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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광열 Apr 06. 2024

군대 간 아들의 사진이 보고 싶어요

따뜻한 사진관 _ 열한 번째

딸랑

안녕하세요. 온정동 사진관입니다.


마을신문의 '돈쭐사건'으로 여름이 되어도 사진관은 덮지 않습니다. 편안하도고 따뜻한 온가 사진관 내부를 맴돌고 있습니다. 차디찬 매출현황이 따뜻하게 올라오자 사진사의 마음도 따뜻해집니다. 그 온기는 다시 손님들에게 전해져 손님들의 입가에 미소가 번지는 에너지가 되지요.


출근과 동시에 카카오톡에 들어온 주문을 체크합니다. 카톡으로 사진인화를 보내놓으신 손님들의 주문이 꽤 많은데요. 그동안 카톡알람을 저금통에 동전 떨어지는 사운드처럼 반갑게 들어오던 사진사조차도 간밤엔 알람을 끌 수밖에 없었습니다. 새벽에 계속 울려대는 카톡소리 때문에 잠을 설치게 되었으니까요. 사진관에 나와 전체 사진수를 세어보니.. 카톡의 숫자카운터는 300+ 전체를 내려받아 세어보니 700장이 들어와 있습니다.

사진 속 낯익은 얼굴은 며칠 전 들렀던 식당의 이모님이었습니다. 낮에 손님 안 계실 때 보내달라고 설명드렸는데.. 밤에 퇴근 후 한방에 그동안 뽑아놔야 할 사진들을 총정리하신듯합니다.


오늘도 아침부터 인화기는 쉬지 않고 돌아갑니다. 아마도 과거 전성기 시절 이후로 점점 줄어드는 인화주문으로 인해 출력량이 계속 감소했을 것인데, 오랜만에 힘차게 돌아가는 인화기의 소리가 왠지 저의 마음과도 같이 즐거워하고 있는 기분이네요.



딸랑~

"안녕하세요. 온정동사진관입니다.  어서 오세요~"

사진관 안으로 고개와 상반신만 빼꼼 들이미신 60대의 아버님이 조심스럽게 말을 엽니다.

"저기... 인터넷에 있는 사진도 뽑아줄 수 있나요?"


'엥? 오 씨 아저씨 친구분이신가? 혹시 이분도 이지아, 황수정 팬클럽?'

"원래는 그 사진을 다 저장하셔서 오셔야 하는데요. 오늘은 찾아드릴게요. 들어오세요."

가게 안으로 들어오신 아버님은 컴퓨터 앞에 앉아 녹색창을 열고 바로 찾을 준비를 하고 있는 내 뒤로 오셨다.

"이름이 누구세요?"

"네?"

"인터넷에서 찾으시는 분 이름이요"

"아니... 그게.."


'잉? 연예인 팬클럽이 아니신가?'

가끔씩 등산이나 취미를 하시는 분들 동호회 카페나 블로그에 올려진 사진을 인화하러 오시는 손님이 종종 계셔서 그쪽으로 포커스를 돌려보았다.

"사이트가 어디세요?"

"아... 그게..."




아버님의 이야기는 이러했다.

노총각으로 살아온 그는 늦은 나이에 결혼을 하게 되었고 늦은 나이에 아들을 낳았다. 그 아들이 얼마 전에 군에 입대했다고 한다. 요즘 군대는 훈련소에서의 모습을 사진으로 볼 수 있게 해준다고 한다.

듣고 보니 뉴스나 TV에서 그런 이야기를 들어본 것도 같아서 일단 검색을 시작해 봅니다.


일단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육군 홈페이지로 들어가 봅니다.

사이트에 접속해 이곳저곳 둘러보아도 어디에도 사진에 관한 이야기는 없네요.


"저... 아버님, 혹시 부대에서 온 우편물 같은 거 있지 않나요? 어디에서 볼 수 있는지 안내가 나와있는 뭐 그런.."

