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 남자의 잡생각
결혼을 할 때 마련한
전셋집 하나.
이후,
십 수년이 흐르면서
저축을 해 모은 돈은
올라가는 전셋값을 메꾸는 데 사용되었고
어느 순간에는
‘전세+월세’로 전환하여 살게 되었다.
대부분의 가정이 대출을 하여 집을 산다는
가장 기본적인 것도 모른 채,
저축만으로 집을 사야 한다는
이상한 고집을 부렸는데,
(투자의 ‘투’자도 모르는, 일만 하는 아저씨였기에)
시간이 지날수록 내 집 마련은 어려워졌다.
육아 휴직 후
몸도 건강해지고, 머리도 맑아져
다양한 책을 읽던 시절.
주식뿐만 아니라
부동산 관련된 책도 많이 읽었는데,
주식으로 어느 정도 자산이 늘어나
자신감이 생기며,
부동산에 대한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갑자기 머릿속에
무엇인가가 확 지나갔다.
청약 통장.
결혼을 하기도 훨씬 전에
청약 통장을 만들었었는데
그게 어떻게 생각이 안 났었지?
어느 은행이었지?
금액은 제대로 넣었던가?
아직 있는 거 맞겠지?
부랴부랴 계좌통합 어플을 설치하고
어떤 은행이었고, 얼마나 오래되었고,
얼마를 넣었었는지 확인을 했다.
그리고 청약점수를 확인해 보니..
이런…
놀랍도록 높은 점수이다.
(어떻게 이걸 잊어버리고 살았을까?)
너무 힘들어서 쉬게 된 것인데,
쉬면서는
자꾸만 행운이 따라주는 것 같다.
와이프와 상의를 한 후,
청약을 해 보기로 한다.
떨리는 맘으로 청약을 하고,
며칠 간을 수험생의 심정으로 지내다가
결과 발표일,
아침 일찍부터 컴퓨터로 확인을 해 본다.
당첨!
아싸!
나도 이제 내 집 마련을 했다.
그것도 금싸라기 강남땅에!
P.S. 전화위복이라고,
모든 것을 다 놓아 버리고 싶던 순간,
모든 것들이 다 좋아지기 시작했다.
만일 회사에서 늦은 나이에 육아휴직을 결심(애를
돌본다기보다는 현 상황의 회피 목적이 강했기에)
하지 않았다면,
당연히 주식이나 부동산이나
그 어떤 투자에도 관심을 두지 않았을 것이고,
청약통장이 있는지도 잊고 살았을 것이고,
일에만 빠져 있었을 것이고,
아이들과 가까워지지도 못했을 것이고,
와이프에게는 매일 짜증만 냈을 것이고,
이 모든 상황에
하루하루 한탄만 하며 살고 있었을 것이다.
게다가
육아휴직을 했던 때가 코로나 시기가 아니었다면,
이 역시 불가능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