환을 맞이했다.

 아주 큰 범죄 모의임에도 술에 취해 한 마디 한 마디 나온 우리의 아이디어는 이 범죄를 가능하게 만들 것 같았다.


투명인간이 되어, 신속하게 접근하여 ATM 차량의 가드를 제압하고, 돈을 들고 다시 신속하게 벗어난다.

10초라는 짧은 시간이지만, 계획만 잘 세우면 이 모든 것이 가능할 것이라 생각이 되었다.



앞으로 한 달.

한 달간, 나머지 두 명이 여기저기 ATM기기 있는 곳을 돌아다니며 가장 보안이 느슨해 보이는 곳을 찾는다.

CCTV도 최대한 없고, 사람들도 많지 않은 곳을 찾은 후, 일주일에 몇 번, 몇 시쯤 ATM기 현금수송 차량이 오는지, 올 때 몇 명이 오고, 그 사람들의 routine은 어떻게 되는지를 살펴보기로 한다.


나는 직장을 다니기 때문에 낮에 알아볼 수는 없으므로, 상대적으로 시간적 여유가 많은 두 사람이 장소 물색을 하기로 한다.

대신 나는 10초라는 짧은 시간 동안 현금수송 차량에서 현금을 탈취할 수 있는 방법을 가장 가능성 높게 계획을 세운다.


아.. 가능성이 높아서는 안 된다.

무조건 100% 안 들키고 탈취해야 한다.


우리는 그 자리에서 소주 두 병을 더 마시고, 범죄 모의를 아주 기분 좋고, 매우 실현 가능성 높게 이야기를 했다.


어떻게 범죄 모의가 이렇게 유쾌하고 재밌을 수가 있지?


아마도 술기운이겠지만, 한 번 터진 우리의 상상력은 끝도 없이 뻗어나가 모든 것이 아주 쉽게 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우리는 서로의 손가락을 걸고, 꼭 해내자고 다짐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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