"아~ 있어요. 얼마 전에 편지가 온 게 있어요"

(아버~~ 임 왜 그걸 이제 말해주시는 거예요. ㅠㅠ)

"그럼 그거 가지고 다시 한번 나오셔야 제거 어느 사이트인지 찾아볼 수 있을 것 같아요. 그 우편물 가지고 다시 와주세요."

"지금은 일을 나가는 중이라 오늘은 안될 것 같고 내일 다시 들릴게요."

"네~ 그럼 들어가세요. 아버님~"




둘째 날


아버님께서 가져오신 우편물을 읽어보니 논산훈련소에서 보낸 것이고, 훈련소에서 운영하는 다음카페를 소개하고 있었습니다. 다음카페라.... DAUM 참 오랜만에 듣네요.

"저기 아버님, 혹시 다음에 아이디 있을세...?"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하신 듯 눈을 껌뻑이고 계셨다.

"아... 없으시군요. 네... 그럼 아이디로 일단 로그인해 볼게요."

정말 오랜만에 접속하는데도 아이디와 비번이 생각납니다. 과거에 내가 다음메일을 참 많이 썼었구나...

로그인을 하자마자 뜨는 메시지는.

휴. 먼. 상. 태  ㅎㅎㅎ 휴먼을 풀어줍니다.


자~ 그럼 다음으로 넘어가 보죠. 카페로 들어갑니다.



오호~ 여기에 요런 공간이 있었군요. 과거엔 군대 가서 사진을 찍은 걸 받아보기까지도 시간 걸리고 그걸 우편으로 보냈어야 하는데... 세상 참 좋아졌습니다.

그러면 바로 아버님께 사진을 보여드려야겠네요.  

우편물에 써져 있는 입대 날 자와 소속을 클릭해 봅니다


   두둥~!!


볼 수 있는 권한이 없다고 나옵니다.

바로 카페에 가입을 하고 (가입도 이름으로 해야 하네요. '누구 아빠 누구', '누구 엄마 누구' 이런 식으로 요. ) 다시 클릭... 해봤으나 역시나 권한이 없다고 합니다.

등업신청게시판에 글을 남겨 놓습니다.

자녀분의 성함과 아버님 성함을 여쭤본 후 가입과 등업을 신청해 놓고, 아버님께 카페는 무엇이며 등업이 무엇인지 설명을 드립니다. 이해하시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오늘은 사진을 볼 수 없다는 내용을 이해하신 듯합니다.

".... 그래서 내일 다시 오셔야 할 것 같아요."




셋째 날

아침에 문을 열자마자 컴퓨터를 켜고 다음으로 접속합니다. 왠지 아버님보다 내가 더 궁금해하는 기분이네요. 하. 지. 만... 아직 등업이 되어있지 않습니다.

'아.. 이럴 줄 알았으면 아버님 전화번호라도 적어둘걸, 오늘도 들리실 텐데...'


딸랑~

어제와 같은 시간 아버님이 사진관 문을 열고 들어오셨다.

"저... 아버님, 아직 등업이 안되어있어요."

삼 일간 찾아오시는 게 귀찮고 번거롭고 짜증 나실 수도 있는데 아버님은 허허 웃으시면서 내일 다시 오시겠다고 하셨다.



넷째 날

드디어~!!! 등업이 되어있습니다. (이게 모라고 이렇게 기쁘지? ㅎㅎ)


오늘도 아버님은 어김없이 같은 시간에 문을 열고 들어오셨다. 아마도 들어서시며 저의 표정만 보시고도 '드디어 되었구나'싶으셨을 것이다.


아버님이 보시는 앞에 다음카페의 아들 소속중대 게시판으로 들어갑니다. 많은 아들들의 사진이 주욱주욱 나옵니다. 

"몇 번인가 어디일까.... 아! 드디어 찾았습니다.

