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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같은 남자와 여름 같은 여자

by 토숭이 Feb 13.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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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자친구는 봄에 태어났다. 나는 여름에 태어났다. 그래서일까? 우리의 성격도 우리가 태어난 시기와 비슷한 모양을 하고 있다. 오빠는 잔잔하고, 다정하고, 따뜻하다. 하지만 난 밝고, 열정적이고, 따뜻함을 넘어서 뜨겁다. 그래서 연애 초반, 우린 서로의 다름을 어렵지 않게 인지하게 되었다.


 나는 밝은 성격이다 보니, 오빠처럼 잔잔한 호수 같은 성격이 신기했다. 오빠는 화를 잘 내지 않았다. 짜증을 낼 수도, 화를 낼 수도 있는 상황에서도 오빠는 굳이 화를 내지 않았다. 운전을 하다가도 누군가가 우리 앞에 깜빡이도 안 키고 끼어들면 나는 짜증이 났다. 하지만 오빠는 그럴수도 있지. 라는 말로 항상 넘어갔다. 그렇다보니, 가끔 내가 짜증을 낼 때도(성격이 불 같다보니 가끔 짜증을 낸다.) 오빠는 쉽사리 화를 내지 않았다. 나와 처음 말다툼을 한 날, 태어나서 처음으로 누군가와 말다툼을 해봤다고 할 정도였다. 그런 내게 오빠는 참 신기한 사람이었다. 어떻게 저럴까? 왜 화를 안낼까?


 그런데 오빠에겐 내가 신기한 사람이었다. 왜 굳이 화를 내지? 내지 않아도 될 일 같은데. 라면서 처음엔 나를 이해하지 못했다. 우리는 서로를 이해해야 했는데, 그게 쉽지 않았다. 살아온 방식이 너무 달랐고, 성격이 너무 달랐다. 그래서 연애 초반엔, 이별의 위기도 꽤 있었다. 오빠는 내가 갑자기 짜증을 낸다거나, 조그만 것으로 화내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고, 싸움을 극도로 싫어하는 탓에 앞으로 내가 계속 이럴까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반면에 나는 싸우고 회피하는 듯한 오빠의 태도가 답답했고, 가끔은 화도 낼 줄 알고, 자신의 것은 지킬 줄도 알아야 하는데 바보같이 다 받아주는 오빠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우리는 서로를 ‘이해’하려고 노력한거다. 계속 이해하려고 노력을 했는데, 잘 되지 않았다. 그래서 따스한 산들바람이 머리카락 사이사이로 춤을 추며 지나가는 봄 같은 오빠와 땡볕에서 뛰노는 아이들 같은 여름인 나는 좁혀지지 않는 간극을 메우려는 시도를 멈추려고도 했다. 하지만 서로를 사랑하는 마음이 너무나 컸다. 화를 내고, 짜증을 내고, 싸우고, 말다툼을 하고, 다시는 보기 싫다며 상처 주는 말로, 가슴을 후벼파는 말로, 마음에 비수를 꽂고서도 우리는 서로를 너무나 사랑했다. 그래서 헤어질 수 없었다.


 사귄지 1년이 될 무렵까지 우리는 정말 많이 싸웠다. 그렇게나 많이 싸우면서도 우린 싸우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서로 조금씩 조금씩 노력을 해나갔다. 눈에는 보이지 않았지만, 아주 작은 한 걸음을. 오빠는 내가 화를 낼 때 회피하기 보다는 자신의 생각을 말하며 조심스레 말다툼에 응하기 시작했고, 나는 조그만 것에 화가 날 땐 ‘이건 이렇게까지 화낼 일이 아닐 수도 있어. 다시 생각해보자.’라는 마음가짐을 가졌다. 어느날부터, 우리의 다툼 횟수는 줄어들었다. 여전히 다툴 때도 있긴 하지만, 우리는 서로를 받아들이는 법을 배웠고, 서로에 대해 속속들이 알게되었다.




 어느 순간 봄과 여름은 서로를 이해하게 되었다.


 봄은, 여름 곁은 너무 뜨겁고, 덥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 봄은, 여름 덕분에 환하고 쨍한 태양의 손길이 비추는 윤슬이 숨막히게 아름답다는 걸 알았고, 여름 덕분에 세상의 모든 동물과 사람들이 어느 때보다 더 활발하게, 행복하게 생동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또 봄은, 숨이 턱턱 막히는 뜨거운 여름이 있어야만 자신의 따뜻한 산들바람이 더 빛날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여름은, 봄이 너무 재미없고, 단조롭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 여름은, 봄 덕분에 온 세상의, 온 빛깔의 꽃들이 찬란하게 만개하는 것을 볼 수 있었고, 봄 덕분에, 꽁꽁 얼어붙은 온 땅과 하늘과 바다와 호수가 다시금 생명을 찾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또 여름은, 모든 것이 느리게 흘러가는 봄이 있어야만 빠르게 생동하는 자신의 아름다운 색감과 푸른 바다가 더 빛날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우린 서로가 달랐기에, 너무나도 달랐기에 더욱 서로를 사랑하게 되었다.


 그렇게 봄과 여름은 서로를 마주보고, 손을 맞잡고, 서로를 사랑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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