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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 밀 Jan 10. 2023

대환장 파티

병맛력자 9


드디어 D-day다.


이미 어제부터 휴가를 내어 마지막으로 코발튀, 투명망토와 범죄 모의를 몇 번씩 리허설해 보았다.


꼭 이 정도까지 해야 하냐는 코발튀와 투명망토의 불평에도, 우리가 100% 성공하기 위해서는 이 이상의 연습도 불사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얼마나 연습했다고.. 젊은것들은 정말 인내심이 부족한가 보다. 잡히면 인생이 끝나는 건데, 그런 건 생각 못하는 건가?)




오전부터 수원으로 향하여, 코발튀, 투명망토와 이야기를 나눈다.

이미 골백번도 더 한 이야기들이지만, 다시 반복하고, 또 반복한다.


오후 2시.

타고 온 차량을 범죄 장소에서 100m 정도 떨어진 길에 세워 놓는다.

그리고는 범죄 장소에서 50m 정도 떨어진 곳으로 와서 어슬렁 거리기 시작한다.


앞으로 한 시간 후면 현금수송차량이 도착한다.


수많은 연습을 했음에도, 손은 땀으로 흥건하다.


아.. 괜히 한다고 했나?

괜찮겠지?

아닌가?

들켜서 감옥을 가게 되면 어떡하지?

우리 애들은? 범죄자의 아이들이 되는 건가?


시간이 점점 다가올수록, 심장은 요동치기 시작한다.


실패할 일이 없을 거라 100% 확신할 만큼, 수많은 연습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태어나 이렇게까지 심장이 뛰는 소리가 귀에 박힐 정도로 들리는 건 처음인 듯하다.



“형… 아.. 안 되겠어요.. 미치겠네.. 심장이 너무 뛰어요.”


코발튀가 거의 울상이 되어 이야기한다.

이 녀석도 나와 비슷한 감정을 느끼는 것 같다.


투명망토를 쳐다본다.

눈에 초점이 없어 보인다.


’미치겠네… 그렇게 쉬워 보였던 일인데, 이렇게까지 심장이 뛸 줄이야…‘

하지만 나까지 약해지면 안 된다.


“야. 정신 똑바로 차려. 지금 와서 그런 이야기를 하면 어떡해?”

 

“아…네.. 아.. 형, 잠깐만요. 저 화장실 좀 다녀올게요.”

 

“빨리 갔다 와. 시간 별로 없어. 그리고 갔다가 스타트 지점으로 와.”


현금수송차량이 오기까지 여유가 있음에도 난 시간이 없다며 코발튀를 재촉한다.


실은..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도 잘 모르겠다.



코발튀는 재빨리 주변 건물의 화장실로 뛰어간다.

나와 투명망토는 스타트 지점으로 이동한다.

 


스타트 지점.

현금수송차량으로부터 대략 40m 정도 떨어진 전봇대가 우리의 스타트 지점이다.


여기서 우리 셋이 투명인간으로 변신을 해야 하고, 현금 박스를 탈취한 후 다시 돌아와 투명망토에 의해 다시 한번 10초간의 투명인간으로 시간을 연장해야 하는.. 모든 곳의 시작이며, 중간 경유지이기에 너무나 중요한 장소다.



“오빠. 우리.. 잘 되겠지요?”


“그럼, 걱정하지 마. 잘 될 거야.”


난 투명망토를 안심시키고자 말을 한다.

그러나 내 목소리 역시 사르르 떨리며 갈라져 나옴을 숨길 수가 없다.




 


부우웅.


현금수송차량이 40m 떨어진 은행 건물 앞으로 다가온다.


응?


시간을 본다. 2시 43분.

우리의 예상보다 17분을 빨리 왔다.

매번 3시경에 왔는데, 3시를 넘어서 올 때는 있었어도 3시 이전에 온 적은 없었다.



“아.. 씨.. 코발튀? 코발튀는 아직 안 왔나?”


난 급한 맘에 코발튀에게 전화를 건다.


정차한 현금수송차량의 문이 열리며, 보안요원이 나온다.