아버님~ 아들 찾았어요.^^ "

"오~~"

마침내 아버님 입가에 환한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

짧게 자른 머리에 체육복을 입고 있는 아들들의 모습. 불과 일주일 전만 해도 바깥세상에서 내 뜻대로 살아가던 혈기왕성한 질풍노도의 아들들이 부모님 보여드리기 위해 사진에 일렬로 서서 얌전히 찍은 모습이 대견하기도 하고 웃겨 보이기도 했다.


화면 속 아들의 사진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계신 아버님께 잠시 양해를 구하고 뒤로 가기를 눌러 다른 사진을 찾아본다.

벌써 2주 차가 지났기에 주별로 한 장씩 2장의 사진을 찾았습니다.

"집에 있는 아내도 보고 싶어 할 테니 이 사진 좀 뽑아주세요"

"네 잠시만 계세요. 금방 뽑아드릴게요"





탁상용 액자에 넣으실 수 있거나 너무 작지 않게 5x7인치 사이즈로 두장을 출력합니다.

사진비닐과 봉투에 담아 건네드립니다.

"3000원 나왔습니다."

"네? 며칠 동안신경 써 주었는데 더 안 드려도 돼요?"

"ㅎㅎㅎ 아드님의 사진을 보시던 아버님의 환한 웃음. 그걸로 충분합니다. "

(아... 내가 말하고도 오글오글 ㅎㅎ)


그렇게 아버님은 사진봉투를 손에 들고 아버님보다 더 아들의 사진이 보고 싶을 어머님께로 발걸음을 돌렸습니다.

요즘 군대 관련 흉흉한 뉴스들이 얼마나 많았어요.

그런 걸 볼 때 4일 만에, 아니 입대 후 내내 누구보다 아들의 사진을 보고 싶어 하셨을 어머님의 환한 표정이 상상이 됩니다.


사실 아버님께서 처음부터 저희 사진관으로 오신 건 아니었더라고요. 인터넷도 컴퓨터도 익숙지 않으신 아버님은 어디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PC방도 가보시고 동사무소에도 가보셨는데 대부분 안된다는 말만 들으셨다지 모예요.


 이럴 때 근처에 사는 친인척 중에 누가 있지 않고는 컴퓨터를 할 줄 모르는 어르신내외는 도무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참 난처할 수 있겠구나 생각했습니다. 아마 사진을 보지 못하고 넘어가시는 부모님도 계시리라 생각니다.


손에 쥔 3천원을 보며 생각에 잠깁니다. 액수도 적을 뿐더러 귀찮은 일일테지요. 당장 돈이 되지 않손님이고 번거로운 민원인이겠죠. 모른다 안된다로 회피하면 편하게 넘어갈 수 있겠죠. 피시방이든 사진관이든 동사무소나 구청도 마찬가지고요.


그렇게 아버님이 가시고 다음카페 갤러리 하단의 댓글들을 았습니다.


누군가의 엄마 누군가의 애인 누군가의 친척친구들이

남겨놓은 글. 그 진정성 담겨있는 그리움의 글들을 보면서

다시금 가족의 소중함을 생각해 봅니다.   




딸랑~

며칠 후 아버님이 사진관을 다시 찾아오셨습니다. 손에는 검은 비닐봉지를 들고요. 인사를 드리자 들어오셔서 대뜸 비닐봉지를 내미시네요.

"이게 뭐예요?"

"사장~ 감자 좋아해? 집사람이 사진 잘 봤다고 이것 좀 가져다주라고 챙겨주더라고 ㅎㅎ"

"와~ 감자 엄청 좋아하죠. 근데 이거 받아도 돼요? 너무 많은데요?"

"가져가서 식구들이랑 같이 먹어. 시골에서 많이 보내줘서 우린 많아. 자자 그럼 난 가요~"

"네, 안녕히 가세요 잘 먹겠습니다.^^"





오늘은 집에 가서 가족과 감자를 쪄먹어야겠다.^^


딸랑~

"어서 오세요, 오늘도 따뜻한 온정동 사진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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