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3 가족 12 - 부모님 댁 방문 (1)

중년 남자의 잡생각

by B 밀


결혼 후,

십 수년이 지난 지금까지

한 두 번을 제외하고 지속되는 루틴이 있는데,

3주에 한 번씩 가족과 함께

부모님 댁을 방문하는 것이다.

(차로 대략 4-50분 거리이다.)


내가 큰 효자도 아니고,

부모님과 사이가 좋은 것도 아님에도

이 루틴이 깨진 적은 없다.


일이 바쁘고 너무 힘들 때도

꾸역꾸역 방문을 했던 것 같은데,

아마도 부모님이 어려웠기 때문인 것 같다.




육아 휴직 후,

2-3개월이 지난 후부터

부모님 댁 방문 중 달라진 것의 하나가

와이프가 요리를 해서 간다는 것이다.


강요한 적도,

그런 낌새를 준 적도 없는데

(별로 나 자신도 원하지도 않는다),

어느 순간 와이프가 요리며 반찬이며

부모님 댁을 방문하러 가면 준비를 하곤 한다.




어느 날인가 와이프에게 이야기한다.


“여보. 생각해보니

결혼해서 3주에 한 번씩

부모님을 방문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특히나 요리까지 해서 가는 며느리는 쉽지 않지.


그리고 애들도 점점 커지니,

주말에도 학원이다 뭐다

할 일들이 많아지는 것 같아.


나 육아휴직 복귀하면

그때부터는 부모님 댁 방문하는 주기를

좀 넓게 잡도록 하자.


그리고 갑자기 당신이

왜 요리를 만들어가는지는 모르겠지만,

나 다시 회사에 복귀하면,

그렇게 고생하면서 뭐 만들어가진 말자.


그냥 음식점에서 사 먹으면 되지,

수고스럽게 뭘 만들 필요는 없을 것 같아.


그래도 요새 여보한테 정말 고마움을 느껴.


진심으로 고마워.”




와이프가 대답한다.


“아냐. 그냥… 나도 모르겠는데

오빠가 쉬면서 이것저것 도와주기도 하고,

애들이랑도 잘 놀아주고,

오빠의 기운 난 모습을 보니

나도 같이 기운이 나서 그랬던 것 같아.


나도 갑자기 왜 이러는지는 모르겠고,

언제까지 갈지는 모르겠는데,

일단 되는 데까지는 해 보려고.


그리고 나 같은 며느리가 어디 많은 줄 알아?

이 정도면 정말 잘하는 며느리 아냐?”


눈가가 촉촉해져 와이프가 이야기한다.


“맞아. 최고의 며느리이고,

최고 엄마고,

최고 와이프지.”


정말 오랜만에 와이프를 꼬옥 안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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