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신지옥 수행지옥
자녀교육에 대해서 큰 관심이 없는 학부모들이 갖는 세 가지 큰 오해가 있다. 오해 3 대장. 첫째, 우리 애가 인서울은 가겠지. 둘째, 우리 애가 내신 1,2등급은 충분히 받겠지. 셋째, 학원은 수능대비 때문에 다녀야 하는 것이지. 만일 이 세 가지 명제를 다 옳다고 생각한다면 나는 입시를 위한 좋은 학부모가 아니다. 앞서 두 가지 오해는 앞 글에서 적었다. 우리 아이가 인서울에 갈 가능성은 10% 미만이고, 1,2등급 받을 확률은 10% 정도이다. 그리고 학원은 수능 대비나 선행보다는 내신 때문에 다니는 것이다. 그러므로 물론 수능 대비도 해야 한다. 그러나 우선은 내신이다.
중학교 내신은 특목고를 가는 경우가 아니라면 큰 쓸모가 없다. 절대평가이기 때문에 대부분 잘 받아온다. 그런데 이 점이 큰 함정이고 문제다. 절대평가인 중학교에서 잘 나오는 내신은 우리 아이에 대한 내신 인플레를 갖게 한다. 중학교 때는 누구나 잘한다. 그런데 상대평가로 바뀌는 고등학교는 완전히 다른 얘기다. 물이 빠지면 누가 수영복을 입고 있지 않은지 드러난다고 하지 않나. 중학교에서 잘하던 아이가 고등학교에서도 잘할 확률은 10%다. 왜냐하면 고등학교 내신 1등급은 4%, 2등급은 상위 11% 이고 최소 11% 안에는 들어야 그래도 인서울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등학교에 진학하면 바로 내신지옥이다. 중간 기말이 있는 짝수달들, 4월 6월 10월 12월이 그렇다. 이때는 내신 올인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학생들이 동네에서 내신 대비를 잘해주는 학원에 등록한다. 평소에 공부 안 하던 학생들도 이때만큼은 집중하고 그래서 학원이 필요하다. 선행, 수능대비는 짝수달에는 끼어들 틈이 없다. 특히 고1은 중요하고 심각하다. 내신 반영비율이 50%이기 때문이다. 과목별로 1문제 차이로 등급이 갈리기 때문에 살벌한 내신대비를 위해서는 학원이 필수불가결이다.
만일 학교교육 잘 받고, 수업 잘 들으면, 수시 중심으로 대학 가니까 선행 필요 없고, 우리 애는 학원 안 다녀도 된다고 생각한다면 엄청난 오산이다. 학원은 그놈의 내신 대비 때문에 다녀야 하기 때문이다. 월수금 수학, 화목 영어, 토요일 국어는 기본이다. 그리고 다시 홀수달이 되면 선행, 수능대비로 돌아간다. 동시에 학교별로 수행평가가 펼쳐지는 시기이기도 하다.
수능, 정시가 아닌 수시로 대학 진학을 한다면 전략은 단 하나다. 성적이 좋으면 된다. 입시업체 컨설팅비가 200-500 정도 한다. 그런데 다 소용없다. 우리 아이 내신성적이 좋으면 서울대든 어디든 지원가능하고, 아무리 컨설팅을 받아도 내신이 엉망이면 수시는 답 없다. 일단 내신부터 확실하게 챙겨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중3부터는 고1내신을 대비해야 하고, 이를 학교에서는 안 해주니 학원을 찾을 수밖에 없다. 학교 열심히 다니면 내신 잘 나올 테고, 내신 잘 나오면 수시로 좋은 대학 가면 되지라고 생각한다면 낭만적인 학부모다. 고1 내신대비부터 힘들게 해야 한다. 그래서 중3 때 대학이 정해진다는 말이 통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