보안요원은 차량의 뒷문을 열고 현금 박스 한개를 들고 은행으로 들어간다.


“아.. 진짜.. 코발튀는 모 하는 거야? 왜 전화를 안 받아?”

 

난 다급한 맘에 화를 낸다.

 

“아.. 형!”


“야! 모 하는 거야? 차량 왔어! 빨리 튀어 와!”


언제나 스마트하게 이야기했던 나이지만,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지른다.


“아.. 네! 지금 가요.”


건물에서 나와 스타트지점으로 뛰어오는 코발튀가 보인다.


“야. 야. 빨리빨리.”


난 코발튀를 한 눈으로 째려보며, 또 다른 시야로는 현금수송차량을 본다.


다른 보안요원이 차 밖으로 나와 열린 차량 뒷문에서 담배를 피우기 위한 준비를 하는 것이 눈에 들어온다.



“모야? 벌써 담배를 피우는 거예요?”

코발튀가 헐레벌떡 뛰어오며 이야기한다.


“야. 야. 시간 없어. 빨리 여기 와서 서. 투명망토, 빨리 시행하자.”


예상보다 이른 현금수송차량의 등장에 우리 모두 허둥지둥이다.

이걸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하는 좀 전까지의 내면의 싸움은 갑작스러운 상황으로 인해 온 데 간데없다.


온몸이 땀범벅이다.


“할게요!”


투명망토는 혀를 코에 가져다 댄다.

나와 코발튀는 급하게 투명망토의 어깨에 손을 올린다.

“자! 코발튀. 잘 잡아!”


난 항문에 힘을 준다.

계속 계속 항문에 힘을 준다.

우리의 몸은 앞으로 쑥쑥 나아간다.


매일 해 왔던 연습과 광경임에도 지금 이 순간, 순식간에 내 뒤로 지나가는 주변환경이 갑자기 낯설다.


이게 성공할까?

과연?

안 되면 어떡하지?

감옥엔 안 가겠지?


순간이동을 하며 난 오만가지 생각을 한다.


“형! 모해요!!”

코발튀가 소리친다.


이런 미친!


수도 없이 연습한 바에 따르면, 마지막으로 순간이동을 할 때 코발튀가 보안요원을 향하게 이동을 해야 한다. 그러면 코발튀가 보안요원을 밀어 문에 부딪히게 만들어 기절을 하거나, 최소한 어딘가 다쳐서 전투불능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짧은 순간. 잠시 딴생각을 하는 사이, 난 나도 모르게 내가 보안요원을 향해 나아감을 느낀다.



“어.. 어.. “


난 놀라 코발튀의 허리를 둘렀던 손을 빼고, 두 손으로 보안요원을 밀기로 한다.

 

“형!”


단말마의 외침.


차량 뒷문에 채 도달하기 전에 급한 마음에 코발튀를 놓아 버렸다.


이.. 이런. 실수다!


하지만 실수라는 생각을 함과 동시에 내 몸은 가드와  강하게 부딪힌다.


너무나 순식간에 이동을 했기에, 코발튀의 허리를 둘렀던 손이 가드를 미는 자세를 취하기도 전에 내 가슴이 그대로 보안요원과 부딪힌다.


퍼억!


콰광!


“컥!”


“으악!”


원래대로라면 차량 뒷문에 부딪혀서 쓰러져야 할 보안요원이 차량 속으로 날아가버린다.


손으로 민 것도 아닌, 맨가슴으로 보안요원과 부딪힌 나는 숨을 쉬지를 못할 정도의 통증을 느낀다.


그런데 ‘콰광?’, ‘으악?’

이건 무슨 소리였지?



“코…. 코… 코발튀?”


난 숨도 제대로 쉬어지지 않음에도, 놀라서 코발튀를 찾고자 노력한다.


보안요원은 차량 안으로 날아가 쓰러져있다. 아무런 움직임도 없다.

나 역시 차량 후문에 쓰러진 채, 가슴을 붙잡고 있다.



코발튀는?

코발튀는 어디에 있지?


차량 뒷문 중 하나가 열릴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나 꺾어져 있다.


서.. 설마? 뒷문에 그냥 박은 건가?



