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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 밀 Jan 12. 2023

한바탕 난리 후

병맛력자 10 - 완결


이후 우리는 이동하는 차 안에서 서로 한 마디도 없이 조용히 있었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현금을 나누고, 축하주를 마셨어야 하지만 각자 집에 가서 대기하기로 한다.

각자의 집에서 상황을 보며,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당분간 카톡으로만 이야기하고 서로 만나지 않기로 이야기했다.


먼저 코발튀를 내려주고, 다시 투명망토를 내려주고 나 역시 집으로 돌아올 때까지 머릿속에 아무런 생각도 없이 멍한 상태였던 것 같다.


그렇게 많은 연습을 하며 자신을 했건만, 너무나도 허망한 이 상황에.. 어떤 반응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젠장!

젠장! 젠장!







삑삑삑.


현관문을 열며 집으로 들어선다.



“어? 친구 만난다며? 왜 이렇게 빨리 들어와?”

와이프가 날 보며 이야기한다.


”애들은?”


“큰 애는 학원 가서 한 시간쯤 후에 오고, 작은 애는 친구네 집에서 파자마 파티 한다고 갔어.”


“아… 그렇구나.”


난 와이프 얼굴을 본다.

왜인지는 모르겠는데, 와이프 얼굴을 보고 있자니 눈물이 주르륵 흐르기 시작한다.


“모.. 모야? 왜 그래?”


“잠시만.”


난 와이프를 꼭 끌어 앉는다.


“왜? 여보 왜? 무슨 일 있어?”


와이프가 재차 묻는다.


“아니.. 그냥.. 기분이 좀 오늘 안 좋아서…”


말하는 내 목소리가 떨려온다.

그리고는 눈물이 하염없이 나기 시작한다.


내가,, 내가 도대체 무슨 짓을 했던 거지?


 





다행히 저녁 뉴스에서는 오늘 있었던 이 사건에 대해 단 한 번의 언급도 없었다. 인터넷을 뒤지며 혹시나 하는 마음에 기사를 여기저기 검색해 봤지만, 수원에서 누가 다쳤다거나, 현금수송차량 탈취를 꾀했다거나 하는 기사는 단 한 줄도 나오지 않았다.

 


그래.

어떻게 보면, 보안요원 입장에서야 갑자기 차 안으로 날아가는 황당한 상황을 겪었겠지만,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고, 본인도 설명할 수 없었을 것이다. 다른 동료가 봐도 보안요원 혼자 차량 안에 쓰러져 있을 뿐, 주변에는 아무도 없고, 현금 박스가 사라진 것도 아니니 누군가 범죄를 꾀했었다는 생각은 눈곱만큼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CCTV에도 우리는 찍히지 않았을 거고.


집에서 TV를 보고, 인터넷으로 기사를 검색하다 보니 현금을 탈취 못한 것이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만일 탈취했다면, 또 다른 이유로 걱정을 하고 있었을 것이다.


‘내가 무슨 범죄를 저지른다고..‘


이제야 지난 과거를 곰곰이 돌아보니, 정말 미친 짓이었음이 느껴진다.

 그리고 이 정도 상황에서 죽을 것 같이 맘고생을 하고 떨려하는 걸 보면, 앞으로도 범죄는 꿈도 꿀 수 없을 것 같다.



한바탕의 대환장 파티 이후, 난 스스로를 다시 돌아보게 된다.


난 범죄를 저지를 인물은 아니다.

완전 새가슴이다.

영화에서 나오는 멋진 범죄의 성공은.. 영화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그래.

그냥 생긴 대로 살아야지..

열심히 회사나 다녀야겠다.


그렇게 생각하니 한결 마음이 편해짐이 느껴진다.


내일은 코발튀에게 아침 일찍 연락해서 병원에 꼭 가보라고 해야겠다.


그리고 이 능력은.. 앞으로는 다시는 쓰지 않으련다.


사람은 생긴 대로 살아야 한다는 교훈을 느끼며 오랜만에 침대에 누워 자기 전 와이프를 꼭 끌어안아본다.


어릴 적 느꼈던 엄마의 품처럼.. 따듯하다.




 



‘음.. 분명 능력자인데?’


A 보안회사의 최차장은 CCTV를 보며 속으로 생각한다.


현금수송차량을 몰고 나갔던 직원의 황당한 이야기에 근처의 CCTV를 확인해 봤다. 담배를 물고, 아무 생각 없는 듯 서있던 직원이 갑자기 차량 안으로 점프를 하며 들어간다.

잠시 후, 다른 직원이 은행에서 나와 차량 안에 쓰러져 있는 동료를 발견한다. 동료는 어딘가 아픈 듯 절둑거리며 차량 밖으로 나온다. 그리고 한참을 뭐라 말하는 걸 봐서는 그 상황에 대해 설명하는 듯하다.

그러나 CCTV를 함께 보는 다른 직원들의 눈에는 갑자기 차량 안으로 점프를 하여 쓰러지는 보안요원의 원맨쇼만이 보일 뿐이다.


하지만 최차장이 보기에 보안요원이 차량 안으로 점프하는 모습이 영 자연스럽지가 않다. 분명 무엇인가에 부딪혀 차량 안으로 날아간 모습이다.


‘투명인간에.. 엄청난 스피드를 가진 능력자로 보이는데.. 혼자인가? 여러 명인가?’


최차장은 동료들에게 ‘저 보안요원 혼자 지랄하는구먼’ 하고 말하며, CCTV 녹음본을 껐다. 그리고는 동료들이 회의실에서 나가는 것을 확인하며 어딘가로 메시지를 보낸다.


능력자 발견. 투명인간 능력. 초스피드. 두 가지 능력을 가진 것으로 파악됨.



‘또 찾게 되는군. 이 녀석은 우리와 결이 맞으려나?’


최 차장은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으며 창 밖을 바라본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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