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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주음 Feb 26. 2024

공평하게 반반

  반드시 해가 뜨지 않는 곳으로 갈 생각은 아니었다. 그런데 좀 덜 뜨는 곳을 찾다 보니 아예 해가 뜨지  않는다는 곳이 꽤 됐다. 극야로 표현되는 곳이다. 없으면 몰라도 있다는데 굳이 안 갈 이유가 없다 싶기도 하다.


 극야는 남극과 북극의 겨울에 있다. 진정한 극야를 보려면 남극으로 가야 한다고 한다. 100일 동안 해가 뜨지 않는 완전 극야 시기가 있다고 하는데 이 남극이라는 데는 어느 나라에도 소유되지 않는 중립지대란다. 남극조약에 의해 2048년까지 그렇단다. 아무나 들어갈 수 있되 반대로 아무도 마음대로 들어갈 수 없다는 뜻이다. 

 측정 온도가 섭씨로 영하 90도를 넘기는 일은 예사고 비공식적으로는 -100도를 넘나 든다고 하니 그럴 만도 하다. 다들 하나씩 갖고 있는 남극기지 역시 아무나 만들 수 없고 주변 국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그렇다고 아주 갈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천문학적인 돈을 지불한다면 관광도 가능하다. 얼마나 다행인지  우리나라는 남극 여행을 규제하고 있다. 미루와 내가 외교부장관의 허가 없이 남극에 갔다가는 죄수복을 입은 김에 철창신세까지 지게 될 수 있다는 소리다. 우리가 외교부장관을 만날 수나 있을지 모르겠다. 녀석은 어떤지 모르지만 아무리 나라도 그럴 수까지는 없어서 단념하기로 한다. 


 북극의 극야는 좀 다르다. 지구상의 가장 북쪽에 위치한 노르웨이의 롱이어 비엔 같은 몇몇 도시를 제외하고는 잠깐이라도 해가 뜬다고 하는데 이것도 극야로 본다. 아침에 느긋하게 해가 떠서 2시면 어두워진다고 하니 하루 생활권도 그렇게 맟줘져 있을 게 틀림없다. 그 정도면 녀석도 나도 살만 하다 싶다. 그냥 살던대로 살면 된다. 그린란드, 아이슬란드와 스칸디나비아 3국, 러시아, 알래스카 정도가 극야지대란다.


 겨울 동안 하루 4,5시간 정도 해가 뜨는 아이슬란드는 자살률이 세계 1위다. 대한민국의 4배 라는데 총도 많고 북극곰도 많단다. 사람은 16세가 되면 동네 슈퍼에서 총기 구매가 가능하고, 곰은 16세가 되면 동네 슈퍼에서 사람을 문다고 하니 패스다.


 알래스카는 세계에서, 음.. 북극에서.., 적어도 미국 내에서는 물가가 가장 비싼 도시다. 미국 평균 생활비보다 25%가 비싸다는 통계가 있다. 스펀지밥이 그러는데 닥치는 대로 먹어치우는 알래스카 황소벌레도 있단다. 스펀지밥의 집이며 자동차며 숙제, 그리고 다람이의 꼬리까지 먹어치웠.. 여기는 미루는 안 되겠다.


 그린란드는 월터 미티의 행보를 보자면 육로라는 게 없다. 배나 경비행기를 타고 이동해야 하는 나라다. 비행기를 타고 아이슬란드에서 내려서 비행기를 타거나, 알래스카에서 내려서 비행기를 타거나, 덴마크에서 내려서 비행기를 타거나. 그러고 나면 그린란드에 도착해서 비행기를 타거나 배를 타거나. 

 2시면 해가 진다니 이동 시간도 제한적이다. 거리가 멀어서가 아니라 해가 짧아서 어디든 하루에는 것 같다. 미루와 함께 가자니 비행기를 타는 것도 제약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얼마나 좋은가. 나는 다 준비 됐는해가 짧아서 나돌아 다니지 못하는 동네라니. 그렇다 해도 전 국토의 84%가 얼음이고 나머지는 황무지라고 해서 척박하니 여기도 패스다.


 지도를 짚어가며 검색을 좀 했을 뿐인데 피로가 몰려온다. 아직 스칸디나비아 3국은 가지도 못했다. 해가 뜨지 않는다는 말은 해가 지지 않는 때가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적당히가 없이 몰아줘서 그렇지 어떤 식이든 공평하게 반반이다. 북극의 자살률은 해가 지지 않는 백야에 치솟는다고 한다. 생물의 생체리듬은 시간에 맞춰져 있는 것 같지만 어떨 때 보면 환경의 영향을 더 받는 것이 아닌가 싶다. 북극의 예로 보자면 밤에 잠을 자야 하는 것이 아니라 깜깜할 때 잠을 자야 하는 것처럼 생각된다. 전구로 감아놓은 나무가 밤과 낮을 구분 못해 말라 죽는다는 말을 들은 기억이 난다. 그렇게 생각하니 해가 있는 것도 없는 것도 나는 좀 두렵다. 


 아직 시작도 못했는데, 지도 한 장 사놨을 뿐인데, 나갈 생각만으로 나는 벌써 피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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