“코..코발튀!”


코발튀가 보이지 않기에, 난 손으로 차량 후문 바닥을 더듬는다.


“으….”

신음소리가 들린다.


코발튀다!


“너.. 괜찮아?”


“어…으…어…”


코발튀는 말도 제대로 하지를 못한다.

투명인간이 되었으니 얼마나 심하게 다쳤는지 확인을 할 수는 없지만, 코발튀의 몸을 더듬다 보니 머리 쪽이 끈적한 것이 아무래도 피가 나는 것 같다.



아… 미치겠다.. 진짜.



난 코발튀의 허리를 감고 일어선다.

나 역시 미칠듯한 통증에 숨쉬기조차 어렵지만, 여기서 투명인간 능력이 사라져 우리의 모습이 드러나게 될 경우 진짜 큰일이 난다. 난 모든 힘을 쥐어 짜내본다.

 


“잠깐만.. 잠깐만 참아.”


난 항문에 힘을 준다.


슉. 슉. 슉.


미친 듯이 스타트 지점에 도달한다.





“투명망토!”


대답이 없다.


“투명망토!” 난 다급하게 다시금 투명망토를 부른다.


“아.. 오빠! 모예요? 어떻게 된 거예요?”


스타트 지점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투명망토의 목소리가 들린다.


“야! 넌 왜 여기에 바로 안 서 있어?”


나도 모르게 ‘야’ 소리가 튀어나온다.


“빨리빨리. 다시 투명인간이 되게 해 줘!”


”아니.. 지금 모가 어떻게 된 거예요? 여기서 보니, 모 가지고 온 것 같지도 않은데?”


“아! 진짜 썅! 빨리! “


난 버럭 소리를 지른다.



투명망토의 손길이 내 몸에 닿는 것이 느껴진다.


“오빠. 했어요. 근데.. 현금 박스는요? “


“야.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냐! 나중에 말해 줄게. 만나기로 한 지점에서 봐.”


“네? 하지만..”


난 투명망토의 말을 채 끝나지 않았음에도 계속해서 항문에 힘을 주며 차량으로 순간이동을 해 간다.


코발튀가 죽는다면?

보안요원이 죽었다면?


미칠 것만 같은 생각에 온몸이 벌벌 떨려온다.


수도 없이 내 차까지 가는 거리를 연습하여 항문에 힘을 여섯 번만 주면 차량에 도달해야 함에도 뭐가 잘못되었는지 차량까지 5m 정도 앞에서 멈춰 선다.

더 힘을 주자니, 차량 앞으로 가게 될 것이고…


나는 코발튀를 잡아끌고, 차량으로 이동한다.

세상에서 가장 긴 5m다.


삑삑


차량을 열고 뒷좌석에 코발튀를 던져 넣는다.


계획대로라면 난 운전석으로 이동 후에 투명인간이 풀리길 기다려야 하나, 지금 5초가 지난 것인지, 10초가 다 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냥 나 역시 차량 뒷문으로 함께 따라 들어간다.


”아악!”


코발튀를 밟았는지, 단말마의 비명 소리가 들린다.

난 뒷자석 문을 닫고, 허겁지겁 앞 좌석으로 이동한다. 이동하는 중간 내 몸이 다시 보이기 시작한다.


“코발튀!!”


난 뒷좌석의 코발튀를 확인한다.

머리 어딘가가 깨졌는지, 얼굴이 피로 범벅이다.


“괜찮아?”


”아…. 으…”


난 더 이상 코발튀를 보지도 못하고, 급히 시동을 켠다.

그리고 투명망토와 만나기로 한 장소로 차량을 몰고 간다.


현금수송차량은 어떻게 되었는지, 보안요원은 괜찮은 건지, 모든 것이 너무 궁금하지만 그쪽으로는 당연히 갈 수도 없고, 갈 엄두도 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지금 현금차량 주변은 어떤지 너무나도 궁금하다.


마음을 다잡고 투명망토가 기다릴 대기 장소로 이동한다.

투명망토가 보인다.


“투명망토! 빨리 타!”

난 소리를 지른다.


