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 밀 Jan 13. 2023

음모를 꾸미다 2

병맛력자 8


한강공원에서 각자의 능력을 조합해보며 자신감이 붙은 이후, 우리는 코발튀와 투명망토가 조사해 온 수원과 서울 강서지역에 현장 답사를 해본다.


CCTV가 없는 곳이어야 함.

 그러나 이 조건은 몇십 m 거리에서 투명인간이 된 뒤, 순간이동으로 순식간에 거리를 좁힐 수 있기에 더 이상 ‘필수적’인 조건은 아니다. (물론, 그럼에도 최대한 안전을 도모해야 하기 때문에 CCTV가 없는 곳이 좋긴 하다.)


사람들의 왕래가 적은 곳이어야 함.

투명인간이 되었기에 사람들의 눈에 안 띄긴 하나, 그럼에도 순간이동 시 앞에 장애물이 있을 경우 신속한 이동이 어렵기에, 최대한 사람들이 없는 곳이 좋다.


현금수송차량의 보안요원들이 최대한 여유롭게 다니는 곳이어야 함.

보안요원들이 빡빡하여 차량 뒷문을 열고, 현금 상자를 빼고, 뒷문을 닫아 버리고 함께 이동을 한다면, 우리의 능력은 무용지물이다.

회사 근처에서 봤던 보안요원과 같이 한 사람이 ATM기에 현금 박스를 갈아 끼우는 동안, 다른 사람은 뒷문을 활짝 열고, 여유롭게 담배를 피우건, 딴짓을 하건 해야 보다 손쉽게 제압하고 현금을 탈취할 수 있다.



 그렇게 여러 가지 조건을 감안하며 발견한 최적의 장소는.. 수원시 장안구의 A은행에 위치한 ATM기 앞이다.


 코발튀가 어떻게 이런 곳을 발견했는지 놀라울 정도로 모든 조건이 맞아떨어지는 곳이다.


은행이 이런 곳에 있으면 사람이 오나? 할 정도로 뜬금없는 곳에 위치해 있는 빌딩에 은행이 있다.

길 건너로는 아파트 단지이나, 은행이 있는 건물 뒤로는 단독주택촌이다. 게다가 건물 옆, 뒤로는 새로운 빌딩을 지으려는 것인지 기존 건물을 허물고 땅만 있는 상태라, 외진 곳에 홀로 떨어진 느낌이다.


 공사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변변한 CCTV도 보이지 않고 사람들의 왕래 또한 많지 않다.


 무엇보다, 현금수송차량은 오후 3시경에 오는데, 한 사람이 현금 박스를 갈기 위해 은행으로 들어가는 동안 다른 보안요원은 현금수송차량 뒤문을 활짝 연 채, 담배를 태운다.


 ATM기에서 현금박스를 간 보안요원 역시 돌아와서 기다리고 있던 동료와 담배를 피우며 10여 분간을 이야기하다가 돌아간다.


아마도 건물 주변도 휑하고, 사람들의 왕래도 별로 없다 보니 이 장소가 보안요원들이 잠시 쉬었다가는 곳이라는 느낌이 든다.


모든 것이 우리가 원하는 조건에 딱 맞아떨어지는 장소이다.


그래.

이곳이라면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이후 한 달 넘게 우리는 한강 공원에서 모의 계획을 세우고, 실행해 봤다.


 수원 빌딩 주변의 동선과 동일한 길이를 굵은 실로 대략적인 구획을 설정해 보고, 우리 셋 초능력의 조합을 섞어가며 10초 내에 현금박스를 탈취할 수 있는 연습을 해 본다.


수많은 시도 끝에 완벽한 계획을 세웠다.


첫 번째, 현금수송차량과 약 40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서 기다릴 것.

너무 가까이 있으면 CCTV에 찍힐 위험성도 있고, 보안요원에게 의심을 살 수도 있다.


두 번째, 한 명이 현금을 갈기 위해 은행으로 들어간 후, 다른 보안요원이 차량 뒷문에서 담배를 피우는 타이밍을 기다릴 것.

