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 남자의 잡생각
결혼 후,
십 수년이 지난 지금까지
한 두 번을 제외하고 지속되는 루틴이 있는데,
3주에 한 번씩 가족과 함께
부모님 댁을 방문하는 것이다.
(차로 대략 4-50분 거리이다.)
내가 큰 효자도 아니고,
부모님과 사이가 좋은 것도 아님에도
이 루틴이 깨진 적은 없다.
일이 바쁘고 너무 힘들 때도
꾸역꾸역 방문을 했던 것 같은데,
아마도 부모님이 어려웠기 때문인 것 같다.
육아 휴직 후,
2-3개월이 지난 후부터
부모님 댁 방문 중 달라진 것의 하나가
와이프가 요리를 해서 간다는 것이다.
강요한 적도,
그런 낌새를 준 적도 없는데
(별로 나 자신도 원하지도 않는다),
어느 순간 와이프가 요리며 반찬이며
부모님 댁을 방문하러 가면 준비를 하곤 한다.
어느 날인가 와이프에게 이야기한다.
“여보. 생각해보니
결혼해서 3주에 한 번씩
부모님을 방문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특히나 요리까지 해서 가는 며느리는 쉽지 않지.
그리고 애들도 점점 커지니,
주말에도 학원이다 뭐다
할 일들이 많아지는 것 같아.
나 육아휴직 복귀하면
그때부터는 부모님 댁 방문하는 주기를
좀 넓게 잡도록 하자.
그리고 갑자기 당신이
왜 요리를 만들어가는지는 모르겠지만,
나 다시 회사에 복귀하면,
그렇게 고생하면서 뭐 만들어가진 말자.
그냥 음식점에서 사 먹으면 되지,
수고스럽게 뭘 만들 필요는 없을 것 같아.
그래도 요새 여보한테 정말 고마움을 느껴.
진심으로 고마워.”
와이프가 대답한다.
“아냐. 그냥… 나도 모르겠는데
오빠가 쉬면서 이것저것 도와주기도 하고,
애들이랑도 잘 놀아주고,
오빠의 기운 난 모습을 보니
나도 같이 기운이 나서 그랬던 것 같아.
나도 갑자기 왜 이러는지는 모르겠고,
언제까지 갈지는 모르겠는데,
일단 되는 데까지는 해 보려고.
그리고 나 같은 며느리가 어디 많은 줄 알아?
이 정도면 정말 잘하는 며느리 아냐?”
눈가가 촉촉해져 와이프가 이야기한다.
“맞아. 최고의 며느리이고,
최고 엄마고,
최고 와이프지.”
정말 오랜만에 와이프를 꼬옥 안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