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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 밀 Jan 13. 2023

능력 검증 2

병맛력자 5


이야기를 하는 동안 해는 뉘엿뉘엿 사라졌고, 한강 공원에는 어둠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우리.. 사람들이 안 보이는 곳으로 이동해서, 한 번 능력을 보여주는 것은 어떨까요? 저쪽으로 가다 보면 사람들도 없고, 나무들로 둘러싸인 곳이 있어요. “


평소 한강공원에서 자전거 라이딩을 즐기는 나이기에, 한강 공원 어디로 가야 남들 눈에 띄지 않고, 능력을 보여 줄 수 있는지 알 수 있었다.


”네. 그리로 한 번 가보죠. “



두 사람은 내 의견에 동의를 했고, 우리는 10여분을 걸어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는, 나무로 둘러싸인 아지트 같은 곳에 도달했다.


”그럼, 제가 이 모임을 주선했으니, 저부터 보여드리는 것이 좋을 것 같네요. “


난 두 사람 앞에서, 항문에 힘을 주었다. 여느 때와 같이 내 몸은 순간이동을 하듯 앞으로 10m를 이동했다.


”와! 대박! 장난 아닌데요? “


코발튀는 흥분하며 소리를 질렀다.


”쉿! 조용히 하세요. 너무 떠들면 아무리 여기라도 사람들 눈에 띌 수 있어요. “


코발튀와 투명망토에게 다시 돌아가며 말한다.


”아.. 네… 근데, B밀님 능력, 진짜 멋있어요! 대박이에요! 아.. 저도 그런 능력이었으면 좋았을 텐데.. “


코발튀는 왠지 진심으로 내 능력을 멋지게 보는 것처럼 느껴졌다.


”이번엔,, 코발튀님 차례예요. “


”아.. 네.. 휴우… 근데, 진짜… 웃으면 안 돼요.. “


”웃긴요.. 저도 웃긴데요. “


”아네요… 진짜… 제걸 본다면… 휴우…“



코발튀는 주섬주섬 오른쪽 신발과 양말을 벗었다.

그리고는 자리에 앉더니 두 팔로 자신의 오른 다리를 얼굴 가까이로 가져다 댄다.

내가 상상했던 바로 그 모습이다.

얼굴은 발가락으로 최대한 숙이고, 두 손은 발을 잡아당겨서 엄지발가락과 코를 맞닿게 하는…

씨바.. 능력을 보기도 전에 더럽다.

저 녀석에 비하면 내 능력발현 방법은 진짜 훌륭한 거다. 말을 안 했다면, 내가 10m 순간이동을 하기 위해 똥꼬에 힘주고 있다는 것을 아무도 모르는 것 아닌가.


슈욱!


잠시 생각을 하는 사이, 그 우스운 자세로 코발튀의 몸이 하늘 높이 올라갔다.


5m? 5m가 저렇게 높은 건가?


능력만으로 보면 저것도 멋지긴 하다. 어릴 때 보던 육백만 달러의 사나이가 ’두구두구두구‘하는 음악과 함께 하늘 높이 솟구쳐 뛰듯, 코발튀 역시 하늘 높이 솟구친다.


”어.. 어.. “


나와 투명피부는 당황한다.


하늘로 오른 코발튀가 공중에서 중심을 잡지 못하고 허우적댄다. 발현하는 자세가 부자연스럽기에 공중에서 정상적으로 내려오기 위한 자세를 잡아야 하는 것도 쉽지 않아 보인다.


털썩.


다행히 큰 부상이 없이 땅에 착지한 듯 보이지만, 이건 자칫 잘못하면 떨어지다가 큰 부상을 당할 수도 있어 보인다.


”아우… 허리랑 무릎이 아프네요.. 제 능력은.. 보시는 것처럼 멋지지도 않고, 부상 위험도 있어요.. B밀님 같은 능력이 부러워요.. “


”아네요.. 코발튀님 능력도 완전 훌륭하네요. “

(아우.. 저런 능력이 아닌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자.. 그럼 투명피부님도? “


”네? 네… 잠시만요. 뒤 좀 돌게요. “


투명망토는 뒤로 돌았다. 순간, 투명망토의 몸이 사라졌다.


”헉!! “


나와 코발튀는 얼어붙고 말았다.


그래!

바로 저런 게 초능력이지!


코발튀가 부러워했던 내 능력이 하찮다고 느껴진다.


”여기요! “


갑자기 옆에서 들리는 소리에 깜짝 놀라 코발튀와 나는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투명망토가 능력을 발현했던 장소에서  우리와 10여 미터 오른쪽으로 떨어진 장소에서 나타난다.


”이.. 이건 정말 대박인데요? “


나와 코발튀는 감탄과 부러움을 여과 없이 표현한다.


”그.. 그런가요? 근데, 첨에 보면 그러실 수도 있는데, 투명인간 지속기간이 10초 밖에 안 되어서,, 시간이 지나다 보면 쓸 데가 없음이 느껴져요.. “


”그.. 근데 발현방법이 모예요? 뒤돌아서 모 하신 것 같은데? “


코발튀가 묻는다.


”아… 음… 좀 창피하긴 한데… 음… 전,, 혀를 코에 대면 투명인간이 돼요…“


아.. 씨바…

그래… 진짜 정상적인 것들은 하나도 없구나.


”유튜브를 보다가, 우연히 랜덤 하게 걸린 영상에서 혀가 코에 닿는 게 있었는데,,, 저도 되나.. 하고 시험해 봤다가, 그건 되었는데, 이상한 능력을 발견하게 된 것이죠. “


아니.. 혀가 코에 안 닿았으면, 능력 발현을 못 할 뻔했잖아?

속으로는 병신 같다고 생각하면서도, 나도 모르게 혀를 코에 닿으려고 노력해 본다.

혹시라도 싶어서…..


”조금, 앞에서 보여드리기가 민망해서.. 뒤돌아서했어요. “



잠시 셋 사이에 정적이 흐른다.

진짜 거짓말이 아니고,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다.

발현방법이야 뭐가 되었건, 일반인들과 다른 초인적인 능력을 서로가 가졌다는 것에 대해, 병맛이라고는 해도 한편으로는 놀라움이 드는 건 당연한 사실이다.


서로의 능력을 보여준 뒤, 우리는 이런저런 대화들을 이어갔다. 나만이 아닌, 상대방도 능력자란 것을 알고 나니, 갑자기 서로에 대한 신뢰도가 엄청나게 늘어났는데, 나 말고도 다른 친구들도 그런 감정을 느낀다는 것이 대화에서 묻어 나온다.

그렇게 우리는 공원에 앉아 대화를 한 시간가량 이어갔다. 이걸로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영화에서처럼 힘을 합쳐 무엇을 해 볼 수 있을까? 등등..


시간이 지나고 내가 말을 꺼냈다.


”음… 우리가 이걸로 뭘 할 수 있을지.. 각자 생각해 보고, 일주일 뒤 다시 모입시다. 뜬금없는 능력들이라 조화를 어떻게 이뤄야 할지는 모르겠는데, 그래도 세 명의 능력이 합쳐지면, 혼자랑은 다르게 뭔가 멋진 게 만들어지지 않을까요? “


셋은 동의한다. 이제는 전화번호도 교환해서 카톡으로 단톡방도 만들었다.

중간중간 서로의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이야기를 같이 나누면서, 우리의 능력으로 무엇인가 멋진 것을 만들어보기로 한다.


그래.. 이때까지만 해도, 모든 것이 다 잘 풀릴 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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