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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주음 Mar 11. 2024

슈뢰딩거의 체셔고양이

 과학의 힘은 놀랍다. 이토록 모든 상황에 영감을 주다니. 슈뢰딩거의 고양이는 과학자들 사이에서 많은 해석과 혼란을 야기했다고 한다. 그런데 정작 문학가들은 정확하게 이해한 것 같다. 과학자들이 고양이가 살았는지 죽었는지 살았으며 죽었는지 설왕설래하는 동안 문학작가들은 위험한 상자에 갇혀버린 불쌍한 고양이를 주제로 하는 철학적인 책들을 써냈다. 물리학자보다 사상가에게 더 인기가 있는 실험이라는 견해도 봤다.


 이 실험은 나중에 동물애호가들의 공격을 받았다. 실제로 고양이를 위험한 기계에 집어넣은 것이 아니라고 아무리 설명해도 모른 체하자 몇몇 과학자들은 결국 고양이는 살아있는 것으로 결론 내 이 논쟁을 끝내려 한다. 

The cat is very much alive.


 아인슈타인은 또 어떤가. 아무도 보지 않을 때 달이 거기 있냐니. 아리스토텔레스가 아닌 아인슈타인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고는 믿어지지 않는다. 양자물리나 측정, 중첩, 상태 변화 같은 설명이 뒤따라야 하지만 상관없다. 어차피 그의 이론보다 그의 이론을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격언이 더 많다. 

 한림원이 상대성이론으로 아인슈타인에게 노벨상을 주지 못한(않은.. 이 아니라) 이유가 정확하게 이해하는 심사위원이 없어서라는 게 학계의 정설이다. 맞는 것도 같은데 아닌 것도 같고 훌륭한 것 같으면서도 설명이 안 되는, 지식의 카오스 속에서 기회를 놓쳐버린 것이다. 그는 광전효과로 노벨상을 받았다. 주사위를 던질걸.


 오해말기를 바란다. 내가 과학에 대해 경외심이 없어서 하는 말이 아니다. 경외심을 가질만큼의 이해를 하지 못할 뿐이다. 저명한 교수가 '이해했다고 생각한다면 전혀 알아듣지 못했다는 뜻'이라고 했다니 위안이 된다. 그래서 사상가들의 해석이 더 흥미로울 뿐이다.


 아인슈타인의 달로 돌아가 보자. 그는 생애 마지막 강의에서 '쥐 같은 사람이 바라본다고 해서 우주의 상태가 바뀌나요?"라고 말했다. '고양이가 쳐다본다고 해서 달이 상태가 바뀐다는 것을 나는 믿을 수가 없다.'라고도 했다. 그래서? 이 얼마나 철학적인가. 이러니 과학의 힘은 위대하달 수밖에. 


 아인슈타인이 대단한 이유가 여기 있다. 내가 간다고 북극이 바뀔까? 중첩이론에 의하면 내가 여기 있는 것과 그곳에 있는 것이 과연 차이가 있을까? 상자 안의 미루가 여기 있거나 거기 있거니 여기 있으면서 거기 있거나.. 슈뢰딩거의 달이든 아인슈타인의 고양이든 북극이든 지도 위든지 간에 미루는 미루고 나는 나다. 이게 아인슈타인의 이론이라는 것이 내 생각이다. 


 이런 이유로 나는 양자역학을 루이스 캐럴에게서 배운 것이나 다름없다. 앨리스가 이상한 나라에서 만난 체셔 고양이 얘기다. 막 아무 데나 정신없이 나타났다 사라지고 그러는 웃는 고양이 말이다. 그는 모든 우주 물리학적 원칙을 무시하며 다니다가, 여기 있지만 여기 없고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고양이다운 말을 남긴다. 슈뢰딩거가 하필 고양이를 택한 이유를 이제 알겠다. 나는 그 고양이가 그 고양이가 아닐까 조심스럽게 추측해 본다. 위험천만하고 불확실한 이상한 상자 안에 갇혀있다가 초능력 철학고양이가 돼버린. 


 그런 의미에서 엘리스의 독백은 매우 의미심장하다. "내가 본 것이 고양이였을까?" 

 나는 양자역학을 제대로 표현한 이 말을 드라마에서 듣고 감동받은 적이 있다. 상속자들에 나오는 여주가 캘리포니아에서 꿈같은 시간을 보내고 단칸방으로 돌아와 한 말이다. "내가 정말 거기 있었을까?" 

 아무래도 양자역학의 이해에 관해서는 문과의 승리인 것 같다. 좌우지간에 이럴 것 같으면 나와 미루가 집을 나와 그곳에 가는 게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달은 거기에 있고 고양이는 살아있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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