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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배려에 항상 감사해

by 토숭이

돌이켜 보면, 항상 오빠에게 1순위는 나였다. 오빠는 항상 나에게 배려를 해줬다.


배려는 쉬운 게 아니다. 우리 모두는 나 자신이 먼저다. 모든 인간의 초점은 자신에게 맞춰져 있다. 그래서 배려는 인간의 공통적인 본능을 거스르는 굉장히 숭고하고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나보다 다른 사람이 먼저가 되는 그 순간. 그것을 우리는 배려라고 부른다.


가끔 배려는, 눈에 쉽게 보이지 않는다. 그러한 배려를 나는 되새겨 보려고 한다. 오빠가 나에게 해주었던 수많은 배려들. 꼬부랑 할머니가 되어도 잊고 싶지 않기에.


오빠는 날 만날때마다, 항상 집에 데려다 준다. 그건 쉬운 일이 아니다. 차가 없었을 땐, 렌트카를 해서 30분 거리를 달려 나를 집 앞까지 바래다 주었고, 여행을 갈 땐 항상 집 앞으로 태우러 와주었다. 당연한게 아니었다. 나를 위해 왕복 1시간을 도로에서 보내는, 그런 예쁜 마음이었다.


오빠는 항상 먹을 건 내가 선택하게 해주었다. 본인이 먹고 싶은 게 있을수도 있는데, 내 의견을 먼저 물어봐준다. 식당에 가서도 음식 2개 중에 내가 원하는 음식을 먹도록 해준다. 음료도, 디저트도, 뭐가 됐든 오빠는 내가 선택하고 남은 것을 먹는다. 처음에는 오빠가 선택을 못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2년의 연애 끝에 알게 되었다. 선택을 못하는 게 아니라, 배려였다는 것. 나랑 같이 무엇을 먹든, 먹고 싶은 음식을 조금 참아도 나랑 함께 하는 시간이 오빠에겐 중요했던 거다.


어딜 가든 오빠는 나를 먼저 앞으로 들여보내줬다. 놀이공원에 가도, 전시회에 가도, 오케스트라를 보러가도, 콘서트에 가도. 심지어 마트에 가도. 오빠는 내가 가장 잘 볼 수 있는 곳으로, 내가 꼭 앞서서 갈 수 있도록 배려해줬다. 그 따뜻한 손으로 날 꼭 잡고, 부드럽게 먼저 보내주던 오빠.


오빠는 나를 위해 변했다. 싸우고 회피하는 것을 싫어하는 내 성격 때문에 오빠는 꾸준히 노력했다. 오빠에겐 어려운 일이었을 것이다. 많은 생각을 해보고 차분히 말하길 원하는 오빠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기를 내 먼저 말을 하고, 화났을 때 내 옆을 지키겠다는 다짐을 해나갔다.


어딜 가든, 무엇을 하든 오빠는 나를 생각했다. 업무 특성상 해외출장을 자주 가는 오빠는 그곳에서 항상 나와 함께 오고 싶은 곳들을 저장해 두었다고, 예쁜 사진들을 보내주고, 영상통화를 하고, 마음을 담은 선물을 주었다. 친구와 여행을 가도, 가족을 만나도, 일을 할 때도 오빠의 마음을 나는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내 남자친구는 재밌는 사람은 아니다. 시원시원한 성격의 남자도 아니다. 하지만 오빠는 끊임없이 날 배려하고, 묵묵히 제 자리에서 나를 품에 안아주는 그런 따뜻하고 멋진 남자다. 그런 오빠의 배려에 항상 감사한다.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않으려한다. 그 모든 노력들과 사랑들을. 나도 그것들을 돌려주려고 한다. 따뜻한 말과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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