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 남자의 잡생각
회사에 친한 친구 A, B
2명이 있었다.
A는
같은 대학, 같은 학과를 나온 친구다.
그럼에도 대학 때는 서로 존재만 알 뿐
친하게 지내지는 않다가,
첫 직장에 같이 입사를 하게 되면서 친하게 되었다.
같이 여행도 다니며 찐친으로 지내다가
내가 이직을 하고, 서로 가정을 꾸리고 하다 보니
잠시 소원해졌는데,
십몇 년이 지나
내가 이직 한 회사로
A가 오게 되면서
다시 찐친이 되었다.
B는
내가 육아 휴직을 가기 3-4년 전쯤
우리 회사로 온 친구이다.
어쩌다 보니 동갑이고 해서
B는 말을 놓자고 계속 이야기를 했는데,
나이를 먹고 나니 사람들과 쉽게 말도 안 놓아지고,
다른 부서에 있으나 나보다 직급도 높고.. 해서
친하게는 지내되,
술자리가 아니면 서로 존칭을 했었다.
그러다가
친해지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B가 보스와의 이슈로 힘들던 시절,
그 보스 앞에서 유일하게 자기편을 들어준 사람이
나라는 것 때문이다.
(솔직히 난 그렇게까지 편을 들어준 것 같지는
않은데, 힘들던 B에게는 큰 감동이었나 보다.)
회사가 막장 드라마처럼 가던 시기.
친구 A가 가장 먼저 퇴사를 하고,
친구 B가 얼마 안 있어,
6개월 육아휴직을 갔다가,
복귀할 즈음 퇴사를 하고,
내가 마지막으로 육아휴직을 하게 되었다.
A는 퇴사를 하고,
몇 개월간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모 컨설팅 회사에 들어갔고,
B는 퇴사 후 좀 더 쉬다가
모 금융 회사에 들어갔다.
이 시기,
친구 A는 공황장애 진단을 받고,
몇 개월간 치료를 받았기에
일을 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라
아르바이트를 했었고,
역시 이 시기,
친구 B도 공황장애 진단 후,
아직까지도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
새로 옮겨 간 회사에서는 이 사실을 모르지만.
육아휴직 기간 중
셋이 술자리를 한 적이 있다.
성격 상 A와 B는 맞지 않아
친해질 수 있는 사이는 아니지만,
나라는 매개로 하여 같이 모였고,
둘은 서로 같은 병명을 겪고 있음을 알고
이 순간만큼은 금세 친해진다.
그리고
두 명 다 신이 나서
나에게 정신과 치료를 받아 보라며 권한다.
난 너희들 정도는 아니고
지금 정신이 아주 맑고 건강하다고 항변을 해도,
두 친구는 절대 아니라며
꼭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주장을
계속적으로 펼친다.
네가 막차로 쉬는 거라서
사실은 스트레스 강도가 젤 심할 거라는 둥,
진료 후 치료를 받는 상태가 아니더라도,
점검 차원에서 가보는 것은 나쁘지 않다는 둥,
정신과 치료 애찬론을 펼친다.
“야… 이거 정신병자 둘을 붙여 놓으니,
아주 가관이구나.”
술자리가 파하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한 번 병원에 가볼까?
하는 생각이 든다.
P.S. 결국 나의 치료제는 자전거, 수영, 독서, 요리,
그림 그리기, 여러 가지 투자의 성공
그리고..
무엇보다 소중한 가족과 함께하기였던 것 같다.
아니면..
육아휴직 기간 중 좋은 일이 많아서
잠시 잊고 있었던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