그동안 조사해 본 결과, 보안요원들의 routine은 거의 동일하나, 혹시라도 이 행동을 하지 않을 경우 실행하지 않는다.


세 번째, 담배를 피우다가 보안요원이 우리로부터 등을 돌리는 순간, 투명망토의 능력으로 우리 셋 모두가 투명인간이 된다.


네 번째, 코발튀와 함께 내 능력을 사용해 순식간에 40m를 앞으로 나아간다.

마지막 10m에서 보안요원에게 순간이동을 해 갈 때, 코발튀는 두 손으로 보안요원을 세게 밀어 차량 뒷문에 부딪히게 한다. 아마도 보안요원은 큰 충격에 기절을 하거나, 기절을 하지 않더라도 움직이지 못할 고통에 시달릴 것이다.


사실 코발튀가 벽돌을 들고 보안요원의 뒤통수를 때리는 것을 제안하였으나, 그러다 잘못하여 보안요원이 다치는 수준에서 벗어나 사망이라도 하게 되면.. 그건 너무 큰 문제가 될 것도 같고, 아무리 범죄를 모의한다고 해도 상대방을 중상에 빠뜨리게 하는 것은 아니란 내 생각이 완고했다.


다섯 번째, 현금수송차량의 열린 뒷문에서 현금 박스를 들고 나온다.

사실 이것 때문에 코발튀가 나와 같이 순간이동을 하는 것이다. 코발튀의 능력은 이번 모의에서 큰 도움이 되지는 않았으나, 현금 박스를 탈취 한 뒤, 다시 돌아오려면 코발튀가 현금 박스 2개, 내가 1개를 각각 들고, 나의 나머지 한 손으로 코발튀의 허리를 잡고 돌아오는 것이다. 혼자 갈 경우 박스를 2개밖에 가지고 오지 못하지만, 둘이 간다면 박스 3개는 가지고 올 수 있기에 이 방법을 택했다.

(다른 두 친구들에게는 이렇게 말을 했으나, 혹시라도 보안요원 앞에서 잘못될 경우 성인남자 1명보다는 2명이 있는 것이 상대방을 제압하기에도 수월하고, 코발튀도 직접 범죄에 가담시켜 공범을 만드는 것이 내 맘의 짐을 덜 수 있기에, 이런 제안을 하였던 것 같다.)


여섯 번째, 3개의 박스를 들고 40여 미터를 다시 순간이동으로 돌아온다.


일곱 번째, 투명망토가 기다리던 곳으로 돌아와, 다시 한번 투명망토의 능력으로 세 명 모두 투명인간을 10초간 연장시킨다.


여덟 번째, 여기서부터 다시 코발튀와 나는 박스를 들고, 순간이동으로 60m를 이동한다.

박스가 3개나 되어 투명망토까지 순간이동을 시키기에는 손이 부족하기에, 투명망토는 우리를 투명인간으로 만든 장소에서부터 만나기로 한 다른 곳으로 이동을 하여 대기한다.


아홉 번째, 코발튀와 나는 이동 지점에 대기된 차량으로 재빨리 들어간 후, 차를 몰고 투명망토가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간다.


열 번째, 투명망토를 차에 태우고, 유유히 해당 장소를 빠져나온다.



그리고는?


우리의 첫 모의의 성공을 축하하며 공평하게 현금을 나눠 갔는다!






하루에도 십 수번을 한강 공원에서 연습하고 또 연습하며, 모든 동선을 완벽하게 숙지했다. 그리고 발생할 수 있는 의도치 않은 돌발상황에 대해서도 연습하고 또 연습했다.


이건..


성공할 가능성이 아니라, 실패할 가능성이 아무리 봐도 보이질 않는다.


‘그래. 눈 딱 한 번만 감고, 나쁜 짓 좀 해 보자.

어차피 투명인간이니 걸릴 일은 없고, 누군가 크게 다치게 하는 것도 아니니…

그리고 이 다음부터는 좀 괜찮은 일에 우리 능력을 사용하면 되잖아?’


난 그렇게 맘 속으로 나 스스로를 위안했다.


이전 07화 음모를 꾸미다 1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