투명망토는 조수석 문을 열고 차 안으로 들어오다, 뒷좌석에 피범벅이 되어 있는 코발튀를 본다.


“악! 이게 뭐예요? 뭐가 어떻게 된 거예요?”


난 투명망토의 질문에 대답도 하지 않고, 차를 몰고 최대한 빨리 이 지역을 벗어난다.


미쳤어. 미쳤지.

무슨 현금차량에서 현금탈취야.

아.. 어떡하지?

코발튀는 괜찮은 건가?

뇌에 이상이 있는 건 아니겠지?

보안요원은?

살아있겠지?


“으…. 형… 진짜 모예요… 죽을 뻔했어요..”


코발튀가 처음으로 말을 한다.


“코발튀! 너 괜찮아?”


“아… 머리가 깨질 것 같아요. 차량 뒷문에 정통으로 박았어요..”


휴.. 말을 하는 걸 보니, 죽지는 않겠지?


머릿속이 오만가지 생각으로 멈춰 서 버린 듯하다.


“어떻게 된 거예요?” 투명망토가 묻는다.


“순간이동을 할 때 조절이 잘 못 되었어. 코발튀가 보안요원을 밀어야 하는데, 내가 보안요원 쪽으로 이동이 되었어. 그래서 난 보안요원과 맨 몸으로 부딪혔고, 코발튀는 차량 뒷문에 부딪힌 거 같아.”


“어.. 어떻게 된 거예요? 연습 무지하게 많이 했잖아요?”


난 내가 잠시 다른 생각을 하는 바람에 벌어진 실수라고 차마 말할 수 없었다.


“모르겠어. 순간이동을 하는데 발이 미끄러운 게, 뭔가 걸렸었나 봐. 나도 조절이 잘 안 되었어.”


“아휴..”

투명망토는 불만 가득한 큰 한숨을 내쉰다.



하지만, 정작 현금수송차량 앞에서 벌어졌던 일들을 겪었더라면, 그런 불만을 가질 여유조차 없었을 거다. 그 짧은 순간, 지옥에서 살아왔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났다.


“코발튀.. 너 병원에 가 봐야 하는 거 아냐?”


내가 말하자 투명망토가 고개를 돌려, 코발튀의 머리를 확인한다. 코발튀에게 머리를 앞 좌석 쪽으로 움직이라고 하고, 차량 내에 있는 물티슈로 얼굴을 닦아주고, 상처가 난 곳을 찾기 시작한다.


“여기.. 찢어졌다기보다는 살이.. 까진 건가? 피는 많이 나는데, 그렇게 많이 다친 것 같지는 않은데..?”

투명망토가 이야기한다.


“야.. 야… 겉으로는 많이 안 다쳤을지 몰라도, 뇌가 흔들거려. 머리 안에가 많이 다친 것 같아.”


“코발튀. 어떡할래? 지금 병원에 갈래? 아님, 오늘 하루 상황 보고 내일 병원에 갈래?”


“무슨 상황이요? 지금 병원에 가봐야 하는 거 아네요?” 

투명망토가 이야기한다.


“아니.. 지금 거기.. 은행 앞에 현금수송차량 있는 곳도 난리가 났을 거 아냐? 오늘 저녁에 뉴스라도 봐야지. 뉴스에서 뭐라고 하는지 좀 보고, 안전을 확인한 후에 병원을 가야 하지 않을까.. 해서.. “


“지금 사람이 다쳤는데, 무슨 소리를 하는 거예요?”

투명망토가 나에게 다그치듯 말한다.


“아… 아냐.. 형 말이 맞을 수도 있어. 머리가 지끈거리기는 하는데.. 일단 오늘 저녁에 뉴스 좀 보고, 그리고 내일 아침에 일찍 병원을 가던지 하는 게 나을 것 같네요.”


“그.. 그래.. 그게 좋을 것 같아.”


코발튀에게 마음 한 편으로는 너무 미안하면서도, 우리 셋을 위해서는 (아니, 나를 위해서가 맞다.) 이게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아.. 씨바.. 이게 도대체 뭐야!


왈칵 눈물이 쏟아질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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