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폭설이 내렸다.
한파가 같이 왔다. 11월로서는 이례적인 눈폭풍으로 주 전체가 마비됐다. 학교는 미리 휴교하고 상가도 문을 닫았다. 베이커리도 문을 열지 않았다.
집안에서 스컹크 냄새가 나서 집 관리를 해주는 부졸 씨에게 전화를 했다. 눈 때문에 모레나 올 수 있다는 답이 돌아왔다. 스컹크가 눈을 피해 숨어든 것 같다며 빠져나가지 못해 갇혀 있거나 죽었을 거라는 말도 했다. 꼼짝없이 냄새를 맡고 있어야 했다.
가끔씩 작은 동물들이 주택의 외벽 쪽에서 구멍을 뚫거나 홈통을 타고 들어오는 일이 있었다. 다른 동물은 그대로 두어도 상관이 없지만 스컹크는 냄새 때문에 죽은 다음에라도 빼내주어야 했다. 기숙 씨는 골치 아프게 됐다고 생각했다.
“냄새 안 나는데?”
부졸 씨에게 전화를 했다고 하자 윤이가 코를 킁킁대며 말했다. 부졸 씨는 윤이와 동급생인 캘시의 아빠로 마을의 평판 좋은 카펜터였다.
“그러네? 아까는 분명히 났는데."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솔솔 냄새가 풍겼다. 스컹크가 집 어디에다 터를 잡고 들락거리는 거라면 더 큰일이었다. 작년 겨울에 다람쥐 한 마리가 처마 밑에 살다 갔는데 사방에 똥오줌을 뿌려 놓아서 겨울인데도 악취가 났었다.
불을 쬐고 앉아 있던 윤이가 생각났다는 듯이 말했다.
“엄마, 나 9학년 때 시니어 화장실에 갇혔던 거 생각나?”
“기억나지. 큰 애들이 마리화나를 피우는 바람에 못 나가고 변기에 앉아 있었잖아.”
“내가 수업에 안 들어와서 찾고 난리도 아니었지. 집에 경찰 올 뻔했잖아.”
지난 일이라 하하 웃으며 말했지만 당시에는 웃을 일이 아니었다.
이 지역의 공립학교는 학생이 무단으로 결석을 하거나 수업에 안 들어오면 부모에게 전화를 하는 절차 없이 바로 경찰에 연락을 했다. 경찰이 늦잠을 자는 아이들을 깨워 경찰차로 등교시키는 일도 종종 있었다. 특히 등교가 확인된 이후의 실종은 심각한 상황에 속했다.
“대신 교장 선생님이 직접 전화를 하셨잖아. 보통 일은 아니었지.”
“엄마는 마리화나 피는 거 어떻게 생각해? 여기서는 합법이라 애들도 베이핑 정도로만 생각하는데.”
“학교에서도 배이핑 하다 걸렸을 때랑 마리화나 피우다 걸렸을 때랑 똑같이 봐?”
“그렇지 않기는 하지…”
“거 봐. 근데 마리화나 얘기는 왜?”
“아, 엄마가 부졸 아저씨 얘기하니까 생각났어. 얼마 전에 학교에서 캘시한테 머리카락 검사를 받게 했거든.”
“마약 검사를 받게 했다는 거야? 캘시가 마약을 해?”
“안 해. 결과도 아닌 걸로 나왔어. 캘시가 자꾸 마르고 수업 중에 엄청 졸았나 봐.”
“졸아서 마약 검사를 받게 했다고?”
“애네는 여덟 시면 자니까 조는 애들이 잘 없거든. 마약 하는 애들이 그렇게 존대. 근데 음성으로 나와도 검사받은 기록이 남는대나 봐. 캘시네 아빠가 부모 동의 없이 검사했다고 교장실에 가서 정식으로 항의했어."
“어이구야. 그러실 만하네.”
“근데 캘시가 자꾸 말랐다고 했잖아. 검사에서 심한 영양실조로 나온 거야. 거의 굶어 죽는 정도였대. 얘가 거식증이었는데 아빠가 몰랐던 거지.”
극심한 다이어트의 결과라고 했다
“캘시는 학교에서 검사한 게 오히려 잘 된 거네?”
"그렇지. 아저씨도 나중에는 고맙다고 했고 캘시는 휴학을 했어.”
“응? 그럼 지금 학교 안 나와?”
“벌써 두 달 됐는 걸?”
“검사만 해도 기록이 남는다니 미국 학교도 마리화나는 심각하게 보는 거네.”
“음, 그렇기는 한데 그렇다고 무조건 문제아로 보지는 않았으면 좋겠어.”
창 밖을 보던 윤이가 후다닥 일어났다.
“엄마, 지금 빨리 다녀올게. 나 엄마한테 할 말 있는데 먼저 빨리 갔다 와서 할게.”
눈이 그쳐가며 시야가 좀 트이자 윤이는 맥더맷 씨네로 아르바이트를 가기 위해 집을 나섰다. 맥더맷 씨 집은 두 블록 떨어진 곳에 있었다.
윤이는 강아지 두 마리를 산책시키는 팻시터 일을 하고 있었다. 학교에 가기 전에 한 번 산책을 시키고 저녁 다섯 시쯤 한 번을 더 시켰다.
윤이는 10학년 때 운전면허를 따자 중고라도 제 차를 사겠다고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지역 마켓에서 일을 했었다. 손이 필요해서라기보다 지역사회 공헌 차원에서 학생들을 고용하는 자리였다. 고용된 아이들은 특별히 맡겨진 일이 없이 무료하게 가게를 지켰다. 윤이는 이 일을 한 달도 버티지 못했다. 그녀는 마켓에서 일을 하는 대신 벽에 걸린 게시판에 펫시터 구직 광고를 냈다.
그렇게 해서 돌보게 된 강아지가 맥더맷씨네 스탠더드푸들인 레몬과 세 쌍둥이네 골든레트리버인 스펑키였다. 맥더맷 씨와 레몬은 둘 다 관절염이 있는 노인으로 맥더맷 씨는 움직이면 안 되는 관절염이고 레몬은 움직여 줘야 하는 관절염이라고 했다.
스펑키는 오늘 오지 않아도 된다고 연락이 왔지만 레몬은 아무 연락이 없었다. 오라는 말이었다. 퇴행성 관절염인 데다가 밖에서 배변을 하도록 훈련된 아이라 산책을 쉴 수는 없다며 윤이는 중무장을 하고 집을 나선 것이다.
윤이가 나간 후 경찰관 두 명이 집으로 찾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